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마라토너 시인을 보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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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4-11-12 12:02 조회53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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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라토너 시인을 보라 !
안녕하십니까.
서울
고덕 달림이
박 복진입니다.
“ 어떻게? 내일 모레 한 번 내려 올 수 있어? 그 때 말한 것, 왜 있잖아?
맷돌이 얼쭈 모아졌다고 고가구 집에서 연락이 왔고만. 열 대 여섯 벌이
있다고 하니 그것 가지고 어느 정도는 충분하게 될 것 같은 대... 어떻게
이 참에 한 번 후딱 내려 올 판여 ? “
시인의 순수한 마음은 정말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남녘 땅 전주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시심을 가다듬고 사는 친구
K 시인의 전화는 또 한번 도심의 삶에 찌든 저에게 정신 좀 차리라고 양은
대야의 냉수를 홱! 뿌리는 것과 같은 놀램의 강도로 저에게 다가 왔습니다.
그냥 지나가며 내뱉은 헛말인지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군요.
올 봄이던가? 지난 해 가을이던가? 친구는 간단한 뜀질 복장이 들어있는 나일론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서울에 올라 왔습니다. 둘이는 미사리, 팔당으로 이어지는
한강변 뜀 길, 에스퍼란자스 흙길을 멋들어지게 뛰고 나서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길게 등에 지고 하룻밤을 위해 양평의 저의 농막으로 갔지요.
준비해 간 찬거리와 쉰 묵은 김치로 찌게를 맛있게 끓이고 밥을 해서 연꽃 잎사귀
만한 개다리소반 위에 올려놓고 들면서 끝을 모르게 이어지는 마라톤 이야기로
밤을 낚았지요. 하얀 격자무늬 창살에 방울방울 맺히는 농막안의 김서림에
손가락으로 낙서도 해 보며 등잔의 심지를 올리고 또 올렸지요. 네, 친구는 올해
처음 마라톤에 머리를 올리고 어느 사이 마라톤 예찬론자가 되어있었습니다.
달리는 시인이 된 거지요.
다음 날 아침 , 새벽같이 기상해서 산골 시골 마을 동네 고샅을 지나고 논길, 밭길을
지나 남한강 상류 강변까지 같이 달리며 새벽을 가르던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멋있었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뜀질을 마치며 다시 저의 농막 통나무 대문을 밀쳐
마당을 질러 들어오던 K 시인은 그 때 말했지요.
“ 여기 대문에서부터 저 위 데크 계단 밑까지 맷돌로 섬돌을 놓으면 참 좋겠구만,
이 잉? 이렇게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말고, 약간 휘게, 요리로 빼앵 돌려 갖고 저
계단 밑에서 둘이 만나게 놓으면 참 운치도 있고 좋을건디... 맷돌로 놓은 섬돌이라는
게 뭐 특출나게, 표 나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또 그것이 요상한 게, 그게 거기 마당에
있어서 은근히 멋도 풍긴다 이거지.....
대문에서 손님이 들어 올 때 단번에 일자로 쑥! 들어오는 게 아니고 약간 휘어서 놓은
섬돌을 즈려 밟으며, 아무리 반가워도 끓는 양은 냄비처럼 부글부글 서둘지 않고,
섬돌 한번 내려다보고, 또 반가운 쥔장 한 번 올려다보고 그러면서 천천히 다가가는,
뭐랄까? 아주 반가운 정을 조금씩, 조금씩 아끼며 내어 보이는 참 정이라고 할까?
그게 바로 서둘지 않고 진진하게, 절대로 경망과는 거리가 있는, 우리 조선 선비들의
여유가 아닐까....
내가 전주에 내려가면 내 아는 고물, 고서 수집가 양반한테 부탁해서 맷돌을 좀 구해
달라고 부탁 해 놓을 께... 그것들 다 준비되면 연락할 께 차가지고 한 번 내려와서
싣고 가 여기 이 마당에 내가 아까막시 이야기 한대로 한 번 깔아놓아 봐.. 썩 괜챦을
것이고만....잉? “
이렇게 해서 비 오는 수요일 차를 몰고 전주를 거쳐 맷돌이 모아진 부안 땅 어느
허름한 고서, 고물 수집상 가게를 K 시인과 함께 갔습니다. 심란스럽게도 가을비가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며 친구 K 시인의 바지가랑이를 적시고 있었습니다.
