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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도전후 4년만의 완주 (울트라참가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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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영화 작성일07-11-21 11:17 조회59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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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8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 참가후기 --


내 핸드폰의 시계는 새벽3시를 넘어가고 있다. 조금만 더 이불자리의 따스함을 느껴보고 싶다. 어젯밤 10시30분부터 지금까지 잠을 설쳐댄다. 잠을 자야하는데 잠은 오지않고 자야한다는 생각과 잡념 또 오늘 달리기에 대한 두려움으로 뒤척이다 몽롱한 상태로 일어난다. 오늘은 제8회 서울울트라마라톤대회가 있는 날이다. 2004년 서울울트라마라톤에 처음 도전하여 20km를 못미쳐 나의 고질병인 왼쪽 장경인대통증으로 걷지도 못할 정도로 아파서 포기하고 작년에 아내와 같이 신청해서 나는 포기하고 아내만 완주했던 대회이다. 올해초 이 대회에 참가하고 싶어서 목표로 잡았고 나름대로 연습도 했지만 10월중 63km연습주와 중앙일보마라톤 완주후 다시 왼쪽무릎에 부상이 나타났다. 그래서 회사동료 및 지인들에게는 참가하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어제 아내는 뛰어보고 포기하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고 나의 무모한 도전에 용기를 준다.

A21 김영화. 오늘 나와 함께 할 배번호이다. 발가락에 테이핑을 하고 바셀린을 바르고 미리 준비한 대회복장을 입는다. 일기예보에 오늘 새벽 영하4도 오후 영상2도 바람이 강하단다. 그래서 한강의 강바람을 생각하여 귀마개와 장갑2개등 추위에 대비하여 옷을 여러겹 입는다. 오늘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내 무릎이 언제까지 버텨줄까, 한강에서 계속 걷는 건 아닌지…. 이 모든 두려움이 우울하게 한다. 아내가 차려주는 밥을 먹으면서 두려움을 감추려고 짜증을 내본다. 미안한 마음이다. 미안해요하고 마음속으로 말해본다.

아내에게 아침 먹기전에 포기하고 집에 올께라고 농담하면서 가을이 얼굴을 보고 집을 나선다. 바람과 날씨가 장난이 아니다. 대회복장위에 바지와 잠바를 입었는데도 춥다. 에이 오늘 엄청 고생하는 거 아냐하고 대회참가를 후회해 보지만 택시는 나를 올림픽공원에 내려놓는다. 대회장에는 벌써 많은 참가자들과 자원봉사자,스탭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천막안에서는 많은 참가자들이 순두부와 주먹김밥 등으로 요기를 하고 있다. 그곳에서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회장님께서 손수 나르시는 따뜻한 순두부국물을 받아들고 몸을 녹인다. 체온보호를 위해 커다란 비닐봉지 두개를 뒤집어 쓰고 반환점에서 갈아입을 물품과 대회본부에 맡길 것을 맡긴다. 5시정각에 출발이지만 추워서 그런지 스트레칭을 하는 참가자는 많지 않다. 출발선에 오늘 하루를 같이 할 600여명의 참가자들과 같이 벌벌 떨면서 출발을 기다린다.

출발신호와 함께 참가자들이 올림픽공원 평화의 문을 출발하여 성내천으로 흘러간다. 오늘 날씨를 말해주듯 주로에는 얼음이 언 곳이 여러군데 있고 어제 비와 바람에 낙엽들이 많이 떨어져 있다. 무릎부상을 염려하면서 1km당 7분속도를 유지하면서 달린다. 많은 달림이들이 내는 발소리와 체온유지를 위해 입은 비닐봉지의 소리만이 새벽어둠의 정적을 깨우면서 오늘의 장정이 시작된다. 처음 구간인 성내천과 광진교구간은 내가 많이 달려보고 연습하는 곳이라 편안한 마음이다. 서울아산병원둑방 한강공원진입시 4km표시가 보이고 내리막에서는 무릎을 염려하면서 천천히 걷는다. 오늘은 아프면 걷고 괜찮아지면 다시 뛰는 방식으로 달리고 너무 아프면 포기하자고 생각했기에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한강으로 들어서자 바람이 강하다. 급수대에서 약간을 물을 마시고 광진교로 향한다. 다행히 뒤에서 바람이 불어 편하다.

광진교반환점을 돌아서면서부터 한강의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맞바람으로 변하여 갈길을 힘들게 한다. 어두운 주위, 강한 바람에 앞이 잘보이질 않고 앞사람만 보면서 따라간다. 잠실에서는 바람이 너무 강하여 바람을 헤치고 나가기가 너무 힘들다. 장갑도 끼고 롱타이즈도 입었지만 손과 다리가 너무 시리고 춥다. 거기다가 무릎에서 벌써 이상신호를 보여 걷는다. 그리고 조금 나아지면 다시 또 천천히 뛴다.

