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행동에 삼가 조의를 표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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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현우 작성일03-12-25 00:07 조회77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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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써놓고 안올리려다
그래도 승리했다고 기고만장하는 끝물팀원들의 소동이 가소로워
그들의 행동에 삼가 조의를 표하면서 이글을 바친다. - 송파세상 김현우
2003년 12월 21일 07시 30분!
서울마라톤 반달캠프는 송년 반달대전을 대비한 러너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미 스트레칭을 마친 러너들은 평상시와 달리 반달대장님이 하사한 배번호를 달고
깊은 호흡을 내쉬면서 달릴 수 있는 만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며칠 전에 삐끗한 허리 통증 때문에 나는 반달 출전을 망설였지만
땅꼬박사 님이 요즘 승리의 도가 지나쳐 기고만장하는 천달사 김대현 님만
한바탕 후려치기로 잡고 오라기에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반달캠프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출발 1분전!
어느 틈에 러너들 사이로 비집고 나타난 지옥에서 온 천사(천달사) 김대현 님이
눈알을 부릅뜨며 기선 제압용으로 내게 눈싸움을 걸어왔다.
참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래도 반달황제였던 내게 저런 꼴찌 러너가
어떻게 밥상내기 상대가 되어 내게 눈싸움부터 시도한단 말인가?
세상이 대선 비자금 정국으로 어지럽다 보니 멀쩡하던 사람도 이제 맛이 확 가버려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어찌 할 것인가?
도전을 받아주겠다고 이미 선포해놓은 상태였는데
그래서 덩달아 눈알을 부릅뜨고 덤빌 테면 덤벼보란 듯이 위아래로 한번 내리깔자
떵 먹은 멍멍이가 꼬랑지 내리고 삼십육계 도망치듯 뒤쪽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마 자기 집 앞에서 50점 먼저 먹고 들어가려다
전임 반달황제 위풍에 완죤히 패가망신 당한 꼴이 되어버렸던 것 같았다.
역시 인간은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세상 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출발신호가 울렸다.
선두그룹 뒤쪽을 슬슬 따라가니까 이번 반달대전의 또 다른 호적수 윤석화 님이
나와 발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하는 말,
“그래도 스파르타슬론 246km를 뛴 러너인데, 오늘은 송파세상만 따라 뛰어야 쓰겠네요.”
슬슬 비위를 맞추는 듯 내 심사를 건드려왔다.
지난 춘천대첩에서 참담한 패배를 맛본 우리 팀(김재남, 송재익, 정영철, 김현우)이지만
이번 기회에 황제들의 위세 당당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허리통증 때문에 근래에 훈련도 못하고
연말 송년회란 핑계로 허구 헌 날 술만 마셔댔으니 천하를 호령할 것 같은
그 서슬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무뎌진 뱃살만 요란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잠수교위를 통과하고 철탑에 가까워지자 나와 함께 달리는 것이 답답했는지
윤석화 님이 약 10여 미터 앞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달려가고 있는
윤덕하 님과 채성만 님, 그리고 어떤 러너와 발을 맞추기 위해 휭 하니 다가가 가버렸다.
역시 마라톤 고수다웠다.
그러고 보면 채성만 님은 참말로 고약한 심보로만 뭉친 러너이다.
우리 팀의 구성원을 보면 말이 황제팀이지
어느 누구하나 특출 나게 잘 달리는 러너는 없다.
그런데 끝물팀이라는 꼴찌팀은 어떠한가?
먼저 채성만 님 자신이
풀코스 2시간 51분대 기록으로 우리 같은 러너들을 먼저 주눅 들게 하고 있다.
게다가 별로 못 뛰기에 하수라고 우리들을 속이고 꼴찌팀원이 된 윤석화 님은 어떠한가?
그의 하프 최고 기록이 1시간 24분대이란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우리 팀에서 그 기록이면 꿈에서나 넘볼 수 있는 대기록이다.
또한 이동윤 박사님의 달리기 실력을 더 이상 일러 무슴하리오.
오직 반달끝물라고 날만 새면 악 쓰고 다니는 지옥에서 온 천사(천달사) 김대현 님만
꼴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앞서 달리다가 그가 반환점으로 향하며 뿌려대는 음흉한 미소에 걸려든 날엔
삼대(三代)가 줄지어 밥 사낼 정도로 무시무시하기만 하다.
