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분위기에 딱 맞는 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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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인구 작성일03-11-07 09:29 조회47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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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벗어나 조금만 시골쪽으로 가면
잎은 다 떨어지고 빠알간 열매만 매달린 감나무를 본다
어찌 저리도 아름다울까
어릴적 추억이 담긴 감나무를 풀어본다.
♠ 감나무(학명 : Diospyros kaki)
감나무는 고향의 나무다.
이렇게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중국, 일본이 원산지답게 어느 시골동네 집집마다 한두 그루는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숙한 과일나무이기 때문이다.
새하얗게 떨어진 감꽃을 밀줄기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 때부터 찬서리가 내릴때까지 우리는 감나무를 오르내리며 놀았다. 「감나무 가지는 약해서 조심해야 한다」하시는 아버지의 당부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기야 별다른 놀이 깜이 없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 그리고 감이 얼마만큼 익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일 매일의 신선한 즐거움이자 의무였다.
우리 집에는 안마당에 두그루, 바깥마당에 두그루의 감나무가 있었고 동네에서 처음으로 삭감(단감)나무 한그루가 있었는데 익은 감을 물에 담가 삭이지 않아도 떫은맛이 없어 모두가 신기해 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벌써 알이 많이 굵어져 땅에 떨어진 감을 주워다 사랑마루에 재워두면 어김없이 다음날이면 맛이 좋게 익었다. 이것을 주우려고 약속대로 일찌감치 깨워주시는 엄마의 재촉을 몇번 듣고서야 졸린 눈을 비비며 감나무 밑에 가보면 웬걸 누군가 벌써 다녀간 뒤다. 아마 새벽 일찍 도라새미로 물 길으러 간 누군가가 먼저 주워 갔나보다.
「유양잡조(酉陽雜俎)」라는 책에 감나무는 일곱가지 훌륭한 점이 있다고 했다. 첫째로 이 나무는 수(壽)를 하여서 오래 살고, 둘째로 좋은 그늘을 만들어 주며, 세째로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네째 벌레가 없으며, 다섯째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 열매가 먹음직스러우며, 일곱째는 잎이 큼직하여 글씨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을 감나무의 칠절(七絶)이라 하는데 이와 같은 칭찬은 약간 과장된 느낌이 없지 않다. 즉 새가 집을 짓기도 하고 벌레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곱이란 수는 행복한 수인 까닭에 이왕이면 일곱 가지의 좋은 점을 무리하게나마 만들었을 만하다.
「시엽제시(枾葉題時)」란 말이 있다. 땅에 떨어진 감나무 단풍잎에 시를 쓴다는 것으로 그 풍류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나라 한유(韓愈)는 감나무 단풍잎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를 활활 타는 불의 신(火神)이 물양산을 펴서 들고 있는 것 같고 구름도 붉게 타고 나무도 타는데 굵은 감열매가 나무를 덮었더라고 노래하고 있다.
아버지가 아직도 젊으셨던 시절, 뒷동네에서 지금의 집으로 이사올 때 작은 감나무 한그루를 지게에 지고 오셔서 안마당에 심은 그 나무에 우리가 올라가서 끝이 갈라진 긴 장대로 가지를 꺽어 감을 땄었는데 이제는 그 나무의 기력이 다하여 겨우 몇 개의 감밖에 달지 못한다. 어머니가 계실때는 서울로 간 아들이 겨울방학때 오면 줄려고 장독대 어딘가에 소중하게 보관하셨다가 추운 겨울밤에 몇 개씩 꺼내 오신다. 윗부분의 얇은 껍질을 조금 벗긴 후 놋쇠 숫가락으로 퍼 먹으면 약간 얼은 듯한 안쪽살이 서걱서걱한 느낌으로 한입 삼키면 이가 시리도록 입안이 싸늘해 진다. 감을 먹으면 변비가 생긴다는 말을 그때는 듣도 보도 못했다. 없어서 못 먹었지 그런 걱정은 생각에도 없었다.
서울에도 어디엔가 가끔 감나무가 보이고 빨갛게 익은 감도 보인다. 감나무 밑에 가면 다른 어떤 나뭇잎보다도 화려하고 글씨를 쓸 수 있을 만큼 큼직한 나뭇잎이 떨어져 있다. 그 색깔의 아름다움이 오래 보존되었으면 하지만 책갈피 어딘가에 넣어 두었다가 며칠이 지나 책을 열어보면 실망스럽게도 마른 잎 하나가 거기에 있다. 언제 아름다움이 그 속에 있었던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마른 잎을 보면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내 어린시절의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그 속에서 느껴본다. 높고 푸른 하늘, 아름다운 추억과 꿈, 그리고 언제나 정겨운 고향이 그 속에 다 들어 있음을 본다.
잎은 다 떨어지고 빠알간 열매만 매달린 감나무를 본다
어찌 저리도 아름다울까
어릴적 추억이 담긴 감나무를 풀어본다.