두번째 급수대에서 김밥과 음료를 섭취하고 양재천으로 들어선다. 양재천은 바람이 불지 않아서 조금 나은 것 같다. 그러나 내 무릎은 계속 나를 멈추게 하고 나는 다시 뛰기를 여러 번하여 15km를 지난다. 1시간 44분. 거의 7분대속도이다. 나도 다른 참가자와 같이 이야기를 나누면서 달리고 싶지만 뛰다걷다를 반복해야 하기 때문에 같이 달릴수가 없어서 같이 무리를 지어 달리는 사람들을 볼때는 부럽고 내자신이 외롭다는 생각을 한다. 양재천 반환을 돌아 급수대에서 비닐봉지 하나를 벗어 버린다. 한강을 향해 달리는데 태양이 떠오른다. 갈대와 날으는 새들 양재천의 아침이 새삼 아름답게 느껴진다. 지금까지 왼쪽무릎에 힘을 줄이기 위해 오른쪽다리에 힘을 주어서인지 오른쪽무릎도 아파온다. 겨우겨우 급수대가 있는 한강까지 나온다.

다시 한강으로 나오니 여전히 바람이 강하고 차다. 여기서 멈춰야 하나? 28km정도왔고 3시간정도 달렸다. 추위와 양 무릎에 찬 압박벨트때문인지 피가 잘 통하지 않는 듯 하다. 스트레칭을 하고 음식과 물을 섭취하고 준비한 카보샷(영양보충제)을 먹는다. 다시 가는데까지 가보자는 마음으로 여의도를 향해 달려나간다. 급수대와 달리는 도중에 만나는 자원봉사자분들이 외쳐주는 화이팅과 힘 덕분에 계속 달릴 수 있는 것 같다. 여의도가기전 급수대에서 한 봉사자분이 날씨가 너무 추워 가스가 얼어서 따뜻한 물을 줄수 없다고 매우 미안해 하신다. 내가 더 미안하다. 너무 고생하시는 것 같아서. 바나나와 멜론이 있으나 추워서 손이 잘 안간다. 고맙습니다하고 말하며 다시 달린다. 중간중간 사진도 찍으면서 여의도에 갈 무렵 63km참가자들이 돌아오고 있다. 얼마나 좋을까. 나는 저들보다 40km나 더 남았는데.

63빌딩을 지나 급수대에 도착하니 40km가 조금 넘은 듯하고 시계는 5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 따뜻한 물을 급수하고 다시 달리는데 이번에는 배가 아프다. 추위와 찬음식으로 배에 무리가 있는 듯하다. 화장실에 들러 쉬면서 볼일을 본다. 당산철교를 지날무렵 100km선두가 보인다. 어라 뭐가 이렇게 빨라? 정말 대단히 빠르다. 나보다 약30km정도는 앞서 있는 것이다. 안양천입구 급수대에서는 북을 두드리면서 참가자들에게 응원을 해준다. 저멀리 안양천을 갔다오는 달림이들이 보인다. 부럽다. 나보다 1시간반정도 빠르다. 간단히 김밥과 이온음료를 섭취하고 안양천을 향해 나아간다. 안양천도 양재천처럼 바람이 안불어서인지 따뜻한 것처럼 느껴진다. 조금 지나 50km표시가 보이고 6시간이 가까워 온다. 이제 반 지났다. 이제 무릎뿐만아니라 체력도 바닥이 난 듯하다. 1km를 달리지 못하고 여러 번 쉰다. 숨도 가쁘다. 다시 한강으로 향하는 중 일본인 여성분이 마지막주자인 듯 뒤에는 119구급차가 뒤따라온다. 그러나 그 여성분은 웃는 표정으로 지나치는 달림이들에게 화이팅을 외쳐준다.

안양천을 나와 다시 한강으로 접어들면서 또 한강 맞바람에 힘들어 한다. 65km반환점에는 전복죽이 있다. 이 전복죽은 서울울트라마라톤을 알고부터 정말 먹어보고 싶은 음식이었다. 지금 5km의 직선 한강주로를 달리면서도, 강바람에 힘들어 하면서도, 몸은 많이 지쳐있으면서도 반환점까지만 가자고 생각한다. 단지 전복죽 때문에. 반대편 달려오는 달림이들이 정말 부럽다. 저들은 반환점에서 쉬고, 옷과 신발을 갈아입고, 특히 전복죽을 먹고 오는 것이다. 쉬다 걷다 뛰다하여 8시간정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자원봉사자분들이 분주히 달림이들에게 전복죽을 주시고 배번호를 확인하여 출발지에서 맡겨 놓은 물품을 찾아준다. 나도 전복죽을 두그릇먹고 물품을 받아든다. 내가 여기까지 와서 이 물품을 받을 줄은 정말 몰랐다. 당연히 중간에 포기할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리기복장을 갈아입지 않고 젖은 양말만 갈아신는다. 발가락 사이사이가 모두 물집이고 오른발가락에는 핏물집이 들었다. 계속 달리면서 오른쪽에 힘을 주어서 발가락이 눌린 듯 하다. 자원봉사자 한분께 핸드폰을 잠깐 빌려서 아내에게 전화한다. 많이 걱정하고 있었단다. 너무 걱정말라고 말하고 자원봉사자분들께 고맙습니다하고 말하고 다시 출발…