그 시범적인 케이스가
밥상내기 호구로 이미 전국구가 되어버린 고재봉 님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선두그룹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청담대교 밑을 통과하자
“야! 반달황제면 다이냐,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뒤쪽에서 등짝을 매몰차게 후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혈남아 정영철 님 이었다.
출발 전부터 나를 닦달하더니만, 허리 통증을 혀를 깨물 듯 참고 달리는 나를 향해
이제 고양이 쥐 패듯 달달 쫓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를 향해 휙 뒤돌아보며
“야, 시방 나 힘들어 죽것다. 그러려면 네가 먼저 앞서 가거라!”
그러자 오뉴월의 서릿발 같은 이빨을 영웅호걸들의 쌍 칼처럼 날카롭게 휘둘러 치며
“아야, 시방 뭐라고 했냐? 황제면 황제답게 뛰어봐라 쓰발!”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해 있는 그와 도무지 무슨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오리궁둥이처럼 살래살래 흔들며 달려가는
그의 뒤를 따라 뛸 수밖에 없었다.
황제팀 일원으로써 잘 달리지 못한다는 죄 때문에
그에게 일언반구도 못하고 잠실선착장 부근에 이르자
“이쯤이면 성만이 형이 올 때가 됐는데, 아직 안 보이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혼잣말로 시부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으로 대단한 버라이어티 정, 양폭동자 였다.
편하게 달리면서 한강의 여유로움 속에 철새들이 활강하는 시나위도 느낄 만큼
여명의 붉은 빛으로 내리치는 햇살들이 강물을 황홀하게 만들고 있건만,
승부에 대한 아집인지 아니면 밥상을 거저 받칠 치욕이 거북스러웠는지
그는 내게 빨리 달려보자면서 채찍을 휘두르는 마부처럼 닦달해왔다.
그러면서 채성만 님과 윤석화 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실수영장에 이르자, 반환점을 돌아 달려오는 반달선두 윤덕하 님이 지나간 후,
곧이어 채성만 님과 윤석화 님이 나란히 발을 맞추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승부에 독기 오른 양폭동자의 심사를 슬쩍 떠볼 생각으로,
“어라! 발맞추면서 이제 페이스메이커까정 하고 계시네!” 라고 하자
그들을 지나치면서 그가 갑자기
“성만이 형! 페이스메이커 하면 반칙이야! 반칙! 무효라니까!”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쳐댔다.
하지만 채성만 님은 여유 있는 미소만 우리들에게 보내고 지나쳐 갔다.
반환점에 이르러 박영석 회장님이 권하는 따끈한 물 한 컵만 쪼르륵 마시고 나서
저 멀리 달아나고 안 보이는 두 러너를 목표로 삼고 다시 달려가자
송년 반달대전의 러너들이 하얀 서리 입김을 내쉬며 반환점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추운 날 아침에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그런데 잠실 수영장을 지났는데도 우리의 호프 배째라 장군님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 갈한 목소리로 열혈남아 겸 버라이어티 정이
“재익이 형은 도대체 어디 쯤 오고 있는 거야? 이 시간이면 여기 정도는 와야 하는데......”
승부에 독이 잔뜩 올라 몽니마저 홱 틀어져 있는 것 같았다.
잠실 선착장에 부근에 이르자 드디어 배째라 장군님이 저 앞쪽에서
무딘 장검을 밤새 갈아세운 듯 비교적 가볍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속도에 성이 차지 않았는지, 그 특유의 헐크 같은 인상을 짙게 내리깔며
“재익이 형! 지금 뭐하고 있어? 빨리 뛰어요. 빨리!”라고 바싹 후리치는 게 아닌가?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내가 괜히 무안해질 지경이었다.
송재익 님이 나중에 1시간 53대로 골인하고 나서 하는 말,
“아, 쓰벌! 저 넘이 나 때문에 졌다고 할까봐 진짜 뭣 빠지게 뛰었다니까!
아마 이번에 내가 2시간을 넘겼으면 일년 내내 나를 갈구고도 남을 넘이여!”
