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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응모> "킬리만자로의 표범" 제3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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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정삼 작성일03-11-08 18:36 조회54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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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시간 30분을 남기고 83키로 두번째 관문을 억지로 통과했다.
발바닥에 불이 났다. 인두로 찌진 것같다.
양말을 벗고 발바닥을 마구 때려도 감각이 없다.
"아이고, 불쌍한 놈. 니가 무신 죄가 많아 이 고생을 하노. 마 내가 죽일 놈이다"

"어째 완주 하실 껍니까. 아니면 저희는 왠만큼 찍었으니 들어 가고요.
완주 하실 꺼면 피니쉬 라인으로 먼저 가 있겠습니다"
어거지상을 쓰고 있는 내 턱밑에 카메라 들이면서 직원이 묻는다.

"이저끔 온게 억울해서도 간다. 그라고 완주 못하면 내년엔 처음부터 다시 뛰어야 되잖아.
그 짓을 또해? 못혀!"
디랄...누가 시켰냐. 남들 말리는데도 지가 뛰어 놓코는...

남은 거리 17키로. 까짓꺼, 기어 가도 못가겠나.
근데요, 못 가겠더군. 팔은 저려 이제 들 힘도 없다.

새로산 아까운 뉴빨란스 밑창 다 닳는다.
아예 땅바닥에 발을 질질 끌고 갔다.
홍보팀 카메라맨은 찌그러진 내 얼굴이 원하던 그림인냥
히죽히죽 웃으며 마구 찍는다. 나쁜 넘...

중간중간에 쥐가 나 퍼져 있는 분, 걸어 가는 참가자들도 눈에 많이 뛴다.
나는 걸으면 팔이 저려 걸을 수가 없다.
남들 걷는 속도라도 뛰어야 팔이 안아프다.
이거 사람 잡는 일이다. 내가 무신 힘이 남아서가 아니다. 안 뛸 수가 없어 뛸뿐.
나도 걷고 싶어 미치겠다.

92키로. 한강변 도로에서 이제 다시 탄천으로 접어 든다.
자원봉사 나온 회사 직원이 내 일처럼 반갑게 맞는다.
수박외에는 다른 음식물은 아예 넘길 수가 없다.

이제 남은 거리 8키로. 아, 고통의 순간순간들...
평상시 같으면 뒤집어 써도 1시간이면 들어갈 거리 아니던가.

난 힘이 들때면 욕을 잘한다. 물론 속으로. 졸라 욕했다.
도그새끼 옥슨새끼는 양반에 속하는 욕이다. 내가 고등교육을 받은 인간인지라
욕의 종류를 마니 알지 못함이 안타까웠다. 결국 개하고 소만 열나게 찝었다.

휴... 땅바닥에 적힌 100미터 100미터가 왜 그리도 지겹던가.
어느덧 해가 졌다. 양재천에 산책 나온 사람들이 망가진 나를 무심히 쳐다 본다.
그때 갑자기 들려오는 유관순 누나, 아니구나. 자봉하던 언니의 외침!

"시민 여러분! (광주사태때 가두방송하던 아가씨의 톤으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한 우리들의 영웅, 울트라 선수가 들어 오고 있습니다.
잠시 길을 멈추고 응원의 박수를 부탁 드립니다"

배곱 저 밑에서 뜨거운 기운이 훅하고 올라 온다. 순간 눈물이 쌔리 맺힌다.
엉엉 거리며 울고 싶어졌다. "621번 화이팅! 삼숑증권 서정삼 화이팅!"
"장하십니다. 조금만 더 힘 내십시오. 다 왔습니다"
"고...고맙습니다." 어어어어엉...

시골 어매 얼굴도 생각나고 아부지 얼굴도 마누라와 내 아들, 딸
그리고 내연의 관계(?)인 그녀도 마구 생각났다.
일사후퇴때 헤어지고 못본 듯 억수로 보고 잡다...

청사초롱 가로등이 켜진 결승점이 드디어 보인다.
드디어, 드디어 다 왔구나. 장하다...자라야...고맙다...내 두다리야...

장장 13시간30분22초.
그저 고통의 순간이 끝난다는 기쁨뿐...
정작 완주의 눈물은 나오지 않는다.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으로 타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 곳 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이 없으면 또 어떠리....
조용필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중에서>

나의 울트라는 이렇게 끝이났다.

이건 인간이 할 짓이 아니다.
내가 두번 다시하면 진짜 인간이 아니다.
욕을 욕을 하면서 다짐했지만 이 다짐이 얼마 지나지 않으면
또 지키질 못할 약속인건 자라도 안다.

왜냐고?
나 또한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내일이면 또다시 빛나는 불꽃처럼 타오르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처럼...
그리 살고 싶으니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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