친구 K 시인은 말합니다. 고물 수집상 마당에 가지런히 모아져 새 주인을 기다리는
맷돌들을 살피며 철부지에게 이르듯 나에게 말합니다.
“ 여기 이리와 봐. 이 돌하고 이 돌은 같은 것 같지만 다르지? 어떤 것은 맷돌 암수
같이 짝이 지어졌지만 그것들도 다른 게 있어. 문양이 다르고, 색도 다르고.. 그렇지만
될 수 있으면 여기 지금 현재 짝 지어진대로 이렇게 왼짝, 오른짝 조옥 놓아봐!
큰 놈, 작은 놈 이렇게 엇갈려서 좌우로 놓으면 보기도 좋고... 어허!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닌 것이여! 여기 이 색깔도 봐, 이것은 푸른색이 나지? 이것이 좋은 것
이여, 청석이라고.... 지금이야 돌도 죄다 기계로 깍지만 그 때는 어쩠겄어? 그냥 동네
에서 그냥 솜씨 좀 있다는 사람이 정으로 하나, 하나 깍은거지. 이거 봐, 그러니까
이 맷돌 전부가 같은 게 하나도 없잖아. 문양도 그냥 질박허니, 세련미도 없고...
이놈 좀 봐. 이 놈은 여기 콩 집어넣는 구멍무늬가 위로 올라오게 그냥 놔도 되것
구만... 그치, 이잉? 거기 양평 농막 마당에 갖다 놓으면 좋을 것이고만, 이잉... “
“ .............. ”
이렇게 해서 저는 지금 내 농막의 마당에 섬돌로 묻을 맷돌 22 개를 차에 싣고
서울로 차를 몰아가고 있습니다. 조심해서 잘 올라가라는 친구의 가슴 찡한 우정이
담긴 작별인사를 가슴에 안고, 쉬익, 쉬익, 고속도로의 밤공기를 가르는 차 밖의 바람
소리에 나를 묻고 미동도 않은 채 운전대만을 꼬옥 쥐고 호남고속도로를 질러 서울로
서울로 향합니다.
친구 K 시인이 마당의 섬돌을 인용해 나에게 들려줬던, 바쁜 도시의 삶에서는 좀처럼
찾아 갖기 어려운 여유로움과 그 여유로움만이 생산 해 낼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착한
심성을 가만히 반추해 보며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 때 다시 내 손전화
가 울렸습니다. 전주에서 헤어진지가 좀 된 친구 K 시인이었습니다. 차를 몰면서 끊임
없는 상념에 빠져있던 저는 차량 안의 컵 받침대 위에 얹혀놓았던 내 손전화기를 들었
습니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친구 K 시인의 목소리는 이러했습니다. 도시의 촌놈이
미처 그 참 멋을 놓칠세라 걱정하며 맘이 놓이지 않아 당부하는 말씀은 이러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마당에 발 디딤돌로 갖다 묻는 맷돌 섬돌
몇 개에 쏟아 붓는 시인의 애정은 정말 어디까지 이던지요?
“ 거, 있쟎혀 ?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올라가서 바로 오늘 안 놓는 게 좋겄는디..
지금 캄캄한 밤에 놓다보면 아무래도 무늬나 문양, 색깔 등을 잘 못 맞출 것 같은디..
어쩔라고? 일단 그냥 갖다놓고 마당에 묻는 건 나중에 밝을 때 하면 어쩌까, 이잉 ??
바쁘다고 그냥 아무렇게나 패대기치듯 묻지 말고... 내가 올라가서 같이 하면 좋겄고
만... 어쩔꺼여, 잉? 내말대로 갖다만 놓고 나중에 묻을꺼여? 잉? 거 마지막에 실었던
곁에 양철 테두리 녹물 난 것, 그 녹물이나 내가 일러 준대로 클로루칼륨 오 천원짜리
한 병 사서 수세미로 깨끗이 딲아 놓고 나중에 밝을 때 묻어, 잉 ?? “
서울
고덕 달림이
박 복진
안녕하십니까.
서울
고덕 달림이
박 복진입니다.
“ 어떻게? 내일 모레 한 번 내려 올 수 있어? 그 때 말한 것, 왜 있잖아?
