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만 상사호야, 네가 무엇이간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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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7-08-13 00:00 조회50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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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상사호야, 네가 무엇이간디....
- 8 월 11 일 순천만 울트라 마라톤 100km 사전주 참가기 -
상사호를 칭하는 상사라는 단어의 한문으로 된 글자가 무엇인지 주로 내내 표지판과
거리의 상점 이름, 때로는 길바닥의 낙서 한 줄이라도 살피고 살폈지만 단 한군데도
이 지명을 한문으로 써 놓은 데는 없었습니다. 새로 접해보는 지명이나 동네 이름,
혹은 사람의 성명 삼자를 접할 때, 고것이 한문으로 어떻게 쓰는지를 알아야만 할 것
같은 쫒기는 마음, 아마도 나는 못 말리는 구세대인가 봅니다.
순천만 울트라 마라톤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그렇게 잘 써 먹고 계시는 울트라 마라톤
주로의 상사호 절경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것만 잘 보고 오면 되었지 쓰잘 데 없이
그 어원을 궁금해 하고 있는 내 정신이 조금은 이상하다 하겠으나, 실은 지금 내가
뛰고 있는 이 순천만 울트라 100 km 사전주가 내 힘에 부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몸이 많이 무거워 자꾸만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려고 했지요.
종단을 끝내고 피로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다시 100 km 를 뛰는 것은 아직은 무리
인 걸로 어제 이곳 순천에 도착 할 때부터 강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그러나
어쩌겠어요? 순천만 사람들이 좋아 대회, 그것도 제 1 회 대회에 제가 안 오면 금방이
라도 내 엉덩이 어디 살 한 점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그래서 뛰기로 작정하고 불원천리
차를 몰아 이곳 순천으로 내려왔지요.
순천을 사랑하시는 도합 18 분의 사전주 출발이 본 대회 시간에 맞춰 늦은 6 시에 이루
어지고, 무리가 시내를 벗어나 순천만 갈대숲 비포장 흙길을 지날 때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와, 바로 이거다 !
갈대의 키는 사람 키보다 훨씬 더 컸습니다. 잎사귀는 무성해서 갈대숲으로 반 발만 발을
들여놓아도 사람의 흔적을 홀라당 감춰버릴 정도였습니다. 그 사잇길을 따라 인적이 끊긴
비포장 흙길을 달리는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그 유명한 순천만 갈대숲의 낭만과 그 사이를
관통하는 외길 전봇대의 전깃줄이 토해내는 태풍 직전 강풍의 외마디 비명 소리, 그리고
이것들이 마악 저물어 가는 석양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었습니다. 이 갈대
숲 어디에서 눈이 맞은 두 청춘남녀가 이제 해서는 안 될 배꼽을 맞추고 있지나 않는지
음흉하니 두 귀를 쫑그려보지만 어림없는 일. 갈대는 그 두 청춘남녀편인 것을....
흐느작, 흐느작, 요리조리 갈대 잎 홑이불로 이 두 남녀의 히멀건 나신을 감춰주려고 용을
쓰고 있습니다.
이 때만해도 아직은 좋았지요. 갈대숲의 낭만도 찾아보고, 두 청춘 남녀의 꽈리튼 나신도
상상하고, 달빛을 받아 아른거리는 희멀건 엉덩이의 원초적 체조도 상상하며...
그리고 그렇게 한참이나 이어진 순천만 울트라 마라톤 코스는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일부러 시골길 왕복 2 차로만을 선택한 듯 길은 조용하고 주위는 적당히 어둡고 어느 곳은
너무도 차량의 왕래가 뜸해서 길가 농가의 대나무 줄기가 도로 한가운데까지 뻗쳐나와
긴 곡선을 드리운지가 적어도 달포는 된 듯 싶었습니다.
그러더니 조금씩 하늘의 시커먼 먹장구름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무슨 꿍꿍이 작태를
연출하는가 싶더니 굵은 장대비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알았습니까? 이 비가
대회 시작 그 다음 날까지 이어질 줄은... 상사호고 나발이고 다 잊었습니다. 그냥 쏟아지
는 폭우에 두 눈만 빠곰히 하고 그저 어서 날이 새고 이 고통이 끝나기만을 바랄 수밖에요.
