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의 어느 조그만 호텔 > 만남의광장

본문 바로가기

만남의광장

런던의 어느 조그만 호텔

페이지 정보

작성자 박복진 작성일03-02-19 00:05 조회562회 댓글0건

본문

런던의 어느 조그만 호텔

안녕하십니까
서울
고덕 달림이
박복진 입니다

런던 중심부, 저의 거래처 사무실이 위치해 있는 곳에서
제일 가까운 곳에 조그만 호텔이 있는데
14 년 넘게 저의 단골이 되었습니다

이 호텔 방에 맨 처음 들어선 1989 년 경, 호텔 도착 첫 날 항상 그러듯이
방안의 집기들을 둘러보고,
전화 사용법도 읽어보고
방 값에 포함된 내일 아침 식사하는 식당 위치, 문 여는 시각 등을 확인하고,
큰 여행 가방에 펴서 넣어 왔지만 다른 짐에 눌리어 구겨진 와이셔츠를
탈탈 털어서 옷걸이에 걸어 펴지게 하고,

얼른 욕탕 문을 열고 들어가 욕조에 뜨거운 물을 받으려 수도꼭지 틀어놓고,
오늘 입고 온 와이셔츠와 양말을 벗어 욕실 안에 던져 놓아 이따가
목욕 끝나면 그 물에 대충 주물러 빨 준비도 하고... 등등 혼자서 한참을
부지런하게 도착 첫 날 밤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목욕물이 콸콸 쏟아지는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욕조의 물을
기다리며 객실 방안의 벽을 둘러보던 나의 눈에 띄는 복사 용지 만한 사진틀 속에 넣은
투숙객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습니다.

그 글을 찬찬히 읽어보았습니다
다 읽고 나서 나는 아직 짐도 다 풀지 않은 내 여행 가방에서 카메라를 꺼내어
그 사진틀 속의 안내문을 찍었습니다.
그 때 찍은 그 사진이 지금도 나에게는 있으며
그 글의 내용은 대충 이렇습니다.

* 불이 났을 경우 *

1. 먼저 불이야 ! 라고 문을 열고 복도에 대고 크게 소리 지른다
2. 전화 송화기를 든다
3. 다이알 911 을 누른다
4. 소방서 의 교환원이 나오면 당황하지 않고 또박 또박
알아듣기 쉽게

여기 베이커 스트리트 67 번지
다란츠 호텔에 불 났습니다

라고 말한다

5. 소방서의 교환원이 방금 말한 사항을 반복하고,
그 내용이 맞는지 확인한 후 송화기를 내려놓는다

6. 신속하게 계단의 화재 비상등을 따라 건물 밖으로 나간다
7. 개인의 소지품을 다시 챙기기 위해 호텔 안으로 절대 들어가면 안 된다
8. 소방 요원이 도착하면 정확한 발화 지점을 알려주되 같이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안된다
9. 필요할 경우, 화재 감식 요원의 질문에 성실히, 정확하게 답변한다


그 다음날 아침, 호텔 방 값에 포함된 대륙식 아침 식사를 위해 내 방을 나와
복도를 걸어 가다가 나는 또 보았습니다.
곳곳에 빨간 통의 분말 소화기, 대롱대롱 달린, 빈 칸 없는 정기 점검표

그리고 열쇠 달린 현관 문 옆에는 어김없이 비치돼 있는
빨간 칠의 비상용 도끼,

" 화재시 이 도끼를 사용하여 문을 부수고 대피하시요 "
라는 큼지막한 안내 문구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하며 옆에 앉은 영국 사람에게 이 점을 매우 감명 깊게 여기고
있다하니, 자기는 오늘소방 안전 교육 때문에 오후에 소방서를 가야 한다는 군요
직원이 10 명 이상이면 직원 중 하나는 의무적으로 일년에 한번
소방안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군요. 간단한 구급처치 교육과 함께...


달림이 여러분 !
우리가 사랑하는 우리의 자랑스런 조국 대한민국, 어느 조그만 호텔에도
이런 정도의 화재, 안전 의식이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지하철 어느 역에도 이런 의식이 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도가 있으면 그 제도를 규정에 맞게 지키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대구 지하철 화재로 숨지신 고인들께 삼가 명복을 빕니다

서울
고덕 달림이
박복진


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