우리의 팀장이라는 김진사 어른 인지 김삿갓 인지 모르는 배둥이파 두목은
우리들의 승리를 도와주기 위해 이번 반달대전에 불참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 팀의 기록은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의 변수는 지옥에서 온 천사(천달사) 김대현 님 이었다.
반달 끝물로 항상 뒤쪽에서 허무적 거리지만 밥상 따먹는 데는 이골이 나
이제 귀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학설이 있을 정도이다.
그것은 그가 근래에 밥상 내기의 불패라는 신화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내가 탄천 세월교 쪽으로 접근해갈 때 마주치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훨씬 빠른 발놀림으로 그곳을 지나
한강 직선 주로를 달려오고 있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마 밥상을 거저 받아먹는 맛에 푹 빠져 이번에도 역시 그것만 노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저런 몸으로 저렇게 무리해서 달리다 쓰러지면
약도 없이 영락없이 염라대왕한테 완전히 가버려도 괜찮을 성 싶었다.
왜냐하면 그곳이 지옥에서 온 천사(천달사)님의 원래 고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들은 고물을 치워주고 곧바로 신빙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아
“대현이 형! 천천히 뛰어 천천히! 그렇게 쎄빠지게 뛰다가 죽어! 죽는다니까!”
그렇지만 듣는 척도 안하고 히쭉거리며 달려 가버렸다.
그래도 천달사님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벼룩이었다.
여전히 뛰는 건지 달리는 건지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또 그 속도로 달리면서도 힘은 드는지
헥헥거리는 이마에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솟아 나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을 안면몰수로 망신시켜도 유분수지
도대체 그렇게 뛰면서 뭐가 힘들고 땀까정 흘린단 말인가?
네 살박이 내 늦둥이 아들놈도 달려도 그보단 빨리 뛰것다.
그렇지만 야속하고 무시무시한 천달사 님!
밥상 값 아껴 갑부 될 요량인지
뒤도 안돌아보고 쌩떵 꽁지 빠질 힘으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절대 절명의 가관이었다.
이에 자극 받았는지 열혈남아 정영철 님이
이제 그 특유 다양한 화법으로 나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시부렁거리다가 안 되면 악을 다시 쓰면서 내 이름을 불러댔다.
그래도 태연하게 내가 그의 뒤쪽에서 달리고 있자
“야! 쓰벌 이러고 당할 거야? 빨리 좀 뛰어라! 그래갖고 네가 언제 무슨 황제였냐?”
이렇게 하도 생난리를 피우는 통에
그냥 듣고만 달리기가 오뉴월에 뱀 가시 늘어지듯 역겹기만 했다.
‘앓으니 죽고말지! 그래 앞서 달려갈란다. 그러니 한번 따라와 봐라!’
탄천 세월교를 지나면서 그를 추월하여 스피드를 올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번 따라붙으려 하지도 못하고 무력하게 내 뒤쪽에서 헤매기만 했다.
버라이어티 정 겸 열혈남아 정영철 님을 떨쳐두고 앞으로 달려가자
이제 시부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어 우선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그래도 정(情)이라고 뒤쪽에서 들려올 것 같은 잔소리가
반달 골인지점에 이를 때까지 귀속에서 계속 왱왱거리는 것 같았다.
그 넘의 정 때문인지
이동윤 박사님이 빠진 끝물팀에게 1분 차이로 또다시 우리는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달리기는 계속될 것이다.
달리기가 계속되는 한 황제팀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승부와 관계없이 위풍당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이제 우리는 다시 전열을 정비하여 다음 밥상대전에 대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근데 끝물팀 여러분! 언제 우리 황제팀에게 다시 도전해올 거유?
송파세상 김현우
그래도 승리했다고 기고만장하는 끝물팀원들의 소동이 가소로워
그들의 행동에 삼가 조의를 표하면서 이글을 바친다. - 송파세상 김현우
2003년 12월 21일 07시 30분!