정말이지 주자 16 명과( 두 분은 몸 상태를 이유로 중도 포기 ) 꼬박 밤을 새우신 조직위원
들과 자원봉사자분들 ( 중포하시고는 집으로 들어가시지 않고 나머지 길 내내 자원봉사
를 하시며 새벽까지 밤을 꼬박 세우시던 고마우신 분들 ) 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으면
저도 피로 누적을 이유로 나머지 거리를 포기 했을 상황이었습니다. 조직위원들과 자봉
분들의 도움은 정말로 헌신적이었습니다.
이 분들은 단 일분도 눈을 붙이지 않으시고 주자들을 따라 그림자처럼 이동하셨고, 길바닥
의 주로표시는 정말로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들고 간 코스 설명서는 단 한 번도 펴보지 않
았으니까요.
지치고 , 힘들고, 그러면 항상 하던 버릇대로 이놈의 울트라 정말로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혼잣말이 몇 번 반복되는 성 싶더니 동녘 하늘이 히뿌옇게 꽃 다방의 마담 담배
연기만큼 뿌옇게 변했습니다. 아, 그러더니 얼핏 보이기 시작하는 게 호수물이었습니다.
이게 말로 듣던 상사호이구먼요.
그 때부터 오른 손, 밥 먹는 손 쪽 호수를 바라보며 울트라 길이 이어졌습니다.
굽이굽이 다가갔다가는 조금 멀어지고, 많이 보였다가는 나무에 가리어 조금만 보이고,
그런가 하면 호수를 옆에 놔두고 산골짜기 능을 따라 산 안 쪽으로 기어들어갔다가 또 다시
물 가장자리로 나오는 길이 이어졌습니다. 시간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몸은 이미 울트라 벽
을 만나 다리가 굳어진 상태이었습니다만, 나는 이 호수를 보듬고, 훔쳐보고, 핥아보는 나름
의 시간을 음미했습니다. 간밤에 가로수를 뿌리째 날려버린 태풍의 흔적이 곳곳에 널부러
져 있었지만 상관치 않았습니다. 지금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으니까요.
상사호와 그 주변 산의 모습은 폐일언하고 그냥 평범했습니다.
화려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우아하고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흔한 호수가, 저수지 근처 외국 양식의 겉모양 반지르한 음식점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뭐랄까? 그냥 평범한 시골의 서른 막 넘긴 아낙같은 분위기 였습니다.
분을 바르지도 않고 물론 입술연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익은 복숭아처럼 볼그레한 홍조가
볼따구니에 있는, 적당히 두툼하게 발겨진 입술이 색감을 돋우게 하는 그런 묘한 아름다움
이 있었습니다. 호수에 발을 담그고 드리워진 산의 능선은 부드러웠습니다. 아마도 흉한
모습의 산골짜기는 이 호수에 몸을 담그지 말라는 신령의 계시가 있었는지, 하나 같이 그 모습들이 유순해 보였습니다.
호수를 이루는 곡선도 그러했습니다. 한결같이 요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요염한 곡선
의 소유자는 이 호수에서 추방되었나 봅니다. 호수에 몸을 담근 산의 능선들은 하나도 모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산줄기는 그것이 호수와 맞닿은 부분이 너무나 유해서, 이런 모습
으로 다가왔습니다. 햇살 따가운 가을 날, 김장배추 다듬으려고 퍼 벌리고 앉은 동네의 젊
은 아낙의 베적삼과 연분홍 치마 사이에 드러난 허연 등 아래 허리 곡선, 눈꼽만큼만 더
내려가면 금방이라도 푸짐한 두 쌍봉과 그 둔부를 나누는 크래바스가 보일 것 같은 농익은
삼십대 아낙의 육체 일부가 고스란히 보일 것 같은 곳도 있었습니다.
