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통골아! 잘 있었느냐?④ <마지막편>
페이지 정보
작성자 나강하 작성일03-01-23 13:40 조회397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수통골아! 잘 있었느냐?④ <산행기>
--------------<지난 글>--------------
<마라톤과 등산>
1. 숨어있는 山
2. 어떻게 너와 마주하랴?
3. 절벽을 넘어, 능선을 가로질러
① 주차장-도덕봉(13:00-14:00)
② 도덕봉-잘록이(14:00-14:20)
③ 잘록이-절벽이(14:20-14:40)
④ 절벽이-457봉-백운봉(14:40-15:00)
⑤ 백운봉-금수봉(15:00-15:40)
⑥ 금수봉-삼거리(15:40-16:10)
-------------------------------------
⑦ 삼거리-빈계산(16:10-16:30)
삼거리에는 추운 날씨인데도 행상이 올라와 두부, 라면, 막걸리등을 팔고 있다. 여기서 먹어보는 맛이야 꿀맛이지만 우리는 으레 먹거리를 배낭에 싸와서 먹고, 술은 절대 먹질 않으며 의자에 잠시 쉬어 반가운 인사만 나누는 정도이니 저 행상은 우리를 구두쇠라고 비웃지는 않을까? 넘어져 얼얼한 기운이 아직 가시기도 전이어서 "이대로 수통골로 내려갈까?, 빈계산으로 갈까?"하고 고민하다가 오늘의 목표인 얼마 남지 않은 종주를 위하여 빈계산으로 방향을 잡다. 여기가 마지막 급사면으로 마음은 앞서가는데 발걸음이 무디다. 조금 가다 쉬고 또 쉬고 줄을 잡고 오른다. 수통골 종주코스 중 가장 급한 경사가 여기가 아닌가 한다. 요령 있는 사람들은 반대편에서 종주 하지만 이 급경사지에 달라붙는 맛을 아는 사람들은 땀을 훔치면서 꼭 이 코스를 택한다. 힘들여 오르니 정상에 아담한 돌탑들이 반겨준다.
⑧ 빈계산-주차장(16:30-17:00)
몇 년 전에는 여기에 돌탑이 한 개뿐이었는데 믿음이 깊으신 어느 분이 공들여 쌓고 있는지 벌써 높은 돌탑이 4개나 나란히 서있다. 익산 마니산의 돌탑 형상으로 그림처럼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앞으로 계곡 곳곳에 돌탑이 들어차 미륵 용화세상이 도래할지 모르겠다고 추측해보니 재미있다. 빈계산은 일명 암탉산이다. 마한시대 신흔국이란 부족국가의 근거지였다고 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호남고속도로 주변을 따라가면서 관바위, 코끼리바위, 용바위등이 즐비한 아기자기한 능선이 방동저수지에까지 이어지게 된다. 왼쪽으로 가면 주차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잠깐 숨을 고르고 완만한 능선 길을 가볍게 달려가니 어느덧 고단한 장딴지가 풀어져 다시 뛰어가고 싶지만 아내가 쉬엄쉬엄 가잔다. 마라톤도 그렇다. 어느 한순간 더 이상 뛰지 못할 것같이 절망이 몰려올지라도 꾹 참고서 뛰면 어느덧 가벼워져 다시 뛸 수 있게 되는데 등산도 그런 것 같다.
4. 우담발화에 대한 기억
시야가 툭 트여진 곳에서 반대편을 바라보니 우리가 지나온 산봉우리들이 코끼리 발바닥에 박힌 발톱들처럼 말발굽형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편을 향하여 힘껏 포효하니 메아리가 계곡 가득히 반향 되어 온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비쳐 명암(明暗)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지나온 봉우리들은 어깨에 한껏 힘을 주는지 붉은 근육들이 깊은 수통골의 검은 가랑이 사이로 끝없이 탐닉해 들어가 겨울의 마알간 계곡수를 뱉어내는 것도 모자라서 지나는 바람소리와 어우러져 신음소리를 토해 내고 있다. 암탉산이 울고 있었다. 능선 아래 학하리 마을 뒷편의 광수사에서 쇠북소리가 둥! 둥! 울려온다. 재작년이었던가? 저 사찰의 대웅전 불상 어깨에 삼천년만에 한번 나타난다는 우담발화(優曇鉢華)가 피었다고 신문에 대서특필되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던 적이 있다. 그걸 보려고 서울에서 친구가 일부러 내려와 안내해 주려고 갔다가 나도 덤으로 보았는데 우담발화라는 게 무슨 커다란 연등 같은 꽃이 아니고 돋보기로 보아야 겨우 보일 정도의 실잠자리 알 같은 미세한 꽃이었다. 처음에 법당을 청소하던 아줌마가 좁쌀 알보다도 작은 형체를 발견했다는데 과연 그 아줌마는 시력이 얼마나 좋기에 컴컴한 법당 안에서 천지개벽할 때만 나타난다는 미세한 우담발화를 발견해 내었단 말인가? 그렇게 의심하는 나는 과연 사악한 존재인가? 속세에 물든 구제하기 어려운 탕아란 말인가? 하필 하산 길에 그런 생각이 들다니 정녕 다음 주에도 다시 산을 찾아 마음을 닦아야한다는 암탉산의 계시란 말인가? 어쨌거나 그러한 계시가 없더라도 산행은 계속될 것이다.
<終,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달9200/개천5601/단기4336/서기2003/1/12 이름 없는 풀뿌리 나강하
덧붙임)
왜 <배달9200/개천5601/단기4336>일까요?
궁금하신 분은 답글이나 메일 주십시오.
소상한 설명을 올리겠습니다.