맷돌이 얼쭈 모아졌다고 고가구 집에서 연락이 왔고만. 열 대 여섯 벌이
있다고 하니 그것 가지고 어느 정도는 충분하게 될 것 같은 대... 어떻게
이 참에 한 번 후딱 내려 올 판여 ? “
시인의 순수한 마음은 정말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때가
있습니다. 남녘 땅 전주에서 후학을 가르치며 시심을 가다듬고 사는 친구
K 시인의 전화는 또 한번 도심의 삶에 찌든 저에게 정신 좀 차리라고 양은
대야의 냉수를 홱! 뿌리는 것과 같은 놀램의 강도로 저에게 다가 왔습니다.
그냥 지나가며 내뱉은 헛말인지 알았더니 그게 아니더군요.
올 봄이던가? 지난 해 가을이던가? 친구는 간단한 뜀질 복장이 들어있는 나일론
가방 하나 달랑 메고 서울에 올라 왔습니다. 둘이는 미사리, 팔당으로 이어지는
한강변 뜀 길, 에스퍼란자스 흙길을 멋들어지게 뛰고 나서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가는 석양을 길게 등에 지고 하룻밤을 위해 양평의 저의 농막으로 갔지요.
준비해 간 찬거리와 쉰 묵은 김치로 찌게를 맛있게 끓이고 밥을 해서 연꽃 잎사귀
만한 개다리소반 위에 올려놓고 들면서 끝을 모르게 이어지는 마라톤 이야기로
밤을 낚았지요. 하얀 격자무늬 창살에 방울방울 맺히는 농막안의 김서림에
손가락으로 낙서도 해 보며 등잔의 심지를 올리고 또 올렸지요. 네, 친구는 올해
처음 마라톤에 머리를 올리고 어느 사이 마라톤 예찬론자가 되어있었습니다.
달리는 시인이 된 거지요.
다음 날 아침 , 새벽같이 기상해서 산골 시골 마을 동네 고샅을 지나고 논길, 밭길을
지나 남한강 상류 강변까지 같이 달리며 새벽을 가르던 추억은 지금 생각해도 너무
멋있었던 아름다운 추억입니다. 뜀질을 마치며 다시 저의 농막 통나무 대문을 밀쳐
마당을 질러 들어오던 K 시인은 그 때 말했지요.
“ 여기 대문에서부터 저 위 데크 계단 밑까지 맷돌로 섬돌을 놓으면 참 좋겠구만,
이 잉? 이렇게 일직선으로 반듯하게 말고, 약간 휘게, 요리로 빼앵 돌려 갖고 저
계단 밑에서 둘이 만나게 놓으면 참 운치도 있고 좋을건디... 맷돌로 놓은 섬돌이라는
게 뭐 특출나게, 표 나게 좋은 것은 아니지만 또 그것이 요상한 게, 그게 거기 마당에
있어서 은근히 멋도 풍긴다 이거지.....
대문에서 손님이 들어 올 때 단번에 일자로 쑥! 들어오는 게 아니고 약간 휘어서 놓은
섬돌을 즈려 밟으며, 아무리 반가워도 끓는 양은 냄비처럼 부글부글 서둘지 않고,
섬돌 한번 내려다보고, 또 반가운 쥔장 한 번 올려다보고 그러면서 천천히 다가가는,
뭐랄까? 아주 반가운 정을 조금씩, 조금씩 아끼며 내어 보이는 참 정이라고 할까?
그게 바로 서둘지 않고 진진하게, 절대로 경망과는 거리가 있는, 우리 조선 선비들의
여유가 아닐까....
내가 전주에 내려가면 내 아는 고물, 고서 수집가 양반한테 부탁해서 맷돌을 좀 구해
달라고 부탁 해 놓을 께... 그것들 다 준비되면 연락할 께 차가지고 한 번 내려와서
싣고 가 여기 이 마당에 내가 아까막시 이야기 한대로 한 번 깔아놓아 봐.. 썩 괜챦을
것이고만....잉? “
이렇게 해서 비 오는 수요일 차를 몰고 전주를 거쳐 맷돌이 모아진 부안 땅 어느
허름한 고서, 고물 수집상 가게를 K 시인과 함께 갔습니다. 심란스럽게도 가을비가
바람에 이리저리 흩날리며 친구 K 시인의 바지가랑이를 적시고 있었습니다.
