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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의광장

오늘은 내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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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희영 작성일02-02-04 15:25 조회57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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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오전 11시 20분 반달맨들은 제 갈 길로 떠나 반달모임의 집결지 부근에는 쓰레기가 담긴 대형 비닐 봉지 두 개가 놓여 있었다. 예정에 없던 달리기였다. 만남의광장에 올라온 글들을 읽다가, 갑자기 달리고 싶은 충동이 들어 여기 반달에 왔다.

반달은 나를 이중적인 인간으로 만드는 면이 있다. 보통 때는 버럭버럭 화를 잘 내면서도 반달에서 만나는 분들과 함께 할 때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반달의 쓰레기를 보는데도 기분이 좋다. 이런 자세로 인생을 살려면 얼마나 많은 달리기가 필요할까?

11시 30분 시계를 작동하며 반포대교 쪽으로 첫 발을 내딛였다. 오늘은 다시 이 자리에 올 때까지 시계를 보지 말아야지. 마음 편하게 숨소리 가쁘지 않게 달려야지. 사실 그 동안 기록을 염두에 두고 달렸건만, 생각 만큼 기록이 좋지 않았다. 시계를 자주 본다고 기록이 좋아진 게 아니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예 시계를 보지 않기로 했다.

지난 1월에 달린 거리가 280킬로미터였다. 내가 그동안 달린 거리 중에서 최대였다. 이번 주에 들어와서는 화, 수, 금요일에 각각 18킬로를 달렸다. 그래서일까 한강의 여러 다리를 지나가도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그렇지만 발걸음이 무슨 대수랴? 오늘은 즐겁게 달릴거야. 시계를 보지 않았지만 반달하프의 반환점을 지나면서 랩타임 스위치를 한 번 눌렀다. 얼마나 빨리 달렸을까, 만족할 만한 기록이 나왔으면 좋겠는데......

반달하프의 반환점을 지난 곳에 매점이 있는데, 아쉽게도 문을 열지 않았다. 1킬로를 더 달리자 나타난 잠실지구 축구장 부근의 매점에서 포카리스웨트 한 병과 와 쵸코파이 한 개를 먹었다.

유심히 보니 사십대로 보이는 분들이 20대의 남자들과 어울려 축구를 하고 있었다. 달리기가 최고의 운동은 아니지. 어쩌면 저 분들이 더 대단한 존재가 아닐까?

잠실철교 밑을 지난다. 뒤에 오는 시각장애자를 바라보던 정점미님의 모습이 떠오른다. 나도 뒤를 한 번 볼까, 아무도 없다. 잠실지구를 지나 천호지구로 오는 구간은 달리는 분들이 다른 지구 보다 적었다.

청담대교를 지난 영동대교 방향으로 달린다. 나름대로 페이스 조절을 한다고 했는데, 피로감이 찾아온다. 대충 계산해 보니 20킬로 정도 달려온 것 같다. 달려온 거리 만큼 달려가야 하는데......

또 쓴 웃음이 얼굴에 돈다. 뭐 하러 한강에 왔을까, 그냥 집 부근에서 10여 킬로나 뛰고 그만둘 것이지. 달리다 힘이 들면 순간 순간 떠오르는 생각이 오늘도 어김없이 나타났다.

성수대교 공사장에서 물을 두 컵 얻어 먹었다. 힘이 조금 난다. 그래 급수가 이렇게 중요한 거야. 돌아 보니 20여 킬로를 달려오며 포카리스웨트를 두 병 밖에 먹지 않은 게 빠른 피로감의 원인일거야. 잠원지구에 들려 다시 물 한 병을 사 먹었다.

무리하지 말자, 무리하지 말자. 다시 반달의 출발점으로 오며 나에게 계속 다짐한 말이었다. 반포지구에서 다시 물을 샀다. 쵸코릿도 먹었다. 그래서일까 여의도로 가는 길은 의외로 발걸음이 가벼웠다.

그래도 조심스레 달렸다. 지난 성탄절 39킬로 지점에서 걸었던 경험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발에 힘이 들어간다. 달리는 사람들에게도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2000년 9월 월례대회에서 첫 완주를 한 후로 오늘 이전까지 공식대회 5회, 나홀로 대회 5회 등 총 10회 백오리 길을 달려봤지만, 오늘처럼 마지막 구간을 힘차게 기분좋게 달린 적은 없었다. 그동안은 내가 졌지만, 오늘은 내가 이겼구나!

조심스레 시계를 본다. 얼마나 빨리 달렸을까. 4시간 1분 47초. 아아, 조금만 빨리 뛰었으면 4시간 이내인데......

반달모임의 출발점에는 여전히 쓰레기가 가득 담긴 비닐봉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2년에 가까운 세월 여기서 만났던 님들을 떠올렸다 : 박영석회장님, 이명준님, 신동희님, 한택희님, 이팔갑님, 윤현수님, 강홍기님, 김재남님, 송재익님, 이윤희님, 이경열님, 연제환님, 장충일님, 서창원님, 이중식님 ......


혹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까 해서 저의 구간 기록을 적습니다.
반달출발점에서 반달하프반환점까지 : 57분 53초 89
반달하프반환점에서 마라톤반환점까지 : 25분 04초 71
마라톤반환점에서 반달하프반환점까지 : 22분 12초 18
반달하프반환점에서 반달출발점까지 : 60분 1초 01
반달출발점에서 여의도까지 : 41분 21초 28
여의도에서 반달출발점까지 : 34분 10초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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