--------------<지난 글>--------------
<마라톤과 등산>
1. 숨어있는 山
2. 어떻게 너와 마주하랴?
3. 절벽을 넘어, 능선을 가로질러
① 주차장-도덕봉(13:00-14:00)
② 도덕봉-잘록이(14:00-14:20)
③ 잘록이-절벽이(14:20-14:40)
④ 절벽이-457봉-백운봉(14:40-15:00)
⑤ 백운봉-금수봉(15:00-15:40)
⑥ 금수봉-삼거리(15:40-16:10)
-------------------------------------
⑦ 삼거리-빈계산(16:10-16:30)
삼거리에는 추운 날씨인데도 행상이 올라와 두부, 라면, 막걸리등을 팔고 있다. 여기서 먹어보는 맛이야 꿀맛이지만 우리는 으레 먹거리를 배낭에 싸와서 먹고, 술은 절대 먹질 않으며 의자에 잠시 쉬어 반가운 인사만 나누는 정도이니 저 행상은 우리를 구두쇠라고 비웃지는 않을까? 넘어져 얼얼한 기운이 아직 가시기도 전이어서 "이대로 수통골로 내려갈까?, 빈계산으로 갈까?"하고 고민하다가 오늘의 목표인 얼마 남지 않은 종주를 위하여 빈계산으로 방향을 잡다. 여기가 마지막 급사면으로 마음은 앞서가는데 발걸음이 무디다. 조금 가다 쉬고 또 쉬고 줄을 잡고 오른다. 수통골 종주코스 중 가장 급한 경사가 여기가 아닌가 한다. 요령 있는 사람들은 반대편에서 종주 하지만 이 급경사지에 달라붙는 맛을 아는 사람들은 땀을 훔치면서 꼭 이 코스를 택한다. 힘들여 오르니 정상에 아담한 돌탑들이 반겨준다.
⑧ 빈계산-주차장(16:30-17:00)
몇 년 전에는 여기에 돌탑이 한 개뿐이었는데 믿음이 깊으신 어느 분이 공들여 쌓고 있는지 벌써 높은 돌탑이 4개나 나란히 서있다. 익산 마니산의 돌탑 형상으로 그림처럼 앉아 있는 모습을 바라보며 앞으로 계곡 곳곳에 돌탑이 들어차 미륵 용화세상이 도래할지 모르겠다고 추측해보니 재미있다. 빈계산은 일명 암탉산이다. 마한시대 신흔국이란 부족국가의 근거지였다고 한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호남고속도로 주변을 따라가면서 관바위, 코끼리바위, 용바위등이 즐비한 아기자기한 능선이 방동저수지에까지 이어지게 된다. 왼쪽으로 가면 주차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잠깐 숨을 고르고 완만한 능선 길을 가볍게 달려가니 어느덧 고단한 장딴지가 풀어져 다시 뛰어가고 싶지만 아내가 쉬엄쉬엄 가잔다. 마라톤도 그렇다. 어느 한순간 더 이상 뛰지 못할 것같이 절망이 몰려올지라도 꾹 참고서 뛰면 어느덧 가벼워져 다시 뛸 수 있게 되는데 등산도 그런 것 같다.
4. 우담발화에 대한 기억
시야가 툭 트여진 곳에서 반대편을 바라보니 우리가 지나온 산봉우리들이 코끼리 발바닥에 박힌 발톱들처럼 말발굽형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반대편을 향하여 힘껏 포효하니 메아리가 계곡 가득히 반향 되어 온다. 뉘엿뉘엿 넘어가는 저녁 햇살이 비스듬히 비쳐 명암(明暗)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지나온 봉우리들은 어깨에 한껏 힘을 주는지 붉은 근육들이 깊은 수통골의 검은 가랑이 사이로 끝없이 탐닉해 들어가 겨울의 마알간 계곡수를 뱉어내는 것도 모자라서 지나는 바람소리와 어우러져 신음소리를 토해 내고 있다. 암탉산이 울고 있었다. 능선 아래 학하리 마을 뒷편의 광수사에서 쇠북소리가 둥! 둥! 울려온다. 재작년이었던가? 저 사찰의 대웅전 불상 어깨에 삼천년만에 한번 나타난다는 우담발화(優曇鉢華)가 피었다고 신문에 대서특필되어 사람들이 구름같이 몰려들었던 적이 있다. 그걸 보려고 서울에서 친구가 일부러 내려와 안내해 주려고 갔다가 나도 덤으로 보았는데 우담발화라는 게 무슨 커다란 연등 같은 꽃이 아니고 돋보기로 보아야 겨우 보일 정도의 실잠자리 알 같은 미세한 꽃이었다. 처음에 법당을 청소하던 아줌마가 좁쌀 알보다도 작은 형체를 발견했다는데 과연 그 아줌마는 시력이 얼마나 좋기에 컴컴한 법당 안에서 천지개벽할 때만 나타난다는 미세한 우담발화를 발견해 내었단 말인가? 그렇게 의심하는 나는 과연 사악한 존재인가? 속세에 물든 구제하기 어려운 탕아란 말인가? 하필 하산 길에 그런 생각이 들다니 정녕 다음 주에도 다시 산을 찾아 마음을 닦아야한다는 암탉산의 계시란 말인가? 어쨌거나 그러한 계시가 없더라도 산행은 계속될 것이다.
<終,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배달9200/개천5601/단기4336/서기2003/1/12 이름 없는 풀뿌리 나강하
덧붙임)
왜 <배달9200/개천5601/단기4336>일까요?
궁금하신 분은 답글이나 메일 주십시오.
소상한 설명을 올리겠습니다.
추천 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