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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코스 도전을 위한 과정(후기응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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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민형노 작성일04-03-27 23:00 조회53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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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라톤과 인연을 맺은 계기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영업을 하면서 불규칙한 생활탓에 체중이 불어고민하면서부터 시작된다.

10년 넘게 유지해오던 체중 63Kg를 무려 7Kg 증가한 70Kg를 육박하던 어느 날 샤워하면서 거울에 비쳐진 배불뚝이의 내 모습에 실망한 나머지 젊은 나이에 몸매가 벌써 이렇게 망가져서는 않되지? 그래 뛰는 거야 하고 맘먹고 시작한 게 3년 6개월 전이었다.

약 6개월을 달리다보니 어느덧 체중이 정상으로 돌아와 있었고 무기력하던 삶에 자신감을 얻어가던 중 업종을 바꾸면서 생업특성상 마라톤을 포기해야만 했었다.(천안에서 PC방 2년 동안 운영하다 평택으로 이사와서 우동전문점 "용우동"하고 있음) - 식당운영하면서 처음에는 마라톤을 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배달하랴 관리하랴 하루 일과 마치고 나면 파김치가 되어 잠자리 들기에 바빴다.-

그렇게 2년 반이 지난 2004년 1월 7일 문득 마라톤에 대한 향수가 떠올랐다.
식당을 시작하면서 포기했던 마라톤을 다시 시작하는 잊지 못할 날이 된 것이다.

첫날, 영업마치고 퇴근하는 밤 10시 30분, 평소 퇴근길을 가벼운 마음으로 뛰었다. 10여분을 뛰는데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첫날을 이렇게 소화했다. 이튿날도.....

이렇게 시작한 마라톤에 가속을 붙이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바로 제 7회 서울 마라톤대회 일정을 신문기사에서 본 것이다. 잠시 몇 Km에 참가할까 망설이다가 시작 2개월만에 하프는 무리지 하면서 10Km에 참가하기로 하고 퇴근하자마자 참가신청을 했다. 벌써 마감되었으면 하는 조급한 맘에...

이제 목표는 뚜렷해 졌다. 매일 밤 고독한 레이스를 하면서도 나 자신에 대한 인내심과 한번 하고자 했으면 한다는 신념으로 퇴근시간엔 어김없이 운동화끈을 조여 맨다.

달리기를 시작한 일주일쯤 지난 일요일 큰딸 혜린(8)이와 둘째 딸 혜연(5)이가 자전거 타고 싶다고 하길래 집앞에 있는 초등학교에 나갔다. 아이들은 자전거 타기에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었다. 자전거 타는 아이들에게 아빠는 뛸게 하고 校舍를 돌기 시작했다. 1바퀴, 2바퀴, 3바퀴.....좀 무린데 하면서도 22바퀴 어느 덧 30여분을 뛰었다. 본격적으로 마라톤에 입문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날 이후로는 퇴근길을 우회해서 40여분을 달리는데 왼쪽 발다닥에 통증이 온다.(그간엔 일할 때 신는 막운동화로 달리다보니 충격흡수가 제대로 되지 안았던 모양이다.) 며칠 후 아내가 나를 위해 마라톤화를 사 주었다. 얼마나 가볍고 좋튼지... 뛰는 부담이 훨씬 줄다 못해 붕붕 날아오르는 느낌마져 든다.

점점 일상이 마라톤에 맞춰지는 듯 하다. 서울 마라톤클럽 홈페이지를 매일 방문하다시피하고 마라톤 관련 기사는 보이는대로 정독하고, 스크랩하고.

매일밤 11시 30분 전후에 땀흘리면서 퇴근하는 모습에 온 가족이 반겨준다. 혜린이는 얼마전부터 태권도장엘 나가는데 스트레칭얘길 꺼냈더니 도장에서 배운 방법으로 함께 스트레칭 하면서 교사가 되어준다. 아내는 갈증을 해소해주는 꿀차를 준비해 준다. 아 얼마나 행복한 삶인가?? 더욱이 애 셋 출산에 점점 아줌마 몸이 되어가는 아내가 나의 의지에 반해 내가 마라톤을 시작한지 20일만에 매일 조깅을 시작했다. 언젠가는 부부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자고 서로 굳게 약속했다. 20년쯤 후 아이들이 성장하면 가족 5명이서 모두 함께 풀코스를 완주하는 마라톤 가족으로 거듭나는게 지금 이순간 간절한 소망이기도 하다.

