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며 생각하며 - 김완기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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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건수 작성일00-12-08 16:03 조회960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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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며 생각하며- 김 완기의 눈물
김건수
스타들은 모름지기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설사 가까이 있더라도 너무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일반인을 대할 때 보면 모두들 상당히 긴장을 하고 있다. 반대로 보통사람들은 스타들과의 첫 만남에서 과도한 친밀감을 드러낸다. 마치 오랜 친우를 대할 때 같이, 그 사실이 스스로의 일방적이라 것을 망각한 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이 조금이라도 냉랭한 모습을 보이면 선남 선녀들은 곧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뒤돌아 서서 "스타들은 원래 그렇지"하며 스스로를 안위한다.
유명인들은 대중 속에서 고독하다. 남녀를 불문하고 잘 나간다 싶으면 스캔들이다, 대마초다 하여 끌어 내려지고, 인기가 하락하면 "언제 네가 있었느냐"하며 외면 당하기가 일쑤이다. 오히려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인생들이 더 행복한지 모르겠다.
잊혀져 가는 스타는 어떤 느낌일까? 내가 유명인이 되어 보지 못했으니 그 심사를 알 수는 없으나, 항시 그 자체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나는 하늘을 날며 잊혀져 가는 스타를 만날 수 있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익히 알아왔던 김완기 선수를 대면한 것은 뉴욕마라톤을 출발하기에 앞서 모인 김포공항 이층 대합실. 그는 분명 초조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친 얼굴을 내색하지 않으려 무척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마스터즈로 뉴욕에 참가하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할 때 그야말로 그는 군계일학이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마라톤으로 복귀하게 하였을까? 뉴욕에서 뛰며 생활한 4박5일 동안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점이었다. 나의 관찰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되었다. 그는 도통 말이 없기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잘 웃지도 않는다. 그리고 얼굴은 어둡다. 아주 간혹 가다 배시시 미소짓는 모습을 보면,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 같이 내 기분도 좋아진다. "내가 이미 그의 감정에 이입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수없이 자문을 해 보았다. 우리 마스터즈들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14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고 이틀만에 마라톤을 뛰어야 하니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야 농담을 하지만 그야말로 11월 5일 뉴욕 대회당일 까지 긴장감은 팽팽한 풍선과 같은 지경이었다.
우리는 fun run을 하러 리무진 버스로 국제연합빌딩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일행 한 명이 이번 대회의 결과를 예측해 애기를 했다. 서울마라톤에서 1위를 한 최 명섭씨가 1위, 김 완기선수가 2위를 할 것이란 예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침묵이 버스에 흘렀다. 그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인데 가뜩 긴장한 우리들에게 끝없는 침묵에 빠지게 했다.
그때 나는 김 완기 선수의 얼굴을 보았다. 뭘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표정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떨군다. 그 한마디가 그에게 상처를 준 것일까, 아니면 분명히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편견이었다.
대회 당일 우리는 자신과의 경쟁을 하느라 서로를 바라볼 여지가 없었다. 그저 바람을 가르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이윽고 도착한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자, 함께 참가한 동료들의 시선을 나눌 수가 있었다. 경기후 후리가 모이는 장소에 도착하자 김 완기 선수가 웃으면서 나에게 박수를 쳐준다. 처음보는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내가 오히려 화들짝 놀랄 정도 였다.
이튿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합류한 금풍도사가 워싱턴 포스트 마라톤 특집판을 사들고 버스에 올라타며 한마디 한다."김 완기 선수 2시간 34분 12초로 전체에서 76위를 했습니다. 최 명섭 선수도 2시간 40분으로 125위...,..."특유의 맑은 표정으로 그들을 격려한다. 모두 박수 치며 환호를 해댄다. 그 동안 우리는 긴장된 침묵 속에서 김 완기 선수의 재기를 그토록 바랬었구나 하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역전의 미학, 이는 참으로 인간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 중에 하나일 것이다. 누구든 보통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면 짜릿한 감동을 받는다. 일상이 주는 진부함을 그 반전이나 극복이란 단어 속에서 실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환호도 한 순간, 나는 그가 과연 재기를 한 것인가 스스로 반문을 해 보았다. 세계기록은 2시간 05분 42초 김 완기선수의 것은 그보다 19분이나 늦은 상태이다. 과연 성공한 것인가? 솔직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도 한 인간이 갖는 일상적 편견이었다...