이제 가기만하면 된다. 그래서인지 몸은 조금 가벼운 듯하다. 또한 뒷바람을 맞으니까 수월하게 달릴 수 있다. 그러나 달릴때마다 발과 다리의 통증은 어찌할 수가 없다. 저 멀리 여의도의 63빌딩과 쌍둥이빌딩이 보인다. 그래 우선 저기까지 가자하면서 힘을 내 본다. 날씨가 추워서 한강에 나온 시민들이 많지 않지만 비닐봉지를 입고 달리는 사람들은 보고 이상한 듯 쳐다본다. 그러나 그런 것을 신경쓸새없이 나는 달리고 있다. 어느 덧 여의도에 도착하여 급수대에 들른다. 추워서 과일보다 김밥이나 떡을 먹고 따뜻한 음료로 몸을 녹인다. 이제 남은 거리 20여km. 어느 덧 시계는 10시간을 향해 가고 있다.

달리면서 만나는 응원자원봉사자분들, 급수대에서 만나는 자원봉사자분들. 돌아오는 주로에서 이 분들을 만날때마다 꼭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다. 정말 오늘 지금도 달리면서 느끼지만 이 분들의 노고가 아니면 어떻게 달릴 수가 있으랴하는 마음이 앞선다. 달리기가 자기자신과의 싸움이라 말하지만 이런 응원으로 그 싸움에서 이기리라 생각한다. 제2관문을 통과하고 반포대교를 지나 85km표시를 지나니 10시간 30분정도시간이 지난다. 이제 거의 끝나간다는 생각에, 결승선에 나를 응원해주는 사랑스런 가족이 있다고 생각하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그래도 마지막을 조심하자하며 무릎통증에 신경쓰며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간다.

90km를 지나 급수대에서 따뜻한 물로 급수를 하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마지막 몸상태를 확인한다. 그리고 힘을 내보자고 나의 발과 나의 다리에게 부탁한다. 그리고 잠실종합운동장을 보면서 잠실로 들어선다. 오늘 새벽 잠실을 달려올 때는 언제 다시 이 곳을 오나하고 걱정하였는데 이렇게 다시 달리고 있다. 오늘 한강을 달리면서 한강이 아름답다란 생각을 여러 번 한다. 저기 멀리 서울아산병원이 보이면서 95km를 지난다. 11시간 40분정도이다. 아산병원둑방길 아래 급수대에서 마지막 급수를 하고 오늘 하루종일 나의 체온을 지켜주었던 비닐봉지를 벗고 옷을 단정히 입고 결승선이 있는 올림픽공원으로 향한다.

아산병원둑방길을 지나 성내천길을 거쳐 올림픽공원으로 진입한다. 이제 남은 거리 2km. 오늘 새벽 이 길을 나설 때는 두려움으로 가득찼는데 지금은 해냈다는 자신감으로 가득차다. 저 멀리 음악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저 멀리 아내와 가을이가 보인다. 가을이의 손을 잡고 결승선으로 달려간다.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끼며 멋진 포즈를 지으며 결승선으로 골인. 멋진 사진 또한 기대해 본다. 시계를 보니 12시간12분을 넘은 듯하다.

결승선을 지나자 자원봉사자분들이 완주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대형타올로 감싸준다. 그리고 신발에서 칩을 떼고 식권을 준다. 너무 배고파서 옷도 갈아입지않고 따뜻한 국밥에 몸을 녹인다. 아직도 한강에서 달리고 있는 달림이들을 생각하면서 무사히 완주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잠시 평화의 문을 쳐다보고 집으로 향한다.

오늘 새벽부터 저녁까지 달리면서 많은 것을 생각했다. 가족, 친구, 인생, 목표…. 오늘은 내 인생에서 정말 멋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을 살아가면서 생각하자. 집에와서 100km완주선배인 아내가 던진 한마디. ”내년에 같이 완주하자.” 오늘만은 내년을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러나 정말로 내년에 같이 완주하고 싶다.

서울울트라마라톤관계자분들, 급수대에서 달림이들을 위해 급식 및 급수로 하루종일 고생하신 자원봉사자분들, 주로에서 달림이들에게 힘내라고 힘을 외쳐주신 분들, 그외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 모두 고맙습니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감명깊은 달리기를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언젠가 저도 다른 달림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달림이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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