시작한지 한달만에 1시간으로 달리는 시간을 늘렸다. 늘어나는 거리와 자신감에 뛰는 즐거움이 솔솔하다. 동시에 그리고 드디어 훈련하는 코스를 셋팅했다. 대략 몇 Km나 될까? 10Km 내외 될꺼야 하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 대회 날짜가 점점 가까워 거리감각이 필요했다. 때 마침 비가오는 바람에 달리는 대신 우의를 입고 오토바이로 훈련코스 측정에 나섰다. 빗길이라서 제속도를 내지는 못했지만 오토바이로가는데도 한참이었다. 측정결과 경이로운 12.5Km!! 순간 하프코스를 신청하지 않은 아쉬움이 교차한다. 그래 조급해 할 것 없어. 달려온 날 보다 달려갈 날이 훨∼∼씬 많으니까 하고 위안 삼는다.

이제 나에게는 이번 10Km 대회참가는 풀코스, 아니 울트라 마라톤 완주를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은 30분만 뛰자 라고 맘먹었다가도 뛰다보면 몸이 풀리고 풀코스 도전에 대한 의지가 되살아나고 약해지려는 의지는 그래 그런 나약한 맘으로 울트라 마라톤에 나갈 수 있겠니 하면서 채찍을 가하곤 한다.

드디어 고대하던 대회참가 배번이 도착했다. 티셔츠를 입어보고 배번을 가슴에 대어보고 하는 모습에 아내는 그렇게 좋으냐고 하면서 마치 어린애 같다고 비유한다. 배번호가 없으면 대회에 참가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읽고는 택배 온 내용물을 장롱에다 넣어두는데 아내하는 말이 걸작이다. (무슨 땅문서라도 되는 것처럼 장롱에 넣어 두냐고)

대회전날 지방인 관계로 일 마치고 가족 모두 서울 대방동 누님댁으로 올라갔다. 늦은 시간이지만 요기를 하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통 잠을 이룰 수 없다. 훈련량이 많아서 자신감에 넘쳐 있었건만 첫 대회참가라는 부담 때문일 께다. 어떻게 잠들었는지 깨어보니 오전 7시 평상시 같으면 단잠에 들어 있을 시간인데 벌써 일어나 참가 준비를 한다. 추운 날씨로 당초 가족 모두 함께 가려던 계획을 바꿔 혼자 길을 나섰다.

대회장인 한강시민공원에 도착하니 벌써 참가자들로 열기가 후끈 느껴진다. 달리면 괜찮겠지 하는 가벼운 마음에 추리닝차림으로 차에서 내렸는데 강바람이 만만치 않다. 추위을 달래고 몸을 풀겸 가볍게 계속 뛰었다. 주변을 둘러보니 동호회나 회사 등 단체로 참가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내년 봄쯤 풀코스를 완주하고 난 후 지역사회에서 마라톤 동호회를 조직하여 추후에는 동호인들과 함께 참가해야지 하고 맘 먹으니 힘이 솟는다.

드디어 풀코스 출발 신호가 울린다. 내년부터는 꼭 저 자리에서 출발해야지 하고 굳게 맹세해 본다. 출발시간이 되어오는데 몇 차례 다녀온 화장실을 또 한번 들른다.

이어서 내가 속한 10Km E그룹이 출발한다. 풀코스 출발한지 37분 7초만에 출발.
몸을 충분히 풀어서 인지 약간 오버페이스라는 맘이 들면서도 함께 달린다는게 절로 힘이 난다. (연습때는 일상에서 입던 복장그대로 고독한 레이스였지만 지금 이순간엔 새로 장만한 짧은 바지에 평소 열심히 연습한 덕분에 자신감에 충만해 있다.)

앞서 출발한 그룹을 계속 추월하면서도 주로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 이어진다. "죄송합니다"를 연신 반복하면서 추월에 추월을 계속한다. 몸은 날 듯이 가뿐하다. 3.5Km쯤 뛰었을까? 벌써 앞서 출발했던 선수들은 반환점을 돌아 주로 확보에 열을 올린다. 순간 주로가 좀더 넓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스친다.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소리에 힘을 얻어 달리다보니 어느덧 반환점이 보인다. 22분에 턴하면서 44분 안에 들어올 수 있겠구나 하고는 한번 더 힘을 내어본다.(당초 목표는 무리하지 않고 50분 내외로 잡았음) 추월은 계속된다. 평소에 연습했던 거리보다 짧다라는게 이렇게 자신있게 달리수 있구나 하면서 연습량의 중요성을 다시한번 깨달았다. 몸이 조금씩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하지만 자신감에 속도는 떨어지지 않는다. 어느새 63빌딩이 눈앞에 들어오고 골인 지점이 다가온다. 혼신에 힘을 다하여 역주에 역주를 거듭하여 43분 10초만에 골인!!!!!!!
목표보다 좋은 기록으로 완주하고나니 기분이 무척이나 상쾌했다.

대회를 완성도 높게 이끌어 주신 대회관계자 및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노고에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오늘도 변함 없이 마라톤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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