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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의 LS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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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3-12-25 20:48 조회64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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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료한 성탄절 오후,

나는 오늘 구리수마수 데이,
한강 32킬로 LSD를 했다.

과천에서 동작까지는 지하철을 이용하고
동작역 화장실에서 달리기복장으로 갈아 입고
스트레칭도 하고
반달캠프 1킬로 전에서 부터
한강풀코스 반환점
광진교밑에까지
냅다 달렸다.

주로는 말끔하게 정비되었고
막 걷히기 시작하는
안개속에서 강변은 고요했다.
가끔 나처럼
구리수마수를 못견뎌
미친 자들이 몇명 손을
흔들며 지나쳤다.

구리수마수인지 모르는
오리떼들이 강을
遊泳하며
겨울을 즐기고 있었다.

세월에 메마른 갈대들이
추위를 잊으려는듯
가녀린 몸을 서로 부비며
서걱대고 있었다.

한번도 물을 먹지 않았다,
흐르는 검은 강물과
때로 만나는 표정없는
사람들이며,
또 한해가 속절없이 저물고
있다는
주체할 수 없는 感傷이,
그 애처로움이
촉촉하게 내 메마른 목을
축여주니
갈증을 도무지 잊었다.

반환점을 거쳐
돌아오는 길에
저어기~
63빌딩 너머 서쪽으로 지는
붉디 붉은 석양이 애처로웠다.

붉은 것이 모두 열정이며,
붉은것은 모두 순수 이며,
붉은 것은 젊음이라는
익숙한 修辭를
버렸다.

붉은 석양은 마지막
몸부림으로,
혹은,
그자체로 외로웠고
또,
그러므로,
奬麗할 뿐이었다.

그렇게 달리는 시간은
외로운 만큼
소중했고

절실했다.

뉘가 나를 대신하여
번뇌의 이길을
대신 달려 줄 수 없음이니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는 것은
연연할 것이 아닌듯 싶다.

그저 그렇게 달리며
살아갈 일일 것이다.

한줌 재만도 못한
이름을 걸고
그 알량한 존재와 재주와
달린 거리와
어찌할 수 없는 자존심을
흥청거리며
부둥켜 안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돌아오는 길에
안개는 이미 걷혀
청명한 겨울의
한 날 이었지만

단지 아쉬운 건
저무는 해를 보고 달리면서
만난
겨울안개속으로
스물스물
스러져 가는
야속한 세월이었다.




모두 모두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이소!!!


모닝스타 정병선 拜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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