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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났던 60km, 지옥 같았던 4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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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장호 작성일04-11-01 18:38 조회98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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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났던 60km,

마라톤이 이렇게 고통스런 운동인줄 미처 몰랐었다.
2000년 1월 1일을 처음으로 4년여 동안 풀코스 40여회, 울트라 100km 6회를 뛰면서 ‘왜 이 짓을 하고 있는가?’라고 생각했던 적은 어제가 처음이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이번에도 골인점에서의 환희와 기쁨, 그리고 무한한 성취감을 생각하며 어둠을 뚫고 새벽 다섯 시에 힘차게 100km를 향해 출발하였다.

신나게 달렸다.
얼마나 컨디션이 좋든지 달려도 달려도 힘 하나들지 않고 기쁨과 즐거움이 샘솟아 나왔다. 말 그대로 엔도르핀이 샘솟는 듯한 느낌이었다.

매일 새벽을 달리던 양재천도 새로워 보였고, 빛 아래 와 어우러진 양재천, 여명을 뚫고 어슴푸레 피어오르는 안개와 어우러진 탄천 주변의 억새풀, 일출을 숨죽여 기다리듯 잔잔한 한강물결, 세월을 알 수 없는 먼 옛날 우리조상들의 숨결이 들리는 듯한 암사유적지, 언제 달려도 우리를 편안하게 감싸 맞이해주는 반달주로, 3월에 열렸던 서울마라톤에서 주로 팀장으로 담당했던 반포에서 여의도 길, 그리고 2000년 처음 하프를 뛰었던 서울마라톤 하프코스 주로를 이어지는 55km를 너무도 편안하게 가슴이 터질 듯이 솟아나는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을 더하여, 그동안 안부가 궁금했던 전국에서 모인 달리는 친구들과 함께 달리고 있다는 것과, 언제나 같이 달릴 수 있는 아내와 함께 라는 것이 너무나 행복했다.

아내와 함께 달린 55km의 시간을 보니 5시간 15분으로 시속 10km 이내로 달려온 것이다.

지옥 같았던 40km

55km 지점에서 아내를 앞으로 보냈다.
기쁨과 환희는 서서히 사라지고 서서히 어께위로 무거움이 스며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달려왔던 기분으로 가까스로 63km의 관문을 넘어서니 6시간 10분을 넘어선다. 먼저 도착한 아내는 스포츠 마사지를 받고 일어서며 같이 가잖다. 기분으로는 같이 가고 싶지만 무거워진 어께와 다리가 그렇지 않단다. 아내에게 먼저가라고 해놓고 반환점을 출발하려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내 다리가 그렇게 무거운 줄은 어제 처음 알았다. 한발을 들어 앞으로 옮기고 나면 그다음 뒤에 있는 다리가 따라오지 않는다.

계산을 해본다. 달려온 거리는63km, 남은 거리는 37km.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친다.
이번 5회 울트라대회의 참가에는 봉사를 할 것인가 달릴 것인가를 놓고 많은 고민과 갈등을 했었다. 결국 아내와의 상의 끝에 서울마라톤 스텝 몇몇 분께 양해를 구하고 참여하여 달리는 것으로 결정을 하고 참가를 하였다.
이렇듯 봉사로 참여를 했어야 했음에도 불구하고 달리는 것으로 참여를 하였으니 포기라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그래 가는 것이다. 결승점을 향해서 가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완주를 하는 것이고, 완주를 하기 위해서는 먼저 70km를 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희망을 버려서는 안 된다’는 생각 뿐 아무 생각도 나질 않는다.

70km를 넘어서자 나에 의지와는 관계없이 그냥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 것이다. 80km를 넘어야 90km를 갈 수 있고 90km를 넘어야 카운트다운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외에
‘왜 이 짓을 해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스쳐간다.

90km를 넘어 양재천으로 들어서자 드디어 100m를 구간으로 새면서 달려간다. 수백번을 달려보았던 양재천 길이 이렇게 멀고 힘든 길이 될 줄은 몰랐다.

드디어 남은 거리 3km 표지판이 보이고, 말 그대로 사투를 다하여 남은 거리 2km를 향하여 달려가는데, 앞에서 아내가 달려온다. 얼마나 힘들게 보였던지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같이 오지 않고 먼저 들어 온 것이 후회스럽다며 옆에서 같이 달려준다.

드디어 골인을 한다. 12시간 12분이 선명하게 눈에 보인다. 아내보다 1시간 46분이 늦은 시간이었다. 환희와 고통이 점철되었던 하루, 기다리고 계시던 서울마라톤 스탭들께서 반겨 주시니 완주의 기쁨과 환희가 다시 살아난다..

이글을 쓰는 내내 서울마라톤에 감사하고, 주로에서 봉사를 하신 여러분께 감사하고, 같이 달린 주자들께 감사하며, 사랑하는 아내에게 고마운 마음을 간직해봅니다.

달리는 벗(友走) 이장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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