서울마라톤 반달캠프는 송년 반달대전을 대비한 러너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이미 스트레칭을 마친 러너들은 평상시와 달리 반달대장님이 하사한 배번호를 달고
깊은 호흡을 내쉬면서 달릴 수 있는 만만의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며칠 전에 삐끗한 허리 통증 때문에 나는 반달 출전을 망설였지만
땅꼬박사 님이 요즘 승리의 도가 지나쳐 기고만장하는 천달사 김대현 님만
한바탕 후려치기로 잡고 오라기에
아픈 허리를 부여잡고 반달캠프에 합류할 수밖에 없었다.
출발 1분전!
어느 틈에 러너들 사이로 비집고 나타난 지옥에서 온 천사(천달사) 김대현 님이
눈알을 부릅뜨며 기선 제압용으로 내게 눈싸움을 걸어왔다.
참말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래도 반달황제였던 내게 저런 꼴찌 러너가
어떻게 밥상내기 상대가 되어 내게 눈싸움부터 시도한단 말인가?
세상이 대선 비자금 정국으로 어지럽다 보니 멀쩡하던 사람도 이제 맛이 확 가버려
눈에 뵈는 게 없는 모양이다.
그렇지만 어찌 할 것인가?
도전을 받아주겠다고 이미 선포해놓은 상태였는데
그래서 덩달아 눈알을 부릅뜨고 덤빌 테면 덤벼보란 듯이 위아래로 한번 내리깔자
떵 먹은 멍멍이가 꼬랑지 내리고 삼십육계 도망치듯 뒤쪽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마 자기 집 앞에서 50점 먼저 먹고 들어가려다
전임 반달황제 위풍에 완죤히 패가망신 당한 꼴이 되어버렸던 것 같았다.
역시 인간은 자신의 분수를 알아야 세상 살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카운트다운과 함께 출발신호가 울렸다.
선두그룹 뒤쪽을 슬슬 따라가니까 이번 반달대전의 또 다른 호적수 윤석화 님이
나와 발을 맞추기 시작하면서 하는 말,
“그래도 스파르타슬론 246km를 뛴 러너인데, 오늘은 송파세상만 따라 뛰어야 쓰겠네요.”
슬슬 비위를 맞추는 듯 내 심사를 건드려왔다.
지난 춘천대첩에서 참담한 패배를 맛본 우리 팀(김재남, 송재익, 정영철, 김현우)이지만
이번 기회에 황제들의 위세 당당한 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런데 허리통증 때문에 근래에 훈련도 못하고
연말 송년회란 핑계로 허구 헌 날 술만 마셔댔으니 천하를 호령할 것 같은
그 서슬은 어디로 사라져 버리고 무뎌진 뱃살만 요란하게 요동치고 있었다.
잠수교위를 통과하고 철탑에 가까워지자 나와 함께 달리는 것이 답답했는지
윤석화 님이 약 10여 미터 앞에서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달려가고 있는
윤덕하 님과 채성만 님, 그리고 어떤 러너와 발을 맞추기 위해 휭 하니 다가가 가버렸다.
역시 마라톤 고수다웠다.
그러고 보면 채성만 님은 참말로 고약한 심보로만 뭉친 러너이다.
우리 팀의 구성원을 보면 말이 황제팀이지
어느 누구하나 특출 나게 잘 달리는 러너는 없다.
그런데 끝물팀이라는 꼴찌팀은 어떠한가?
먼저 채성만 님 자신이
풀코스 2시간 51분대 기록으로 우리 같은 러너들을 먼저 주눅 들게 하고 있다.
게다가 별로 못 뛰기에 하수라고 우리들을 속이고 꼴찌팀원이 된 윤석화 님은 어떠한가?
그의 하프 최고 기록이 1시간 24분대이란다.
이게 말이나 되는가?
우리 팀에서 그 기록이면 꿈에서나 넘볼 수 있는 대기록이다.
또한 이동윤 박사님의 달리기 실력을 더 이상 일러 무슴하리오.
오직 반달끝물라고 날만 새면 악 쓰고 다니는 지옥에서 온 천사(천달사) 김대현 님만
꼴찌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앞서 달리다가 그가 반환점으로 향하며 뿌려대는 음흉한 미소에 걸려든 날엔
삼대(三代)가 줄지어 밥 사낼 정도로 무시무시하기만 하다.
