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젖은 양말을 세번 갈아 신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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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전인구 작성일03-02-04 21:33 조회74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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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님과 간부들 그리고 생도들의 환호속에 하얀 도로를 따라 달려
2초소(간성문)를 나서니 태능쪽으로 향하는 6차선 큰도로
내린 눈이 녹아 도로 우측차선엔 온통 물이 고여 있고
1차선의 달림이들과 2차선의 취재차량 5대(KBS,MBC,SBS,YTN,BTN)가
경쟁하듯 번갈아 가며 앞뒤로 움직이며
어떤 팀은 어느새 다음번 육교위에 올라가서 우리 대열을 기다린다

한시간을 달려 작은 주유소옆 공간에서 잠시 물과 간식을 먹으며 스트레칭을 하면서 보니
달리는 19명의 면면들이 정말 다양하다
2군단 춘천지역에서 2명, 3군단에서 1명, 계룡대 1명, 국방부 3명, 합참 2명, 국방대 1명, 777부대 1명, 연합사 1명, 법사, 스님 각1명, 대구마라톤클럽 2명, 동생 1명,
신분별로 보아도 상사 준위 대위 소령 중령 대령 공무원 군무원 여직원 민간인 등 각색이다

지원버스에도 취재기자 서너명이 타고 계속 함께 이동한다
중간 중간 인터뷰도 해 가면서-

휴식장소마다 젖은 양말을 바꿔 신어도 신발이 젖어 있으니 곧바로 젖어 버린다
눈이 계속 내리니 다행히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
춥지도 않으면서 땀도 그리 많이 나지 않는다
오히려 앞에서 얼굴에 부딫치는 눈이 녹아 눈에 들어가니
눈물인지 눈물인지 분간이 안되고 땀과 함께 얼굴이 온통 젖어있다

큰 도로를 벗어나 소로길로 접어들어 하얀 눈이 다져진 도로위를 달리니
마치 하얀 양탄자 위를 걷는 듯 하고 눈에 보이는 주변 천지가 흰 세상이다
간간이 있는 시골집의 풍경이 얼마나 아담하고 평화스러운지
흰색을 못본다는 개들이 뭔가 차겁기는 한지 펄펄 뛰며 좋아한다

동네 안내스피커에서 "동민 여러분- -"하는 전달을 하기도 하고
가끔씩 뽕짝음악이 흘러 나와 달리는 발걸음을 가볍게도 한다

25km정도 지역에서부터는 계속 꼬불꼬불한 오르막 길이다
뒤 따라오는 몇사람이 선두의 속도를 늦추어 달라는 요청이 온다
군가를 부르기도 하고 구령을 붙이기도 하며 서로 기운을 돋구어 주고
훈련부장 김소령이 호르라기를 불며 발을 맞추니 더욱 힘이 난다

2차선의 좁은 고갯길이니 취재차랑과 마주오는 차들이 미끄러운 길에 겨우 비껴가고
달리는 대열 뒤로는 추월못한 차들이 기차고뻬처럼 길게 따라온다

옛날엔 아흔아홉구비였을것 같은 고개를 힘겹게 올라 축석검문소부근에서
민간차량은 빠지고 선도 찝차만 앞선 가운데 탄약대대 영내 도로로 접어든다
내리는 눈이 한뼘이나 쌓여 아직 아무도 가지 않은 깨끗한 길을 달리니
이게 마라톤인지 눈길 산보하는지 싶어 모두들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눈이 계속내리는 이런 날씨에 이런 아름다운 곳을 달릴 기회가 언제 또 있으랴
오늘의 날씨와 이 코스는 어찌 사람의 힘으로 만들수 있으랴
내리는 눈과 주변의 자연과 그 위를 달리는 사람들이 하나로 어우러진 이 완전한 조화로움
꿈속이면 이리 깨끗할까 꿈속이면 이리 아름다울까

미끄러운 길에다 속도를 올리지 못하니 도착예정시간인 1시가 벌써 지나
배도 고파오고 약간씩 다리가 무거워지는 느낌이 든다
그래도 연습없이 이정도 거리를 계속 달릴 수 있는 것이 꽤나 관록이 붙었나 싶기도 하다
두명은 몸 컨디션이 안좋아 일부구간 차를 타고 따르고
처음 이만한 장거리를 뛰어보는 법사님과 신대령도 아직은 보조를 잘 맞춰주고 있다

목표지역 부대가 멀리 보이는 도로에 이르니 취재진이 먼저가서 기다린다
1.5km를 남겨두고는 아예 함께 뛰면서 인터뷰를 한다
이 궂은 날씨에 마지막까지 왜이런 고생을 하느냐고 하기도 하고
힘이들어 전역식행사를 어떻게 하겠느냐고도 한다

부대입구 삼거리에 이르니 빨간 부대기를 든 9명의 기수들이 단독군장으로 선도하고
부대정문을 들어서니 군악대 연주와 함께 부대 간부들이 환영해 준다
취재진들에 둘러싸여 마치 개선장군이라도 된 듯이 모두가 야단들이다
그래 바로 이때가 내가 하고 싶은 말을 할 때인 것 같아 목소리를 높인다

도전정신을 가져라
일단 시작하면 해 낼 수 있다
나이가 든다고 몸과 마음이 늙는 것이 아니다
공직자로서 군의 간부로서 심신수련의 과정이 꼭 필요하다

4시간 반이 넘게 달려온 시간
36km의 꽤나 긴 거리
세계지도 놓고 보면 한 점도 안되는 거리이고
긴 억겁세월에 비하면 또 한점도 안되는 시간

한없이 작지만 온세상을 다 감싸고도 남을 만큼 크기도 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억겁세월을 다 인식하기에 조금의 모자람도 없는 시간

누가 시간과 공간의 이 조화로움과 환희를 알랴
누가 한치의 차이도 없는 이 완전한 세상을 인식하랴
이를 보고 느끼는 이 언제나 행복속에 살고
이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이 세상의 중심되고 주인으로 살게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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