호수를 내려다보는 주변 산의 형상은 더 더욱 평범했습니다. 산의 꼭대기나 능선 그 어느
곳에도 발톱을 드러내는 바위가 없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육산이었습니다. 그러나 호수를
내려다보는 맨 앞의 산과 바로 그 뒤의 산의 모습은 하나같이 뾰족산이 없이 무엇인가 둔기
에 얻어맞은 것 같이 정상이 부어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만일 내가 전설을 하나 지어낸다
면 이 호수에 보름 날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목욕을 하는데 주변 산들이 이 천사의 목욕
나신을 훔쳐보려고 서로서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누군가에게 된통, 두더지 잡기 방망이로 얻
어 맞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상하게 모든 산의 꼭대기는 얼마만큼씩 부어 있었습니
다. 거참 모르겠대요.
친애하는 제 1 회 순천만 울트라 마라톤 100km 대회 참가자 여러분,
이 유명한 상사호 모습을 저는 더 이상 보지 못했습니다.
저처럼 불순한 사람에게는 더 이상 호수 관람 자격이 없는 모양입니다.
갑자기 벼락같이 하늘이 더 시커머지더니 또 한바탕 폭우가 거센 바람과 함께 휘몰아
쳐 왔습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내리는 비를 즐기며 우의 입기를 꺼려하고 버텨왔으나,
이 비에 두 손을 들고 메고 있던 배낭에서 급히 우의를 꺼내 걸쳤습니다.
그리고 상사호의 아름다운 상상은 막이 내려졌습니다.
여러분, 그 다음은 여러분 몫으로 남겨놓겠습니다. 부디 본 대회인 9 월 8 일을 잘 기억
하셨다가 상사면 일원의 상사호를 지나실 때 여러분의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상상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만큼 나머지 10 km 마지막
구간의 질주가 쉬워질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3km 정도 구간의 순천 아우토반 질주는
가진 힘을 다 소진 한 후 맛볼 수 있는 울트라 마라톤만의 진수가 여러분을 기다릴 것
입니다. 어제처럼 뇌성 폭우가 동반되면 더 더욱 좋구요.
춘포
박 복진
- 8 월 11 일 순천만 울트라 마라톤 100km 사전주 참가기 -
상사호를 칭하는 상사라는 단어의 한문으로 된 글자가 무엇인지 주로 내내 표지판과
거리의 상점 이름, 때로는 길바닥의 낙서 한 줄이라도 살피고 살폈지만 단 한군데도
이 지명을 한문으로 써 놓은 데는 없었습니다. 새로 접해보는 지명이나 동네 이름,
혹은 사람의 성명 삼자를 접할 때, 고것이 한문으로 어떻게 쓰는지를 알아야만 할 것
같은 쫒기는 마음, 아마도 나는 못 말리는 구세대인가 봅니다.
순천만 울트라 마라톤 대회 조직위원회에서 그렇게 잘 써 먹고 계시는 울트라 마라톤
주로의 상사호 절경이 어떻게 생겼는지 그것만 잘 보고 오면 되었지 쓰잘 데 없이
그 어원을 궁금해 하고 있는 내 정신이 조금은 이상하다 하겠으나, 실은 지금 내가
뛰고 있는 이 순천만 울트라 100 km 사전주가 내 힘에 부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몸이 많이 무거워 자꾸만 정신을 다른 곳으로 돌려 보려고 했지요.
종단을 끝내고 피로 회복이 덜 된 상태에서 다시 100 km 를 뛰는 것은 아직은 무리
인 걸로 어제 이곳 순천에 도착 할 때부터 강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그러나
어쩌겠어요? 순천만 사람들이 좋아 대회, 그것도 제 1 회 대회에 제가 안 오면 금방이
라도 내 엉덩이 어디 살 한 점 떨어져 나갈 것 같은데... 그래서 뛰기로 작정하고 불원천리
차를 몰아 이곳 순천으로 내려왔지요.
순천을 사랑하시는 도합 18 분의 사전주 출발이 본 대회 시간에 맞춰 늦은 6 시에 이루
어지고, 무리가 시내를 벗어나 순천만 갈대숲 비포장 흙길을 지날 때 나는 소리를 버럭
질렀습니다. 와, 바로 이거다 !