그 시범적인 케이스가
밥상내기 호구로 이미 전국구가 되어버린 고재봉 님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저 멀리로 사라져가는 선두그룹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청담대교 밑을 통과하자
“야! 반달황제면 다이냐, 지금 뭐하고 있는 거야?”
뒤쪽에서 등짝을 매몰차게 후려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열혈남아 정영철 님 이었다.
출발 전부터 나를 닦달하더니만, 허리 통증을 혀를 깨물 듯 참고 달리는 나를 향해
이제 고양이 쥐 패듯 달달 쫓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를 향해 휙 뒤돌아보며
“야, 시방 나 힘들어 죽것다. 그러려면 네가 먼저 앞서 가거라!”
그러자 오뉴월의 서릿발 같은 이빨을 영웅호걸들의 쌍 칼처럼 날카롭게 휘둘러 치며
“아야, 시방 뭐라고 했냐? 황제면 황제답게 뛰어봐라 쓰발!”
승부에 지나치게 집착해 있는 그와 도무지 무슨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아무 말도 못하고 오리궁둥이처럼 살래살래 흔들며 달려가는
그의 뒤를 따라 뛸 수밖에 없었다.
황제팀 일원으로써 잘 달리지 못한다는 죄 때문에
그에게 일언반구도 못하고 잠실선착장 부근에 이르자
“이쯤이면 성만이 형이 올 때가 됐는데, 아직 안 보이네?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혼잣말로 시부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참으로 대단한 버라이어티 정, 양폭동자 였다.
편하게 달리면서 한강의 여유로움 속에 철새들이 활강하는 시나위도 느낄 만큼
여명의 붉은 빛으로 내리치는 햇살들이 강물을 황홀하게 만들고 있건만,
승부에 대한 아집인지 아니면 밥상을 거저 받칠 치욕이 거북스러웠는지
그는 내게 빨리 달려보자면서 채찍을 휘두르는 마부처럼 닦달해왔다.
그러면서 채성만 님과 윤석화 님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실수영장에 이르자, 반환점을 돌아 달려오는 반달선두 윤덕하 님이 지나간 후,
곧이어 채성만 님과 윤석화 님이 나란히 발을 맞추며 달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승부에 독기 오른 양폭동자의 심사를 슬쩍 떠볼 생각으로,
“어라! 발맞추면서 이제 페이스메이커까정 하고 계시네!” 라고 하자
그들을 지나치면서 그가 갑자기
“성만이 형! 페이스메이커 하면 반칙이야! 반칙! 무효라니까!”이라고 고래고래 소리쳐댔다.
하지만 채성만 님은 여유 있는 미소만 우리들에게 보내고 지나쳐 갔다.
반환점에 이르러 박영석 회장님이 권하는 따끈한 물 한 컵만 쪼르륵 마시고 나서
저 멀리 달아나고 안 보이는 두 러너를 목표로 삼고 다시 달려가자
송년 반달대전의 러너들이 하얀 서리 입김을 내쉬며 반환점을 향해 뛰어오고 있었다.
추운 날 아침에 모두들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그런데 잠실 수영장을 지났는데도 우리의 호프 배째라 장군님은 아직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이 갈한 목소리로 열혈남아 겸 버라이어티 정이
“재익이 형은 도대체 어디 쯤 오고 있는 거야? 이 시간이면 여기 정도는 와야 하는데......”
승부에 독이 잔뜩 올라 몽니마저 홱 틀어져 있는 것 같았다.
잠실 선착장에 부근에 이르자 드디어 배째라 장군님이 저 앞쪽에서
무딘 장검을 밤새 갈아세운 듯 비교적 가볍게 달려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속도에 성이 차지 않았는지, 그 특유의 헐크 같은 인상을 짙게 내리깔며
“재익이 형! 지금 뭐하고 있어? 빨리 뛰어요. 빨리!”라고 바싹 후리치는 게 아닌가?
옆에서 함께 달리고 있는 내가 괜히 무안해질 지경이었다.
송재익 님이 나중에 1시간 53대로 골인하고 나서 하는 말,
“아, 쓰벌! 저 넘이 나 때문에 졌다고 할까봐 진짜 뭣 빠지게 뛰었다니까!
아마 이번에 내가 2시간을 넘겼으면 일년 내내 나를 갈구고도 남을 넘이여!”
