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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서>서가도 <기>다려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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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송민석 작성일07-08-17 05:30 조회60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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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길, 아름다운 사람들을 원없이 만났습니다.
연이어 축축했던 길이 거짓말처럼 뽀송해지던 아침을 이제야 아름다웠노라고 조용히 불러 봅니다. 웃으며 지났던 많은 얼굴들, 스스럼없이 다가가 해맑은 얼굴로 고갤 끄덕여도 이내 반가운 친구가 되었던 그 순간들을 그리움이라고 호명해 봅니다. 애초에 기록이 아무 의미없는 길을 떠나며 참으로 많은 걱정을 했습니다. 출발한 곳으로 무사히 돌아와 집으로 가는 길이 편안할 수 있을런지...

흐릿한 시야가 서서히 그 촛점을 찾아가는 길 위에서 끈을 조인 운동화에게 한마디 건넵니다.
"오늘은 비틀대지 않고 웃으며 달려볼께."
그리 길지 않은 이력에 게으른 연습으로 대회마다 헐떡였던 제 호흡과 무던히도 두서없이 뒤엉켰던 발길에 짜증 많았을 런닝화와 가볍게 손을 잡고 출발선을 떠납니다.

이상한 날씨가 오랫동안 사람들의 모습을 구겨놓았었지요. 예고없이 찾아든 빗방울로 말소리마저 눅눅하게 거리를 떠돌던 8월이었습니다. 그랬죠. 모두들 빗소리를 불안해했습니다. 잔뜩 심술난 악동처럼 달려드는 한여름의 거센 빗줄기를 걱정했습니다. 아침이 밝고 지하철을 타고 비로소 드문드문 햇살의 여린 기운이 펼쳐감을 보면서 조금씩 놓여가는 발길을 재촉했습니다.

햇살이 따가워지는 8월의 한복판을 가로질러 온 많은 사람들의 가벼운 발길과 환한 웃음을 따라 무거운 발자국을 떼어 봅니다. 이른 시간 채 눈을 뜨지 못한 동물들의 텅빈 우리를 지나거나 햇살에 달아오르는 지열을 따라 서둘러 물 속으로 달려가는 곰들, 나름의 목소리로 길을 열어주는 이름모를 많은 새들의 길을 따라 기나긴 여로는 조금씩 간격을 좁힙니다.

꼴찌와 선두가 하나되는 대회입니다. 엄청난 괴력으로 언덕을 오르는 그들과 야트마한 경사에도 가뿐 숨을 몰아쉬는 저 사이와의 거리는 한 뼘입니다. 그래도 한 바퀴 이상을 멀어져가는 그들을 온전히 용서하진 못합니다. 하지만 이내 길 옆에 늘어선 많은 자원봉사자 여러분들의 환한 웃음으로 그들의 육중한 발자국을 덮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환히 웃을 수 있는지요. 물컵을 건네며 바가지로 뒷목을 적셔주며 혹은 몇 개의 수박과 앙증맞은 토마토 몇 알을 소중하게 준비하는 그들의 아름다운 미소를 아마도 오랫동안 잊을 수 없을 터이지요. 매번 다가설 때마다 진심의 웃음을 보여주셨던 그 분들의 따뜻한 손길로 5시간을 넘어선 제 발길도 어느새 마지막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길 위의 사람들.
내리막에 달려보다가 언덕에선 이내 발길을 접고 걸어가며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창원에서 올라오신 여자분은 같이 가자고 해놓으시고선 저보다 먼저 골인하셨습니다. 그리고 세월의 연륜이 보기좋게 쌓여가시는 어르신은 사람좋은 웃음으로 덕담을 주십니다. 변변치 않은 주력으로 앞서기가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마지막 언덕이 깁니다.
앞서가는 제또래의 낯선 얼굴과 몇 마디 나눕니다. 지나고 보면 그대로 선문답입니다.
"이렇게 서서가도 기다려 줄까요?"
"그러니 혹서기겠지요."
"..."

이렇게 며칠이 지나고나서야 그 말의 의미를 찾아갑니다. 저보다 뒤미쳐 돌아와 빨간 카펫을 지나치신 많은 분들도 이젠 그 날을 웃으시며 얘기하시겠네요. 저 역시 이세상 가장 아늑한 품속인 집으로 돌아와 이젠 과거의 한 지점이 되어버린 땡볕 아래의 8월 11일을 조용히 되짚어 봅니다. 그리고 미소지어 봅니다. 그리고 한마디,

'이세상 가장 힘든 길을 가장 아름답게 달려보았'노라고

조용히 던져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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