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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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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5-01-21 19:59 조회67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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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시각,

안녕하십니까.

서울
고덕 달림이
박 복진 입니다.

지금 시각,
침대 머리 사발시계의 자명종이 한 겨울 새벽 우리 집 안방의 정적을 깨며
울리기 직전입니다.

오랜 동안의 습관에 길들여진 내 몸은 자명종이 울리기 직전 이미 그 시각을 감지하고,
긴긴 겨울밤의 기분 좋은 숙면에서 깨어나, 마치 조금 후 들리게 되어 있는 자명종 소리를
마중이라도 나가려 하는 듯, 온몸에 묻어 있는 잠을 고른 호흡으로 가만 가만 밀어내고
있습니다.

따뜻한 침대 속의 온기가 상대적으로 바깥의 한 겨울 냉기를 더 질리게 만드는
오늘 새벽, 나는 잠에서 깨었으나 아직은 정신이 덜든 상태에서 눈을 감고,
가만히 자명종 소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두꺼운 이중 창문, 이중 커튼으로 외부와
완전 차단된 침실에 정월 한 겨울의 동장군 무게만큼이나 무거운 어둠이 나와 옆의
아내를 덮고 있습니다.

한 쪽 발을 가슴으로 당겨 무릎을 꺾고, 나를 감싼 이불 속에 커다란 공간을 만들어
봅니다. 남은 한 쪽 발의 발가락이 이불 속 바깥으로 삐져나와 이불 속 공기보다는
다소 차가운 실내 공기에 노출 됩니다. 순간적으로 발가락을 움츠리며 이불 속 안으로
발을 거둬드립니다. 어깨춤에서 벗겨져 내려간 이불을 끌어 당겨 다시 어깨를 덮어
봅니다. 두 손은 가만히 모아 가슴 위에 포개 놓고 다시 자명종 소리를 기다립니다.
이 작은 동작에 내 머리 아래 어깨 주변의 공기가 이불 속 바깥으로 다시 빨려 나오니
베개 위에 얹혀진 내 머리에 기분 좋게 차가운 실내공기가 한 움큼 훑고 지나감을
느낍니다.

앞으로 당겨 꺾어 세운 다리 한 쪽을 다시 내려 곧게 뻗어 봅니다. 다리는 이미 내려와
침대 위에 수평으로 뻗혀지고 내 몸을 덮고 있던 이불을 솟구치게 만들었던 조금 전
내 오른 다리의 지지대는 없어져 위로 불룩하니 불거진 이불 동산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합니다.

푸스스! 웃방 구석에 놓인 빈 쌀자루에서 바람이 빠지는 것 같은 소리가 나며
한 무더기 이불 속 바람이 두 어깨 위를 스쳐서 빠져 지나가는 게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다시 내려 뻗는 다리 동작으로 인해 허공에 걸렸던 신체의 무게가 침대 위에 수평으로
자리하며 배꼽아래 하초에 기분 좋은 느긋함이 가만히 번져갑니다.

굳이 리비도라고 까지 할 것은 없으나 언제고 있어왔던 건강한 아침의 보통 평범한
뇨의처럼, 그것은 잘 보존된 새벽의 숲 속 안개 시선 저쪽에 얼마간 존재하고 있음이
느끼어지기도 합니다.

영하 10 도에 얼어 엉겨 붙은 정월 대한 추위인 오늘 아침 새벽,
언제나 있어왔던 새벽뜀질을 위해 일어나기 직전 내 침대 속의 보드라운 따스함을
느낍니다. 나를 흡인하며 떠나기를 말리려 하는 침대의 갸륵하고도 도타운 온정을
느낍니다. 보송보송 적당히 버물려진 남은 피로가 새벽 기상을 망설이게 하는 내 육체의
진실함도 느낍니다.

그러자 그런 심각한 생각이 가당키나 하냐는 듯이 요란하게 울려대기 시작하는,
이제는 일어나야 할 시간임을 주인님에게 알리는 귀에 익은 충복, 사발시계의 금속성
자명종 소리가 새벽의 정적을 무자비하게 깨어 버립니다.

또 하루의 시작이 이어지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나의 변함없는 새벽 뜀질입니다.
언제나 신선한 내 하루의 생기를 불어넣어주는 마라톤,
오늘도 어김없이 내 하루의 시작 그 맨 앞에 서 있습니다.

서울
고덕 달림이
박 복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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