친구 K 시인은 말합니다. 고물 수집상 마당에 가지런히 모아져 새 주인을 기다리는
맷돌들을 살피며 철부지에게 이르듯 나에게 말합니다.
“ 여기 이리와 봐. 이 돌하고 이 돌은 같은 것 같지만 다르지? 어떤 것은 맷돌 암수
같이 짝이 지어졌지만 그것들도 다른 게 있어. 문양이 다르고, 색도 다르고.. 그렇지만
될 수 있으면 여기 지금 현재 짝 지어진대로 이렇게 왼짝, 오른짝 조옥 놓아봐!
큰 놈, 작은 놈 이렇게 엇갈려서 좌우로 놓으면 보기도 좋고... 어허! 무조건 크다고
좋은 것은 아닌 것이여! 여기 이 색깔도 봐, 이것은 푸른색이 나지? 이것이 좋은 것
이여, 청석이라고.... 지금이야 돌도 죄다 기계로 깍지만 그 때는 어쩠겄어? 그냥 동네
에서 그냥 솜씨 좀 있다는 사람이 정으로 하나, 하나 깍은거지. 이거 봐, 그러니까
이 맷돌 전부가 같은 게 하나도 없잖아. 문양도 그냥 질박허니, 세련미도 없고...
이놈 좀 봐. 이 놈은 여기 콩 집어넣는 구멍무늬가 위로 올라오게 그냥 놔도 되것
구만... 그치, 이잉? 거기 양평 농막 마당에 갖다 놓으면 좋을 것이고만, 이잉... “
“ .............. ”
이렇게 해서 저는 지금 내 농막의 마당에 섬돌로 묻을 맷돌 22 개를 차에 싣고
서울로 차를 몰아가고 있습니다. 조심해서 잘 올라가라는 친구의 가슴 찡한 우정이
담긴 작별인사를 가슴에 안고, 쉬익, 쉬익, 고속도로의 밤공기를 가르는 차 밖의 바람
소리에 나를 묻고 미동도 않은 채 운전대만을 꼬옥 쥐고 호남고속도로를 질러 서울로
서울로 향합니다.
친구 K 시인이 마당의 섬돌을 인용해 나에게 들려줬던, 바쁜 도시의 삶에서는 좀처럼
찾아 갖기 어려운 여유로움과 그 여유로움만이 생산 해 낼 수 있는 인간 본연의 착한
심성을 가만히 반추해 보며 밤의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습니다. 그 때 다시 내 손전화
가 울렸습니다. 전주에서 헤어진지가 좀 된 친구 K 시인이었습니다. 차를 몰면서 끊임
없는 상념에 빠져있던 저는 차량 안의 컵 받침대 위에 얹혀놓았던 내 손전화기를 들었
습니다. 전화기에서 흘러나오는 친구 K 시인의 목소리는 이러했습니다. 도시의 촌놈이
미처 그 참 멋을 놓칠세라 걱정하며 맘이 놓이지 않아 당부하는 말씀은 이러했습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는 정말 아무것도 아닌, 마당에 발 디딤돌로 갖다 묻는 맷돌 섬돌
몇 개에 쏟아 붓는 시인의 애정은 정말 어디까지 이던지요?
“ 거, 있쟎혀 ?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올라가서 바로 오늘 안 놓는 게 좋겄는디..
지금 캄캄한 밤에 놓다보면 아무래도 무늬나 문양, 색깔 등을 잘 못 맞출 것 같은디..
어쩔라고? 일단 그냥 갖다놓고 마당에 묻는 건 나중에 밝을 때 하면 어쩌까, 이잉 ??
바쁘다고 그냥 아무렇게나 패대기치듯 묻지 말고... 내가 올라가서 같이 하면 좋겄고
만... 어쩔꺼여, 잉? 내말대로 갖다만 놓고 나중에 묻을꺼여? 잉? 거 마지막에 실었던
곁에 양철 테두리 녹물 난 것, 그 녹물이나 내가 일러 준대로 클로루칼륨 오 천원짜리
한 병 사서 수세미로 깨끗이 딲아 놓고 나중에 밝을 때 묻어, 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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