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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남편이 있었기에.....[울트라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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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정숙 작성일06-09-02 21:32 조회70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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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달려 볼 수 없는 먼 거리를 달린다는 두려움에 휩싸여 새벽을 가르며 출발점으로 향합니다.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새벽... 달리기로 달련된 많은 분들 속에서 어설픈 모습으로 출발을 기다립니다. 어깨는 자꾸 움츠려 들고 추위때문인지 불안때문인지 온 몸이 오돌 오돌 떨려옵니다. 잘 할 수 있다고 내 마음을 다독이며 첫발을 내딛으며 기나긴 여행을 시작합니다. 어둠이 짙게 깔린 길을 앞사람만 보고 묵묵히 달립니다. 서서히 세상이 밝아오며 아침이 옵니다. 물안개가 아름답게 피어오르며 강의 모습을 드러내고, 가벼운 운동복 차림으로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도 간간히 보입니다. 하지만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내 마음은 이것저것 살피고 느끼고 할 마음의 여유가 생기지 않는군요. 앞만 보고 갑니다. 10키로를 지나 20키로를 지나고 나니 몸도 가벼워 진 느낌이고 휜해진 날씨때문인지 마음도 밝아 오는군요. 35키로를 지나며 그동안 같이 달려온 박동호님과도 이제 멀어져 갑니다. 부디 완주 하소서....

유유히 흐르는 한강을 옆에두고 달리다 보니 42.195를 지나고 있군요. 아! 이제부터 시작이구나 지금까지는 내가 달려본 거리이지만 이제 부터는 달려보지 않은 길을 달린다는 생각에 마음을 굳게 먹고 강바람을 온몸으로 받으며 자원봉사자님들의 뜨거운 환호를 힘삼아 나를 앞지르기도 하고 내가 앞지르기도 하면서 제1관문에 도착합니다.

옷과 신발을 바꾸어 신고 수박을 한쪽 먹습니다. 꿀맛 입니다.
스트레칭을 하기도 하고 쉬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다시 발길을 돌리며 뜁니다.
뛰면서 먼저 반환점을 돌아오시는 분들을 보며 아는 얼굴을 기다리며 뜁니다.
굿모닝동우회 한기원님이 제일 먼저 반환점을 돌아오겠지....
아는 사람을 만난다는 것이 이리 즐거울 줄이야....
저기 멀리 한기원님 열심히 뛰어옵니다.
반가운 얼굴로 힘내라고 외쳐주십니다.
힘이 납니다.
멀기도 하군요. 열심히 가도가도 반환점은 보이지 않고 오직 똑바른 길만 나를 반기고 있습니다. 반환점까지만 가면 마음이 놓일텐데....

멀리서 내 이름을 외치며 응원하시는 분들 조영국님 성한민님 벌써 반환점을 돌아 전복죽을 먹으며 쉬고 계시는 군요. 얼마남지 않았다고 힘을 줍니다.
반환점이 보입니다.
반가운 반환점을 씩씩하게 돌아 다시 오던길을 가는데 반환점을 향해 오시는 분들을 보니 갑자기 눈물이 나려 합니다. 손이 저절로 올라가며 웃어봅니다. 힘내세요...

맛난 전복죽을 먹고 있자니 35키로에서 헤어진 박동호님 모습이 보입니다.
너무 반갑군요... 빨리 오세요....
다리는 무겁고 슬슬 무릎통증도 오는데 아주 멋진폼으로 저를 추월하시는분...미워..

저는 이쯤에서 저와 피니쉬라인을 밟을 동반주님을 만납니다.
김해마라톤 "이후근님" 춘마때 3시간20분의 페이스메이커를 하셔서 그때는 끝까지 따라가지 못했는데 이 힘든 상황에 만나서 같이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하며...
다리는 무겁고 무릎통증도 간간히 오는데 옆에서 발맞추어 뛰어주시니 힘이 납니다.
점점 피로해지는 몸으로 강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달리자니 아이들이 보고싶습니다.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는데 이런 힘든상황이 오니 웃는 아이들 얼굴이 먼저 떠오르며 빨리 만나고 싶군요. 남편모습도 ..... 나를 기다릴 남편을 생각하니 자꾸만 눈시울이 뜨거워지며 마음만 앞서 갑니다.

80키로를 지나면서 나를 아가씨로 착각하신 자원봉사 아주머니를 다시 만납니다.
아이구 아가씨아녀 어쩌자고 ...... 하시며 따뜻한 물을 건네 주시던 분....

급수대 마다 걸으며 물을 마시고 다시 다음 급수대를 기다리며 달립니다.
그러다 보니 지나오면서 눈여겨본 87.5키로 팻말이 바닥에 보입니다.
여기까지 왔구나!!! 이제 조금만 더....

90키로에 당도하니 이제 살았구나 싶으며 10키로 쯤이야..마음이 가벼워 집니다.
마음뿐 몸은 그렇지 않은데....
10키로가 가깝게 느껴진다고 하니 이후근님 속도를 조금 올려보자고 하시더군요.
따라갈 수 밖에... 속도를 올려 달리니 그런데로 괜찮더군요. 하지만 몸은 자꾸만 무거워 집니다. 숨소리도 거칠어지며 빨리 끝내고 싶다는 간절한 생각만 나를 압도합니다.
95키로를 지나고 1키로1키로가 지금껏 달려온 거리보다도 먼 거리같이 느껴지며 모든걸 몸에 맡기고 마냥 달립니다. 멀리 내 남편의 모습이 보입니다.
반갑고, 힘들고, 쉬고싶은 마음을 남편은 아는지....
드디어 다리를 건넙니다. 어움에 깔려 이 다리를 건넜는데 어둡기전에 다시 이 다리를 건너 들어오게 될 줄이야... 이제 조금만 가면 된다고 옆에서 같이 뛰어주는 남편이 힘을 줍니다.

몰려든 사람들 속으로 뛰어들어가니 피니쉬라인이 보입니다.
아무생각도 아무느낌도 없이 오직 저곳을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뿐....
먼저 가라고 나를 떠밀어 주시는 이후근님 정신없어 먼저 피니쉬라인을 밟습니다.

언니같은 모습의 조수경님의 얼굴을 보자니 눈물이 마구 쏟아 집니다.
이렇게 건강히 날 키워서 시집보내주신 부모님 얼굴도 떠오르며 한 동안 감정 수습이 안됩니다. 해 냈구나!!! 하지만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다짐합니다.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내 마음속에 굳게 맹세하며 운동장을 나섭니다. 하지만 불과 몇시간만에 마음은 바뀝니다. 내년에는 남편과 꼭 같이 뛰어 보리라....

참 묘한 일이지만 달리고 나서 달려온 일을 떠올리게 되면 좋았던 기억만 떠오릅니다. 자원봉사자님들의 멋진 응원 그리고 너무 맛나던 수박이며 음식들....아프고 나쁜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습니다. 그게 바로 나쁜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주는 것이 아닐런지요....

다시금 좋은 기억만 남으며 울트라 마라톤을 무사히 완주한 기쁨에 빠져 행복합니다.
무엇인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넘쳐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착한아내 친절한 엄마로 저에게 큰힘을 준 울트라 마라톤의 추억을 마음속에 영원히 간직하며 열심히 살렵니다. 그리고 나에게 항상 변하지 않는 소나무처럼 나의 모든것을 아끼고 사랑하주시는 남편께 감사의 말을 전하며 무사히 뛸 수 있었던것은 당신의 사랑의 힘이 있었기에 가능했음을 밝힙니다. 사랑합니다.

A113번 박정숙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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