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 : 답글 : 저~ 그게 조금 복잡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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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2-12-03 12:10 조회444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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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원윤희님!
우리는 뜀꾼도 뜀쟁이도 뜀꾼쟁이도 뜀쟁이꾼도 아닙니다.
예전에 올렸던 "주도유단"이란 글을 다시 올려
두가지 질문(술과 달리기)에 대한 답으로 가름합니다.
즐거운 달리기 인생되시길 빌면서
모닝스타 정병선
주도유단(走道有段)
일찍이 조 지훈 선생은 주도유단(酒道有段) 이란 수필을 통 하여 그 사람의 주정(酒酊) 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 (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고 설파 하신 바 있습니다. 즉 술을 마시는 것도 일 종의 도(道)인 만큼 그 깊이와 높이에 따라 주도(酒 道)에도 엄연히 단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또 술 을 마신 연륜과 같이 술을 마신 친구, 술을 마신 기회와 동기, 술 버릇 등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모두 18 단계로 그 경지를 나눈바 있습니다.
술 (酒)과 달리기(走), 언뜻 보면 이 둘 사이에는 발음이 같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날 수 없다는 중독성과 빠져나올 때 겪게 되는 고통스런 금단현상을 들 수 있겠지요.
올 겨울 눈이 많이 와서 제대로 달리기를 하지 못하자 달릴 장소를 찾는 의견들이 우리클럽 ‘만남의 광장’에도 몇 편인가 올라 온 적이 있습니다. 풍귀터널, 을지로 지하보도, 하다못해 간선도로의 인도까지 얼지 않은 주로(走路)로 추천된 적인 있었지요.
또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며칠 술을 마시지 못하면 안절부절 하듯이 달리기에 중독된 사람들도 한 일주일 달리지 못하면 공연히 불안해지는 증상을 보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게다가 달리기를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엄청난 주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거리 완주 후 들이키는 한 잔의 시원한 맥주가 주는 청량감은 그것이 체력회복에는 좋지 않은 것을 잘 알지만 쉽게 뿌리치기가 어려운 유혹입니다. 어쨌든 술(酒)과 달리기(走)는 몇 가지 공통점과 예사롭지 않은 관계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조 지훈 선생 이 주장하신대로 주도 (酒道)에 단이 있다면 주도(走道)에도 단이 있다할 수 있겠지요. 달리기를 한 연륜, 그 동기 , 주법(走法), 달리기를 할 때의 버릇 등을 살펴보면 그 사람의 주력(走歷)과 함께 주력(走力)을 알 수 있지 않을 까요. 마라톤보급이 날로 확산되어 명실공히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작 금의 상황에 접하여 아직 초보자 주제에 외람되지만 대 시인의 주장을 감히 차용(借用 )하여 아직은 일천한 달리기 생활을 통해 겪은 소회(所懷)의 일단을 피력하니 이름 하여 주도유단 (走道有段 )이라해 봅니다.
(1)불주(不酒 ;不走)는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다. 마찬가지로 달리기를 아주 모르진 않으나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주 초보자여서 달리기(마라톤)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레 겁을 먹거나 잘못 된 달리기로 부상등과 같은 쓰라린 경험을 한 뒤 다시는 달리기를 하지 않겠다고 철석 같은 맹세를 한 사람들이 이 단계에 속합니다.
(2) 외주(畏酒; 畏走)는 술을 마시긴 하나 술을 겁내는 사람으로 달리기에서는 달리기(마라톤)에 대한 막 연한 공포심(대부분이 거리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 가볍게 걷는 다거나 조깅수준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의 단계입니다. 조금 단이 높은 사람들로부터 가끔 ‘새가슴’이라는 비아냥거 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3)민주(憫酒 ;憫走)는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을 이르는 단계입니다. 달리기를 한 경험도 있고 겁내지도 않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런닝팬츠(겨울철에는 ‘통아저씨’를 방불케하는 타이즈차림)바람으로 뜀박질을 하는 것이 특히 골프나 테니스와 같은 다른 운동에 비해 어딘가 점잖치 못하다고 생각 하는 사람입니다.
