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응모> "킬리만자로의 표범" 제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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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서정삼 작성일03-11-08 18:37 조회541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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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저녁 홍보팀 직원들이 돌아 갔다.
"대회 가기 전날인데 기분이 어떠신지..."
(이번 참가에 회사 홍보팀에서 내리 사흘간 따라 다니며 촬영,
연습하는거.한의원 치료 받는거.용품 구입하는거 등등)
이거 완죤히 인간극장이다.
내가 무슨 스타도 취재 대상도 아닐텐데 왜 이리 난리지...
"어쩌구저쩌구 회사 자산 100조 달성을 기원하며
궁시렁궁시렁 100키로 울트라 꼭 완주 하도록 하겠습니다..."
얼씨구, 무슨 국가대표 메달 따러 가는건가.
거실과 안방에 불 꺼지는 장면까지 연출하고서야
그넘들이 돌아 갔다.
이거 참말로 장난이 아니네, 이 난국을 우짜노...
9시에 누웠지만 잠이 올리 만무하다.
연신 해대는 기침은 수그려 들질 않는다.
배 가죽이 땡겨 죽겠다. 잠을 청하려 캔맥주를 하나 털어 넣었다.
그런대도 눈알은 초롱초롱, 덮히질 않는다.
"봐라 내 도저히 잠이 안온다"
"기라문 우짜면 되겠닝교"
"함 하면 안되나? 함..."
퍽! 에구머니나...두줄기 눈물, 아니 쌍코피 터졌다.
"당신 , 당신이 인간이가?
넘들은 헛기운 안쓸라꼬 석달여흘 전부터 방도 각방 쓴다는데
머시여 울트라 나간다는 인간이 뭐를 달라꼬.
그기 물건이가 달라 마라 카게"
"거시기 뭐다냐. 잠 안올때는 그기 딱 쥐약인디..."
"왜, 다용도실에 있는 쥐약 갔다 주리?"
한대 더 맞기 전에 자라는 마님의 서슬에 결국 난 문칸방으로 좆겨났다.
캔맥주 하나 더 까묵고 오줌 안누고 누웠다. 이리 뒤척 저리 뒤척...
아이고 오줌보 터지겠네, 개슴추레 눈을 뜨니 새벽 1시반이다.
모르겠다. 사발시계 울리기 전에 일어나자.
죽든지 말든지 일단 가보기는 가보자.
안방에서 쥐 죽은 듯이 자는 마누라 거시기 한번 쿡 찔러 보고는
썹3 속도로 나 살려라 튀어 나왔다. 에이...쩝쩝쩝.
함 주면 어디 덧나나...
내가 다시 태어나면 뇨자로 태어난다. 진짜로...
4시에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출발장에 도착했다.
제 정신 아닌 인간들이 무자게 많타.
여기가 무슨 아침 인력시장인가, 전부들 가방 보따리 하나씩 옆구리 끼고
웅성웅성... 팔려나갈 준비들로 부산하다.
옷갈아 입고 새양말 신고 얼굴에 찍어 바르고
말라 삐드러진 건포도에 밴드 붙이고
빤스 밑에 바세린 처바르고... 어느새 천막안에는 지분냄새가 진동을 한다.
나도 거금 들여 장만한 신발에 유니폼을 뽐따구 나게 입고 문밖을 나섰다.
"오늘의 각오 한마디..."
홍보팀 직원이 어느새 카메라를 들이 댄다.
남들이 볼때 VJ특공대에서 나온줄 알았을 꺼다.
근데 왜 저 시끼만 찍지... 왜냐구? 나만 찍으로 나왔응께...
새벽공기가 차다. 저체온증이 있는 나로서는 여간 걱정이 아니다.
목에는 손수건을 매고 이어밴드로 입을 가렸다.
간간이 터지는 기침이 호흡을 가로 막는다. 드디어 출발...
5키로 35분... 다음 5키로 34분...하느님, 제발 걷지만 말게 하소서...
자라야, 내 욕심으로 인해 오늘 너를 이토록 모진 고통의 길로 빠지게 한 죄,
두고두고 사죄하련다만 오늘 한번만 ...오늘 한번만 봐 줘라.
내 뒤로 물러나는 사람 한명 없이 모두들 내 앞으로 나아 간다.
아줌마도 가고 아저씨도 가고 할배도 할매도 모두 간다...
나만 뒤로 가는구나...조바심 내지 말아야지, 땅만 쳐다 보며 뛰었다.
탄천에 새벽 물안개가 피어 오른다.
한폭의 수묵화...물안개 밑에 숨어 있는 더러움조차도 지금은 아름다움이다.
갈대숲과 어우러진 풍경에 넋을 잃고 뛰었다.
탄천 반환점을 돌아 잠실 쪽으로 올라올 때 그제 아침이 열린다.
이제야 멀고먼 울트라의 여정이 내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다...
두려움...설레임... 자라는 그렇게 뛰기 시작했다..... (1부.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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