갈대의 키는 사람 키보다 훨씬 더 컸습니다. 잎사귀는 무성해서 갈대숲으로 반 발만 발을
들여놓아도 사람의 흔적을 홀라당 감춰버릴 정도였습니다. 그 사잇길을 따라 인적이 끊긴
비포장 흙길을 달리는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그 유명한 순천만 갈대숲의 낭만과 그 사이를
관통하는 외길 전봇대의 전깃줄이 토해내는 태풍 직전 강풍의 외마디 비명 소리, 그리고
이것들이 마악 저물어 가는 석양과 기가 막힌 조화를 이루어내고 있었습니다. 이 갈대
숲 어디에서 눈이 맞은 두 청춘남녀가 이제 해서는 안 될 배꼽을 맞추고 있지나 않는지
음흉하니 두 귀를 쫑그려보지만 어림없는 일. 갈대는 그 두 청춘남녀편인 것을....
흐느작, 흐느작, 요리조리 갈대 잎 홑이불로 이 두 남녀의 히멀건 나신을 감춰주려고 용을
쓰고 있습니다.
이 때만해도 아직은 좋았지요. 갈대숲의 낭만도 찾아보고, 두 청춘 남녀의 꽈리튼 나신도
상상하고, 달빛을 받아 아른거리는 희멀건 엉덩이의 원초적 체조도 상상하며...
그리고 그렇게 한참이나 이어진 순천만 울트라 마라톤 코스는 정말로 환상적이었습니다.
일부러 시골길 왕복 2 차로만을 선택한 듯 길은 조용하고 주위는 적당히 어둡고 어느 곳은
너무도 차량의 왕래가 뜸해서 길가 농가의 대나무 줄기가 도로 한가운데까지 뻗쳐나와
긴 곡선을 드리운지가 적어도 달포는 된 듯 싶었습니다.
그러더니 조금씩 하늘의 시커먼 먹장구름이 이리 몰리고 저리 몰리며 무슨 꿍꿍이 작태를
연출하는가 싶더니 굵은 장대비를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누가 알았습니까? 이 비가
대회 시작 그 다음 날까지 이어질 줄은... 상사호고 나발이고 다 잊었습니다. 그냥 쏟아지
는 폭우에 두 눈만 빠곰히 하고 그저 어서 날이 새고 이 고통이 끝나기만을 바랄 수밖에요.
정말이지 주자 16 명과( 두 분은 몸 상태를 이유로 중도 포기 ) 꼬박 밤을 새우신 조직위원
들과 자원봉사자분들 ( 중포하시고는 집으로 들어가시지 않고 나머지 길 내내 자원봉사
를 하시며 새벽까지 밤을 꼬박 세우시던 고마우신 분들 ) 의 헌신적인 도움이 없었으면
저도 피로 누적을 이유로 나머지 거리를 포기 했을 상황이었습니다. 조직위원들과 자봉
분들의 도움은 정말로 헌신적이었습니다.
이 분들은 단 일분도 눈을 붙이지 않으시고 주자들을 따라 그림자처럼 이동하셨고, 길바닥
의 주로표시는 정말로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들고 간 코스 설명서는 단 한 번도 펴보지 않
았으니까요.
지치고 , 힘들고, 그러면 항상 하던 버릇대로 이놈의 울트라 정말로 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혼잣말이 몇 번 반복되는 성 싶더니 동녘 하늘이 히뿌옇게 꽃 다방의 마담 담배
연기만큼 뿌옇게 변했습니다. 아, 그러더니 얼핏 보이기 시작하는 게 호수물이었습니다.
이게 말로 듣던 상사호이구먼요.
그 때부터 오른 손, 밥 먹는 손 쪽 호수를 바라보며 울트라 길이 이어졌습니다.
굽이굽이 다가갔다가는 조금 멀어지고, 많이 보였다가는 나무에 가리어 조금만 보이고,
그런가 하면 호수를 옆에 놔두고 산골짜기 능을 따라 산 안 쪽으로 기어들어갔다가 또 다시
물 가장자리로 나오는 길이 이어졌습니다. 시간상으로나 거리상으로나 몸은 이미 울트라 벽
을 만나 다리가 굳어진 상태이었습니다만, 나는 이 호수를 보듬고, 훔쳐보고, 핥아보는 나름
의 시간을 음미했습니다. 간밤에 가로수를 뿌리째 날려버린 태풍의 흔적이 곳곳에 널부러
져 있었지만 상관치 않았습니다. 지금도 비는 계속 내리고 있으니까요.