(4)은주( 隱酒 ;隱走)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 않고 취 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 달리기는 어차피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는 비장한 각오와 함께 은밀히 달리기를 하는 사람. 주위 사람이 알까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므로 결코 동호인 모임등에 가입하는 법이 없습니다.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잘 모르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5)상주 (商酒;商走)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 달리기를 잘 알고 좋아하면서도 크게는 각종대회의 상금이나 기록, 작게는 기념품, 메달 등에 집착하여 달리기생활을 하는 사람.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는 법이 없고 대회에만(그것도 큰 공식대회)참석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접대골프와 같이 접대달리기같은 것이 나올 날도 있지 않을까 쓸 데 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란히 한강변을 달리면서 상담도 하고 계약을 한다면 그야말로 상주(商走)가 되겠지요.
(6)색주 (色酒;色走) 는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달리기가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선주성 님이 쓴 ‘런맨의 헬스리포트: 달리기를 하면 밤이 기다려진다’ 조선일보 이 메일클럽 2001년 2월 1일자 참조).유산소운동인 달리기는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신체적인 기능을 향상시킴으로써 성생활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달리기생활을 통해 얻어진 자신감이 성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섹스 그 자체만을 위해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겠지요.
(7)수주(睡酒 ;睡走)는 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을 말합니다. 달리기를 한 후 거의 죽음과 같은 깊은 잠을 이룬 경험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지요.
(8)반주(飯酒 飯走)는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을 말합니다. 달리기를 한 후 솟구치는 식욕은 우리가 매번 경험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마라톤 클럽에 가입하고 처음 반달모임에 나가서 엉겹결에 고수들을 따라 하프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하게 되었습니다.(기록은 비밀입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제가 골인할 때까지 상당시간을 기다렸다는 사실만 밝혀드립니다.) 당시 반환점에서 박 영석 회장님께서 건네주신 생수 한 잔과 사탕 맛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는 기억과 함께. 과천에 살고 있는 저는 매일 아침 과천대공원 호수 순환도로를 10Km달린 후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출근합니다. 달리기를 한 후 아침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였지만 달리기를 하고 난 뒤에는 엄청난 양의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게 되어 체중이 오히려 늘어날까 봐 집사람의 눈살이 찌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부터는 유급(有級)의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유단(有段)의 경지로 나아갑니다.
(9)학주(學酒; 學走)는 술의 진경(珍景) 을 배우는 사람으로 주졸(酒卒;)의 단계입니다. 달리기의 묘미를 터득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단계의 사람을 말합니다. 웬만한 달리기관련 서적이나 이론서는 섭렵을 하고 국내외를 막론한 마라톤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여 서핑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물론 훈련일지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작성하지요. 각종 공식대회도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참가하게 됩니다. 당연히 기록향상을 위한 과학적인 훈련법을 배우고 익히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입니다. 동호회에도 가입하게 되고 열심히 활동합니다. 달리기 관련 용품을 구입하는데도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또 고수들을 찾아 한수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훈련요령과 레이스 운영방법등이 정립되어 있고 주법이나 자세등도 안정되어 있는 단계입니다. 물론 자기만의 마라톤철학도 구비하고 있지요. 새로운 이론이나 용품 같은 것이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터득하거나 구입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마라톤이 항상 생활의 중심에 있으며 그 무엇도 이에 우선할 수 없습니다. 담배는 물론 그 좋아하는 술도 달리기를 위해서는 절제하거나 눈물을 머금고 끊어버리는 단계입니다. 한마디로 달리기를 위해서 수도승과 같은 일상을 보내게 되는 단계입니다.
(10) 애주(愛酒;愛走 )는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으로 주도(酒徒)의 경지에 이른 사람입니다. 달리기에서는 학주(學走)의 경지에서 진일보한 상태로 나름대로 달리기관(觀)을 정립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공식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다양한 코스를 섭렵하고 골고루 실전경험을 쌓아나갑니다. 마침내 국외의 코스에 까지 눈을 돌리게 됩니다. 달려본 코스 하나하나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게 되어 마음은 항상 그곳에 가 있습니다. 잦은 대회출전(국외대회 포함)으로 가족들의 원망스런 눈총을 받을 때가 많아지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미안해하지만 겉으로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단계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달리기 전도사’라고 할 만큼 주위사람에게 달리기의 좋은 점을 알리고 권유하는데도 적극적입니다.