만일 내가 귀국할 때 옆자리에 김 완기 선수와 같이 함께 앉아 오지 않았다면 일반인들이 그렇게 느꼈듯이 나는 그가 재기를 못했다고 종지부를 찍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와의 운명적 만남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유명 스타였건 현재의 스타이건 간에 그 이들과의 만남은 어색하기가 짝이 없다.
가벼운 얘기부터 나누다 보니, 어느새 그의 깊은 과거로의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그가 기억해 내는 말마다 깊은 한숨과 설움이 묻어 있었다. 4시간 동안의 시간여행에서 발견한 소중한 점은 항간에 들리는 소문들이 그에게는 큰 의미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황영조와 이봉주의 등장이 그의 은퇴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복귀가 그가 못 이룬 꿈의 대상이 "황 영조도 하고, 이 봉주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게 없지 않느냐"에서 출발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더욱이 그의 몸무게가 84kg까지 늘게 된 것이 단순한 사업가로서의 자그만 성공(?)에 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은퇴 후 김완기 선수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뼈아픈 상처가 있었다. 은사와 가장 친한 친구와 가족간의 배신 마저 견뎌내야만 하는 인고의 시절이었다. 내 자신이 그것을 알면서도 일일이 표현하지 못 하는 것을 독자가 양해해 주었으면 한다. 내가 완기의 눈물을 통해서 그의 순수성을 믿었듯이 말이다. 더 이상 표현하면 스타가 아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은사와 친구와 가족을 빼 놓으면 과연 인생에서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 처절함의 앞에는 황 영조,이 봉주선수의 쾌거도 큰 의미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완기는 2년여 동안 완벽하게 사회로부터 등을 돌린다. 모두에게 잊혀져 가고, 자신 마저 포기한 상태에서, 어느날 김 완기씨는 인생에서 가장 처절한 모습을 아내에게 읽히게 된다. 2층에서 계단을 장애자 마냥 내려오자 그의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얘기한다. "당신이 예전의 마라토너 맞어..." 남들이 모두 잠든 기내에서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눈물을 토하고 만다. 공유할 수 없는 슬픔이지만 나의 볼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내의 그 한마디에 김완기 선수는 기나긴 악몽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고요한 출발을 시작했다. 발자국마다 예전에 비해 수 십배의 고통을 옮겨야만 했다. 그리고 64kg의 몸으로 뉴욕마라톤에서 쾌거를 이룩했다.
기업이나 언론은 잘 나가면 갖은 아양을 떨며 지원을 하지만, 잘못하면 여지없이 칼날을 대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당사자 자신의 능력이나 의지에 상관없이 그를 도태시켜버린다. 한계에 도달했다며...
과연 한계란 무엇인가? 왜 우리 나라 사람들만이 그토록 빨리 한계를 맞이해야만 하는가? 은퇴와 복귀는 모두 그 잔인한 일상적 한계의 틀에서 결정 지워진다.
누구도 원하지도 않았지만 그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복귀를 선택했다. 물론 화려한 재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자신의 최고기록인 2시간 8분 34초에도 이르지 못하고 영원히 2시간 30분대 마스터즈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재기를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전성기의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8kg의 살을 땀을 통해서 내 던져 버려야 한다. 그것이 한계라면 한계지, 지금까지 우리는 그의 처절한 방황에서 깨어남과 땀의 의지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박수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그는 이미 기업이나 언론에서는 잊혀진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도 아내와 함께 새벽을 달린다.
이제 그의 재기의 역할은 풀뿌리를 지향하는 마라토너들의 몫이 되었다. 오히려 재기의 소중한 틀을 일반인들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도, 기업도 언론도 못한 일 들을 대중이 한 번 이룩하면 어떨까하는 마음이다.
과거는 항시 현실의 밑받침이다. 그리고 현실은 내일이라는 열차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금석이다. 우리는 그와 함께 재기를 향한 내일의 열차 여행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김 완기 선수는 우리에게 조차도 잊혀진 영웅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김건수
스타들은 모름지기 접근하기 어려운 사람들이다. 설사 가까이 있더라도 너무 대중들에게 노출되어 일반인을 대할 때 보면 모두들 상당히 긴장을 하고 있다. 반대로 보통사람들은 스타들과의 첫 만남에서 과도한 친밀감을 드러낸다. 마치 오랜 친우를 대할 때 같이, 그 사실이 스스로의 일방적이라 것을 망각한 채 말이다. 그래서 그들이 조금이라도 냉랭한 모습을 보이면 선남 선녀들은 곧 실망하게 된다. 그리고 뒤돌아 서서 "스타들은 원래 그렇지"하며 스스로를 안위한다.
