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문동] 길 > 만남의광장

본문 바로가기

만남의광장

[목문동] 길

페이지 정보

작성자 김대현 작성일04-02-26 10:09 조회458회 댓글0건

본문




『도종환』

우리 가는 길에 화려한 꽃은 없었다.
자운영, 달개비, 쑥부쟁이 그런 것들이
허리를 기대고 피어 있을 뿐이었다.
그래서, 빛나는 광택도
내세울만한 열매도 많지 않았지만
허황한 꿈에 젖지 않고
팍팍한 돌길을 천천히 걸어
네게 이르렀다.

살면서 한 번도 크고 억센 발톱과
쩌렁쩌렁 울리는 목청을 가져 본 적이 없었다.
귀뚜라미소리, 솔바람소리,
돌들과 부대끼며 왁자하게 떠드는 여울 물소리,
그런 소리와 함께 살았다.

그래서 형제들 앞에서 자랑할 만한 음성도
세상을 호령할 명령문도 한 줄도 가져보지 못했지만
가식 없는 목소리로 말을 걸며
네게 이르렀다.

낮은 곳에는 낮은 곳에 어울리는 목소리가 있다.
네 옆에 편안히 앉을 수 있는 빈자리가 있다.

-----------------------------------------------

덧글 / 시인의 말

길을 걷다 생각해 보면 우리가 가는 길가에
늘 화려한 꽃이 피어 있는 것 아니다.
이 세상에는 남 앞에서 큰소리칠 만한
지위도 힘도 가져 보지 못한 삶을 사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팍팍한 길에는 거기에 맞는
편안한 삶의 방식이 있고,
낮는 곳에는 낮은 곳에 어울리는
넉넉함이 있는 법이다.

-----------------------------------------------



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