(11) 기주(嗜酒; 嗜走) 술의 진미 에 반한 사람으로 주객(酒客) 이라고도 합니다. 달리기 묘미에 깊숙하게 빠져든 사람 , 중증의 중독증세를 보이게 됩니다. 취미, 특기란에 서슴없이 달리기라고라고 적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지요. 달리기를 할 수 없는 자신은 생각할 수도 없는 단 계입니다. 일상의 어떤 행동보다 달리기는 우선합니다. ‘달리기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가 좌우명이 됩니다. 가끔 무의식(Runner's High)상태에서 아침 달리기를 하다가 직장에 지각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공식대회에서는 기록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레이스를 망치는 경우도 생기지만 그러나 그 쓰라린 실패 자체도 즐기는 단계입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참가가 꿈이고 Sub-3를 거쳐 Sub-2를 목표로 넘보게 됩니다.
(12) 탐주 (眈酒;眈走) 는 술의 진경 (珍景)을 체득한 사람으로 가히 주호(酒豪 )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입니다. 달리기에서 이 경지에 오르게 되면 정규 마라톤코스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을 하지 못합니다. 국내외 울트라마라톤, 테트라마라톤, 24시간, 48시간, 72시간 지속주, 국토동서횡단, 국토남북종단,등에 기꺼이 참가하여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게 됩니다. 가끔 종목을 바꿔 철인3종경기로 전향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유명한 레이스에는 모두 참가한 경험을 가지게 됩니다. 기록도 물론 중요시 하지만 그것보다는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인내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이른 바 한계상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짜릿한 흥분과 설레임, 그리고 고통 그 자 체를 즐기게 됩니다. 하수(下手)들은 거의 자학(自虐)에 가까운 이들의 처절을 극한 몸짓에 전율하며 무한한 외경심을 가지게 됩니다.
(13) 폭주( 暴酒;暴走)는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으로 주광( 酒狂)이라고도 합니다. 미친 듯이 달리는 사람입니다. 탐주의 경지를 지나 달리기에 완전히 몰입하는 단계입니다. 무술을 수련하듯이 온갖 주법(走法)을 모두 익히고 실제로 레이스에 적용합니다.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의 주법과 기록도 벤치마크로 삼게 됩니다. 치열한 경쟁심리, 호승심(好勝心)으로 가슴은 항상 불타오르고 눈동자는 이글거리게 됩니다. 당연히 훈련량도 많아지지요, 스피드훈련, 인터벌훈련, 언덕훈련, 계단오르기등 전천후훈련에 돌입, 훈련과 실전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한마디로 세계대회 출전을 앞둔 국가대표선수의 강훈(强訓)을 능가합니다. 형편만 되면 요즈음같이 이상기후로 달리기환경이 좋지 않은 때는 국내외 전지훈련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러 만약 달리기에도 골프처럼 프로 입문과정이 있다면 기꺼이 직장생활은 청산을 하고 전업마라토너(?)로 나서게 됩니다. 직장에서의 그 어떠한 만류나 유혹, 그리고 가족이나 친지들의 격렬한 반대도 그를 잡지는 못합니다. 또, 달리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실전적인 경험을 통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합니다.
(14)장주(長酒;長走 )는 주도삼매(酒道三昧)에 빠진 사람으로 주선(酒仙)의 경지에 오른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며 삼매경에 빠져드는 단계입니다. 이 경지에 오르게 되면 함부로 달리지 않습니다. 때를 기다려 즐거움을 낚는 유유자적함과 함께 남들이 모두 힘들어하는 극한 상황에서 간혹 경이적인 기록을 내 보여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경탄(驚歎)케 합니다. 그러나 겉으로 유유자적하는 가운데 내면에서 소리 없이 타오르고 있는 불꽃같은 치열함을 하수들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15)석주(惜酒 惜走)는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으로 주현(酒賢)이라 고도 합니다.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며 달리기에 임하는 단계입니다. 함부로 달리기에 나서지도 않고 달릴 기회를 아끼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달리기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실제로 참가하는 대회보다 자원 봉사하는 대회 수가 훨씬 많습니다. 레이스 운영도 하수들이 보기에는 답답하리만치 신중하고 치밀하게 합니다. 이 경지에 이르면 경쟁심리도 없어지고 결코 기록을 의식하는 법이 없지만 항상 좋은 기록을 낳게 됩니다.
(16) 낙주(樂酒;樂走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으로 주성(酒聖)이라 칭합니다. 안 달려도 달린 것 같고 달려도 안 달린 것 같은 단계입니다. 기록의 변화, 달리기 세계의 번잡한 일상사에서 초월하여 사소한 일로 결코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법이 없습니다. 후진 양성과 봉사활동에 전념하게 됩니다.
