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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장갑차 사건'에 대한 창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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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창수 작성일02-12-06 16:48 조회8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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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중생 장갑차 사건'에 대한 창수 생각.

먼저 고인이 되어버린 효순, 미선의 명복을 빕니다.

참 너무도 어처구니 없고 기가 막힌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땅의 어린 두 딸이 학교에 가다가 처참하게 죽음을 당했는데 아무도 잘 못한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정말 통탄할 일입니다. 일찍이 그토록 오만 방자한 미국이라는 나라를 꾸짖었지만 이 번 일에 대해서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어제 럼스펠드가 하는 미국 국방부 장관의 이번 사건에 대한 그리고 소파개정에 대한 성명을 듣고 너무도 힘 없는 나라에 살고 있구나 하는 한 없는 서러움을 느꼈습니다.

왜 우리의 어린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등교 길에서 그 길 길바닥에 깔아 뭉개져 그토록 처참하게 죽어야 만 하는지.

우리는 이 문제로 깔아 뭉갠 장본인인 미군 장갑차, 무죄로 판결 난 미군 그리고 그토록 뻔뻔한 미국을 원망하고 미워하고 있습니다. 온 국민들이 모두 화를 내고 연일 성토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렇게 생각해 봅니다. 과연 미군만이 잘 못하고 정작 우리는 잘 못한 것이 없는가 하고 말입니다. 저는 ‘여중생 장갑차 사건’에 있어 그 문제의 본질을 흐리거나 물 탈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미군의 분명한 잘 못으로 이 번 일은 일어났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사건이 벌어지는 데 있어 우리의 잘못도 많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을 뿐입니다.

사고가 일어 난 곳이 어디인지 대략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있는지는 모르지만 면천 댐 건너 제인폭포로 가는 길에서 이번 사고가 났다고 들었습니다. 이 길을 몇 번 걸어서 지나 간 적이 있어서 대략 알고 있습니다. 댐 건너자 마자 미군 기갑대 훈련장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미군이 이곳에서 훈련 중일 때 지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 훈련장에서나 그 근처의 길에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훈련을 마치고 부대로 귀대하기 위해 일반 국도를 이용하던 중 역시 그 길로 등교하던 중 일어난 일입니다. 다시 말해서 일반 국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미군이 왜 이 땅에 있어야 하는지 그리고 왜 이런 사고가 미군에 의해 일어나야 하는가를 이야기하지 않겠습니다. 이 문제는 저보다 나으신 많은 분들께서 다루고 계시기니와 제가 하고 싶은 내용도 아닙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런 일은 미군 주둔지에서 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어디에서고 일어날 수 있는 일이고 지금도 미군이 아닌 우리 국민들에 의해 얼마든지 일으킬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을 잠시 돌이켜 봅시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국 도로 포장율이 95%를 넘는다고 합니다. 이는 도로 포장율에 있어 미국을 앞선 세계3위를 차지하고 곧 도로 포장율 100%에 이를 것이라고 합니다. 길을 내고 닦는 기술에 있어서 세계최고라고 하며 세계가 인정하고 하물며 북한에서도 인정한다고 합니다. 허지만 이렇게 자랑하는 도로 포장율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인간이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도로는 거의 없는 것이 지금의 우리 현실입니다. 어느 길이고 어느 골목이고 모두 자동차가 편리하게 다릴 수는 있지만 어느 한 구석이고 아이들이 마음 놓고 다니거나 뛰어 노닐 수 있는 길은 그 어디에고 없습니다.

아침이면 미술학교 영어학교 유치원 놀이방 태권도 음악학원 등등 온갖 각각의 학원 및 놀이방 미니버스가 줄 지어 아파트 현관 앞에까지 들어옵니다. 아파트 단지 입구가 아니라 아파트 동 앞까지 들어옵니다. 다시 말해 아파트 단지 내에 나있는 도로조차도 아이들이 거닐기에는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100미터 거리도 안 되는 곳에 있는 단지 내 슈퍼에도 차 몰고 담배 사러 가는 것이 지금의 우리의 현실이고 우리의 자동차 문화입니다.

지난 봄에 여수에서 올라오면서 일부러 국도로 달리는 버스를 번갈아 갈아타며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구례에서 장수로 가는 길을 통과하는데 일반 국도를 4차선으로 확장 공사한 길이었습니다. 어느 마을을 지나는데 그곳에서 이상한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도로 중앙에 중앙분리대가 설치되어 있는데 그 곳을 할머니 한 분께서 힘들게 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순간 울컥했습니다. 아마도 도로 건너편의 밭일을 마치고 길 건너 집으로 넘어가는 중이었는가 봅니다.

분명 이 길은 집과 밭 사이에 나있던 길이었을 게고 그 길이 고속화 도로로 바뀌면서 할머니에게는 죽음을 넘나드는 길이 되어버렸구나. 도대체 누구를 위한 길이란 말인가. 이 길을 슬쩍 지나칠 사람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평생 이곳에 터 잡고 살던 사람들을 위한 길인지. 정말 알 수가 없었습니다.

얼마 전 쓰다가 만 ‘팔당 역 맞은 편 길을 거닐며’라는 제목에서도 실제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어릴 적 그 곳에서 분명 보았던 오솔길이 있었는데 그 길이 88도로와 연결되는 공사로 마구 파헤쳐져 있으며 자동차 전용도로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무척 슬퍼했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길을 자동차에게 빼앗기고 또 내 몰리고 마는구나 하는 내용을 적으려 했습니다.

우리의 도로 정책이 이렇습니다. 95퍼센트의 도로 포장율 그래서 세계3위라는 것을 자랑하지만 전국 어디에고 우리가 자유롭게 거닐 수 있는 길은 0퍼센트라고 말을 해도 과언은 아닐 것입니다. 이런 잘 못된 정책으로 말미암아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은 처음부터 없었고 그런 길로 밖에 어쩔 수 없이 학교에 가던 우리의 아이들이 참변을 당한 것입니다. 잘 생각해 봅시다. 과연 미군만 잘못한 것이고 우리의 잘못은 하나도 없다는 것인지 곰곰히 생각해 봅시다. 이런 일은 미군에 의해서 만이 아니라 미군 주둔지에서 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의해서 전국 어디에서고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고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애초부터 길을 포장할 때 사람이 다닐 수 있는 길을 고려하면서 만들었다면 아니 조금만이라도 지역주민과 사람을 생각했더라면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저는 분명히 이야기 할 수 있습니다. 길을 닦는데 있어 사람은 눈꼽만치도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입니다.

왜 이렇게 엉터리 개발 위주로 몇 십년 동안 줄기차게 벌어진 것일까. 있을 때 해 먹어야 한다. 빨리 빨리 공사 따고 해 먹고 저 쪽 가서 또 해 먹고... 인간이라는 생각 애시당초 그 어디에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를 지금 가지고 살고 있습니다.

여러 가지 헛생각을 많이 하지만 저는 88도로를 없애고 싶습니다. 그리고 자동차에게 빼앗긴 전국의 옛길을 다시 찾겠습니다.

우리 마라토너 여러 분 그리고 자전거 동호회 및 인라이너 젊은이 여러 분 우리 모두 힘을 합쳐 빼앗긴 우리의 길을 다시 찾읍시다. 그래야 이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이 땅에서 벌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찾읍시다. 그리고 물려 줍시다. 우리 모두 함께 힘을 모읍시다.


다시 한 번 효순이 미선이의 어린 영혼의 명복을 빕니다.


h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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