♠ 감나무(학명 : Diospyros kaki)
감나무는 고향의 나무다.
이렇게 서슴없이 얘기할 수 있는 것은 한국, 중국, 일본이 원산지답게 어느 시골동네 집집마다 한두 그루는 어김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친숙한 과일나무이기 때문이다.
새하얗게 떨어진 감꽃을 밀줄기에 꿰어 목걸이를 만들 때부터 찬서리가 내릴때까지 우리는 감나무를 오르내리며 놀았다. 「감나무 가지는 약해서 조심해야 한다」하시는 아버지의 당부말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하기야 별다른 놀이 깜이 없었으니 그럴만도 하겠지만 누가 더 높이 오르는지, 그리고 감이 얼마만큼 익었는지를 확인하는 것은 매일 매일의 신선한 즐거움이자 의무였다.
우리 집에는 안마당에 두그루, 바깥마당에 두그루의 감나무가 있었고 동네에서 처음으로 삭감(단감)나무 한그루가 있었는데 익은 감을 물에 담가 삭이지 않아도 떫은맛이 없어 모두가 신기해 하기도 했다. 여름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벌써 알이 많이 굵어져 땅에 떨어진 감을 주워다 사랑마루에 재워두면 어김없이 다음날이면 맛이 좋게 익었다. 이것을 주우려고 약속대로 일찌감치 깨워주시는 엄마의 재촉을 몇번 듣고서야 졸린 눈을 비비며 감나무 밑에 가보면 웬걸 누군가 벌써 다녀간 뒤다. 아마 새벽 일찍 도라새미로 물 길으러 간 누군가가 먼저 주워 갔나보다.
「유양잡조(酉陽雜俎)」라는 책에 감나무는 일곱가지 훌륭한 점이 있다고 했다. 첫째로 이 나무는 수(壽)를 하여서 오래 살고, 둘째로 좋은 그늘을 만들어 주며, 세째로 새가 집을 짓지 않고, 네째 벌레가 없으며, 다섯째 단풍이 아름답고, 여섯째 열매가 먹음직스러우며, 일곱째는 잎이 큼직하여 글씨를 쓸 수 있다고 했다. 이것을 감나무의 칠절(七絶)이라 하는데 이와 같은 칭찬은 약간 과장된 느낌이 없지 않다. 즉 새가 집을 짓기도 하고 벌레가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일곱이란 수는 행복한 수인 까닭에 이왕이면 일곱 가지의 좋은 점을 무리하게나마 만들었을 만하다.
「시엽제시(枾葉題時)」란 말이 있다. 땅에 떨어진 감나무 단풍잎에 시를 쓴다는 것으로 그 풍류가 이루 말할 수 없다. 당나라 한유(韓愈)는 감나무 단풍잎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를 활활 타는 불의 신(火神)이 물양산을 펴서 들고 있는 것 같고 구름도 붉게 타고 나무도 타는데 굵은 감열매가 나무를 덮었더라고 노래하고 있다.
아버지가 아직도 젊으셨던 시절, 뒷동네에서 지금의 집으로 이사올 때 작은 감나무 한그루를 지게에 지고 오셔서 안마당에 심은 그 나무에 우리가 올라가서 끝이 갈라진 긴 장대로 가지를 꺽어 감을 땄었는데 이제는 그 나무의 기력이 다하여 겨우 몇 개의 감밖에 달지 못한다. 어머니가 계실때는 서울로 간 아들이 겨울방학때 오면 줄려고 장독대 어딘가에 소중하게 보관하셨다가 추운 겨울밤에 몇 개씩 꺼내 오신다. 윗부분의 얇은 껍질을 조금 벗긴 후 놋쇠 숫가락으로 퍼 먹으면 약간 얼은 듯한 안쪽살이 서걱서걱한 느낌으로 한입 삼키면 이가 시리도록 입안이 싸늘해 진다. 감을 먹으면 변비가 생긴다는 말을 그때는 듣도 보도 못했다. 없어서 못 먹었지 그런 걱정은 생각에도 없었다.
서울에도 어디엔가 가끔 감나무가 보이고 빨갛게 익은 감도 보인다. 감나무 밑에 가면 다른 어떤 나뭇잎보다도 화려하고 글씨를 쓸 수 있을 만큼 큼직한 나뭇잎이 떨어져 있다. 그 색깔의 아름다움이 오래 보존되었으면 하지만 책갈피 어딘가에 넣어 두었다가 며칠이 지나 책을 열어보면 실망스럽게도 마른 잎 하나가 거기에 있다. 언제 아름다움이 그 속에 있었던가 싶어 안타깝기도 하다. 마른 잎을 보면서 눈에는 보이지 않는 내 어린시절의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그 속에서 느껴본다. 높고 푸른 하늘, 아름다운 추억과 꿈, 그리고 언제나 정겨운 고향이 그 속에 다 들어 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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