유명인들은 대중 속에서 고독하다. 남녀를 불문하고 잘 나간다 싶으면 스캔들이다, 대마초다 하여 끌어 내려지고, 인기가 하락하면 "언제 네가 있었느냐"하며 외면 당하기가 일쑤이다. 오히려 보통사람으로 살아가는 인생들이 더 행복한지 모르겠다.
잊혀져 가는 스타는 어떤 느낌일까? 내가 유명인이 되어 보지 못했으니 그 심사를 알 수는 없으나, 항시 그 자체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그런데 나는 하늘을 날며 잊혀져 가는 스타를 만날 수 있었다.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서 익히 알아왔던 김완기 선수를 대면한 것은 뉴욕마라톤을 출발하기에 앞서 모인 김포공항 이층 대합실. 그는 분명 초조해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친 얼굴을 내색하지 않으려 무척 애쓰는 모습이 역력하다. 마스터즈로 뉴욕에 참가하는 우리의 모습과 비교할 때 그야말로 그는 군계일학이었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마라톤으로 복귀하게 하였을까? 뉴욕에서 뛰며 생활한 4박5일 동안 나의 뇌리를 떠나지 않는 의문점이었다. 나의 관찰은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집중되었다. 그는 도통 말이 없기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다. 잘 웃지도 않는다. 그리고 얼굴은 어둡다. 아주 간혹 가다 배시시 미소짓는 모습을 보면, 마치 어려운 수학문제를 풀었을 때 같이 내 기분도 좋아진다. "내가 이미 그의 감정에 이입되는 것이 아닐까?"하고 수없이 자문을 해 보았다. 우리 마스터즈들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였다. 14시간의 시차를 극복하고 이틀만에 마라톤을 뛰어야 하니 여간 부담이 되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야 농담을 하지만 그야말로 11월 5일 뉴욕 대회당일 까지 긴장감은 팽팽한 풍선과 같은 지경이었다.
우리는 fun run을 하러 리무진 버스로 국제연합빌딩으로 향하던 중 갑자기 일행 한 명이 이번 대회의 결과를 예측해 애기를 했다. 서울마라톤에서 1위를 한 최 명섭씨가 1위, 김 완기선수가 2위를 할 것이란 예상을 하는 것이 아닌가? 순간 찬물을 끼얹은 것 같은 침묵이 버스에 흘렀다. 그는 그냥 지나가는 말로 한 것인데 가뜩 긴장한 우리들에게 끝없는 침묵에 빠지게 했다.
그때 나는 김 완기 선수의 얼굴을 보았다. 뭘로 설명할 수 없는 그런 표정이 그의 얼굴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리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며 창 밖으로 시선을 떨군다. 그 한마디가 그에게 상처를 준 것일까, 아니면 분명히 그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나의 편견이었다.
대회 당일 우리는 자신과의 경쟁을 하느라 서로를 바라볼 여지가 없었다. 그저 바람을 가르고 목표를 향해 달려갈 뿐이다. 이윽고 도착한 피니쉬 라인을 통과하자, 함께 참가한 동료들의 시선을 나눌 수가 있었다. 경기후 후리가 모이는 장소에 도착하자 김 완기 선수가 웃으면서 나에게 박수를 쳐준다. 처음보는 활짝 웃는 모습이었다. 내가 오히려 화들짝 놀랄 정도 였다.
이튿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에서 합류한 금풍도사가 워싱턴 포스트 마라톤 특집판을 사들고 버스에 올라타며 한마디 한다."김 완기 선수 2시간 34분 12초로 전체에서 76위를 했습니다. 최 명섭 선수도 2시간 40분으로 125위...,..."특유의 맑은 표정으로 그들을 격려한다. 모두 박수 치며 환호를 해댄다. 그 동안 우리는 긴장된 침묵 속에서 김 완기 선수의 재기를 그토록 바랬었구나 하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이었다.
역전의 미학, 이는 참으로 인간들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기쁨 중에 하나일 것이다. 누구든 보통 한계를 넘어서는 모습을 보면 짜릿한 감동을 받는다. 일상이 주는 진부함을 그 반전이나 극복이란 단어 속에서 실현해 보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환호도 한 순간, 나는 그가 과연 재기를 한 것인가 스스로 반문을 해 보았다. 세계기록은 2시간 05분 42초 김 완기선수의 것은 그보다 19분이나 늦은 상태이다. 과연 성공한 것인가? 솔직히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이것도 한 인간이 갖는 일상적 편견이었다...