우리의 팀장이라는 김진사 어른 인지 김삿갓 인지 모르는 배둥이파 두목은
우리들의 승리를 도와주기 위해 이번 반달대전에 불참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그렇기에 우리 팀의 기록은 이제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문제의 변수는 지옥에서 온 천사(천달사) 김대현 님 이었다.
반달 끝물로 항상 뒤쪽에서 허무적 거리지만 밥상 따먹는 데는 이골이 나
이제 귀신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학설이 있을 정도이다.
그것은 그가 근래에 밥상 내기의 불패라는 신화를 이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내가 탄천 세월교 쪽으로 접근해갈 때 마주치곤 했는데
이번에는 어찌된 영문인지 훨씬 빠른 발놀림으로 그곳을 지나
한강 직선 주로를 달려오고 있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이었다.
아마 밥상을 거저 받아먹는 맛에 푹 빠져 이번에도 역시 그것만 노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저런 몸으로 저렇게 무리해서 달리다 쓰러지면
약도 없이 영락없이 염라대왕한테 완전히 가버려도 괜찮을 성 싶었다.
왜냐하면 그곳이 지옥에서 온 천사(천달사)님의 원래 고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면 우리들은 고물을 치워주고 곧바로 신빙 손해배상을 해주어야 할 것 같아
“대현이 형! 천천히 뛰어 천천히! 그렇게 쎄빠지게 뛰다가 죽어! 죽는다니까!”
그렇지만 듣는 척도 안하고 히쭉거리며 달려 가버렸다.
그래도 천달사님이 아무리 빨리 달려도 벼룩이었다.
여전히 뛰는 건지 달리는 건지 구별하기가 힘들었다.
또 그 속도로 달리면서도 힘은 드는지
헥헥거리는 이마에 구슬 같은 땀방울이 송골송골 솟아 나 흘러내리고 있었다.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을 안면몰수로 망신시켜도 유분수지
도대체 그렇게 뛰면서 뭐가 힘들고 땀까정 흘린단 말인가?
네 살박이 내 늦둥이 아들놈도 달려도 그보단 빨리 뛰것다.
그렇지만 야속하고 무시무시한 천달사 님!
밥상 값 아껴 갑부 될 요량인지
뒤도 안돌아보고 쌩떵 꽁지 빠질 힘으로 달려가고 있는 모습이 절대 절명의 가관이었다.
이에 자극 받았는지 열혈남아 정영철 님이
이제 그 특유 다양한 화법으로 나를 닦달하기 시작했다.
혼자서 시부렁거리다가 안 되면 악을 다시 쓰면서 내 이름을 불러댔다.
그래도 태연하게 내가 그의 뒤쪽에서 달리고 있자
“야! 쓰벌 이러고 당할 거야? 빨리 좀 뛰어라! 그래갖고 네가 언제 무슨 황제였냐?”
이렇게 하도 생난리를 피우는 통에
그냥 듣고만 달리기가 오뉴월에 뱀 가시 늘어지듯 역겹기만 했다.
‘앓으니 죽고말지! 그래 앞서 달려갈란다. 그러니 한번 따라와 봐라!’
탄천 세월교를 지나면서 그를 추월하여 스피드를 올려 달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번 따라붙으려 하지도 못하고 무력하게 내 뒤쪽에서 헤매기만 했다.
버라이어티 정 겸 열혈남아 정영철 님을 떨쳐두고 앞으로 달려가자
이제 시부렁거리는 소리를 들을 필요가 없어 우선 마음이 편했다.
하지만 그래도 정(情)이라고 뒤쪽에서 들려올 것 같은 잔소리가
반달 골인지점에 이를 때까지 귀속에서 계속 왱왱거리는 것 같았다.
그 넘의 정 때문인지
이동윤 박사님이 빠진 끝물팀에게 1분 차이로 또다시 우리는 일격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달리기는 계속될 것이다.
달리기가 계속되는 한 황제팀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승부와 관계없이 위풍당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에
이제 우리는 다시 전열을 정비하여 다음 밥상대전에 대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근데 끝물팀 여러분! 언제 우리 황제팀에게 다시 도전해올 거유?
송파세상 김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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