상사호와 그 주변 산의 모습은 폐일언하고 그냥 평범했습니다.
화려하고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우아하고도 상당히 멀리 떨어져 있었습니다.
그 흔한 호수가, 저수지 근처 외국 양식의 겉모양 반지르한 음식점 한군데도 없었습니다.
뭐랄까? 그냥 평범한 시골의 서른 막 넘긴 아낙같은 분위기 였습니다.
분을 바르지도 않고 물론 입술연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익은 복숭아처럼 볼그레한 홍조가
볼따구니에 있는, 적당히 두툼하게 발겨진 입술이 색감을 돋우게 하는 그런 묘한 아름다움
이 있었습니다. 호수에 발을 담그고 드리워진 산의 능선은 부드러웠습니다. 아마도 흉한
모습의 산골짜기는 이 호수에 몸을 담그지 말라는 신령의 계시가 있었는지, 하나 같이 그 모습들이 유순해 보였습니다.
호수를 이루는 곡선도 그러했습니다. 한결같이 요란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요염한 곡선
의 소유자는 이 호수에서 추방되었나 봅니다. 호수에 몸을 담근 산의 능선들은 하나도 모가
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산줄기는 그것이 호수와 맞닿은 부분이 너무나 유해서, 이런 모습
으로 다가왔습니다. 햇살 따가운 가을 날, 김장배추 다듬으려고 퍼 벌리고 앉은 동네의 젊
은 아낙의 베적삼과 연분홍 치마 사이에 드러난 허연 등 아래 허리 곡선, 눈꼽만큼만 더
내려가면 금방이라도 푸짐한 두 쌍봉과 그 둔부를 나누는 크래바스가 보일 것 같은 농익은
삼십대 아낙의 육체 일부가 고스란히 보일 것 같은 곳도 있었습니다.
호수를 내려다보는 주변 산의 형상은 더 더욱 평범했습니다. 산의 꼭대기나 능선 그 어느
곳에도 발톱을 드러내는 바위가 없었습니다. 그냥 평범한 육산이었습니다. 그러나 호수를
내려다보는 맨 앞의 산과 바로 그 뒤의 산의 모습은 하나같이 뾰족산이 없이 무엇인가 둔기
에 얻어맞은 것 같이 정상이 부어 있는 형국이었습니다. 만일 내가 전설을 하나 지어낸다
면 이 호수에 보름 날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목욕을 하는데 주변 산들이 이 천사의 목욕
나신을 훔쳐보려고 서로서로 고개를 내밀었다가 누군가에게 된통, 두더지 잡기 방망이로 얻
어 맞은 것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이상하게 모든 산의 꼭대기는 얼마만큼씩 부어 있었습니
다. 거참 모르겠대요.
친애하는 제 1 회 순천만 울트라 마라톤 100km 대회 참가자 여러분,
이 유명한 상사호 모습을 저는 더 이상 보지 못했습니다.
저처럼 불순한 사람에게는 더 이상 호수 관람 자격이 없는 모양입니다.
갑자기 벼락같이 하늘이 더 시커머지더니 또 한바탕 폭우가 거센 바람과 함께 휘몰아
쳐 왔습니다. 이 때 까지만 해도 내리는 비를 즐기며 우의 입기를 꺼려하고 버텨왔으나,
이 비에 두 손을 들고 메고 있던 배낭에서 급히 우의를 꺼내 걸쳤습니다.
그리고 상사호의 아름다운 상상은 막이 내려졌습니다.
여러분, 그 다음은 여러분 몫으로 남겨놓겠습니다. 부디 본 대회인 9 월 8 일을 잘 기억
하셨다가 상사면 일원의 상사호를 지나실 때 여러분의 아름다운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펴 보시기 바랍니다. 여러분의 상상이 아름다우면 아름다운 만큼 나머지 10 km 마지막
구간의 질주가 쉬워질 것입니다. 특히 마지막 3km 정도 구간의 순천 아우토반 질주는
가진 힘을 다 소진 한 후 맛볼 수 있는 울트라 마라톤만의 진수가 여러분을 기다릴 것
입니다. 어제처럼 뇌성 폭우가 동반되면 더 더욱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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