만일 내가 귀국할 때 옆자리에 김 완기 선수와 같이 함께 앉아 오지 않았다면 일반인들이 그렇게 느꼈듯이 나는 그가 재기를 못했다고 종지부를 찍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와의 운명적 만남은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얘기했듯이 유명 스타였건 현재의 스타이건 간에 그 이들과의 만남은 어색하기가 짝이 없다.
가벼운 얘기부터 나누다 보니, 어느새 그의 깊은 과거로의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그가 기억해 내는 말마다 깊은 한숨과 설움이 묻어 있었다. 4시간 동안의 시간여행에서 발견한 소중한 점은 항간에 들리는 소문들이 그에게는 큰 의미로 작용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황영조와 이봉주의 등장이 그의 은퇴의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그의 복귀가 그가 못 이룬 꿈의 대상이 "황 영조도 하고, 이 봉주도 했는데, 나라고 못할 게 없지 않느냐"에서 출발하고 있지 않다는 점과, 더욱이 그의 몸무게가 84kg까지 늘게 된 것이 단순한 사업가로서의 자그만 성공(?)에 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은퇴 후 김완기 선수에게는 영원히 잊을 수 없는 뼈아픈 상처가 있었다. 은사와 가장 친한 친구와 가족간의 배신 마저 견뎌내야만 하는 인고의 시절이었다. 내 자신이 그것을 알면서도 일일이 표현하지 못 하는 것을 독자가 양해해 주었으면 한다. 내가 완기의 눈물을 통해서 그의 순수성을 믿었듯이 말이다. 더 이상 표현하면 스타가 아닌,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은사와 친구와 가족을 빼 놓으면 과연 인생에서 무엇이 남아 있을까? 그 처절함의 앞에는 황 영조,이 봉주선수의 쾌거도 큰 의미가 될 수 없었다. 그렇게 완기는 2년여 동안 완벽하게 사회로부터 등을 돌린다. 모두에게 잊혀져 가고, 자신 마저 포기한 상태에서, 어느날 김 완기씨는 인생에서 가장 처절한 모습을 아내에게 읽히게 된다. 2층에서 계단을 장애자 마냥 내려오자 그의 아내는 눈물을 글썽이며 얘기한다. "당신이 예전의 마라토너 맞어..." 남들이 모두 잠든 기내에서 이 이야기를 전하면서 눈물을 토하고 만다. 공유할 수 없는 슬픔이지만 나의 볼에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내의 그 한마디에 김완기 선수는 기나긴 악몽에서 깨어나게 된다. 그리고 고요한 출발을 시작했다. 발자국마다 예전에 비해 수 십배의 고통을 옮겨야만 했다. 그리고 64kg의 몸으로 뉴욕마라톤에서 쾌거를 이룩했다.
기업이나 언론은 잘 나가면 갖은 아양을 떨며 지원을 하지만, 잘못하면 여지없이 칼날을 대는 것이 우리네 현실이다. 당사자 자신의 능력이나 의지에 상관없이 그를 도태시켜버린다. 한계에 도달했다며...
과연 한계란 무엇인가? 왜 우리 나라 사람들만이 그토록 빨리 한계를 맞이해야만 하는가? 은퇴와 복귀는 모두 그 잔인한 일상적 한계의 틀에서 결정 지워진다.
누구도 원하지도 않았지만 그는 삶의 막다른 골목에서 복귀를 선택했다. 물론 화려한 재기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자신의 최고기록인 2시간 8분 34초에도 이르지 못하고 영원히 2시간 30분대 마스터즈로 남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그의 재기를 소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가 전성기의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8kg의 살을 땀을 통해서 내 던져 버려야 한다. 그것이 한계라면 한계지, 지금까지 우리는 그의 처절한 방황에서 깨어남과 땀의 의지 표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박수와 지원을 해주어야 한다. 그는 이미 기업이나 언론에서는 잊혀진 인물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도 아내와 함께 새벽을 달린다.
이제 그의 재기의 역할은 풀뿌리를 지향하는 마라토너들의 몫이 되었다. 오히려 재기의 소중한 틀을 일반인들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 한번 인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도, 기업도 언론도 못한 일 들을 대중이 한 번 이룩하면 어떨까하는 마음이다.
과거는 항시 현실의 밑받침이다. 그리고 현실은 내일이라는 열차의 방향을 결정하는 시금석이다. 우리는 그와 함께 재기를 향한 내일의 열차 여행을 떠나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김 완기 선수는 우리에게 조차도 잊혀진 영웅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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