(17)관주 (觀酒;觀走) 는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 수는 없는 사람으로 주종( 酒宗)이라 칭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누렸던 달리기 생활에서 체득한 무상(無常)한 기록변화와 영고성쇠(榮枯盛衰)를 반추(反芻)하며 그 자체를 즐거워하되 육체적, 정신적, 혹은 기록적으로 이미 달관하여 더 이상 달리기 대회에 참여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단계입니다.
(18) 폐주 (廢酒:廢走) 는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으로 열 반주(涅槃酒)의 단계라고도 합니다 .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면서 겪은 갖가지 경험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성내고 즐거워하다가 마침내 달리기로 인하여 장렬히 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달리기세상을 찾아 먼 길을 떠나게 된 사람을 이릅니다. 아무쪼록 영면(永眠)하시라.
이중 불주, 외주 , 미주, 은주는 아직 술의 진경 ,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같이 달리기의 진미를 터득하지 못한 사람들이요 .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를 모르는 단계로 달리기에서도 작은 목적을 위해 뛰다가 걷다가 하며 희로애락을 되풀이하는 단계라 하겠습니다.
조 지훈 선생은 학주의 자리 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이라는 칭호를 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반주는 2 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불주가 9급이라 , 그 이하는 술과 달리기를 아예 배척하거나 반주당 (反走黨)이라 할지니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되겠지요 .
애주, 기주 , 탐주, 폭주는 술과 달리기의 진미 , 진경을 스스로 깨우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 관주는 술과 달리기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유유자적하는 사람들입니다. 선생 께서는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하셨으니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 가 9단으로 명인급(名人級)입니다 . 그 이상은 이미 이승사람들이 아니라 단을 매 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을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하셨습니다. 다만 술에 있어서나 달리기에 있어서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우선 수업료도 만만치 않을 것이요, 정신적, 육체적 수행연한이 또한 기 십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간혹 각종 달리기 비무대회(比武大會)에서는 약관의 나이에 혜성과 같이 등장하는 강호들이 있는 것이 사실 이나 이는 예외로 칠 수밖에요. 기량 만으로만 따진다면 고단자(高段者)들이 우리 주위에도 즐비한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러나 주도(走道)의 단(段)은 그것이 엄연한 도(道)인 이상 단순히 기량만으로 매길 수 없는데 그 묘미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무슨 도(道)이든지 진정으로 배우는 단계에까지 이르는 것이 어렵고 그 때부터 하나하나 배우고 깨우쳐나가는 재미와 즐거움 또한 그 무엇에도 비견할 바 없이 큼을 간파하신 선생께서는 음주유단, 고단도 많지만 학주(學酒)의 경(境)이 최고경지라고 글을 맺으셨는데 달리기에서도 학주(學走) 혹은 주졸(走卒)의 단계가 가장 빛나는 자리가 아닌가 합니다.
본격적인 달리기 시즌을 앞두고 조석으로 달리기에 여념이 없으신 전국의 동호인 여러분, 여러분의 주도(走道)는 하단(何段)에 처(處)해 있으며 지향하시는 단은 또 어디인지요? 까마득한 초보인 저는 오로지 학주 혹은 주졸의 경지를 필생의 목표로 삼아 오늘도 열심히 달리렵니다. 그 이상은 저한테는 가당치도 않고 능력에도 벗어나는 일이니까요. 고단(高段)을 목표로 용맹정진(勇猛精進)하시는 것은 좋으나 부디 열반주(涅槃走)의 경지에 도달함은 피하소서. (2001/02/17)
모닝스타 정 병선
우리는 뜀꾼도 뜀쟁이도 뜀꾼쟁이도 뜀쟁이꾼도 아닙니다.
예전에 올렸던 "주도유단"이란 글을 다시 올려
두가지 질문(술과 달리기)에 대한 답으로 가름합니다.
즐거운 달리기 인생되시길 빌면서
모닝스타 정병선
주도유단(走道有段)
일찍이 조 지훈 선생은 주도유단(酒道有段) 이란 수필을 통 하여 그 사람의 주정(酒酊) 을 보고 그 사람의 인품과 직업은 물론 그 사람의 주력 (酒歷)과 주력(酒力)을 당장 알아낼 수 있다고 설파 하신 바 있습니다. 즉 술을 마시는 것도 일 종의 도(道)인 만큼 그 깊이와 높이에 따라 주도(酒 道)에도 엄연히 단이 있다는 말씀입니다.
또 술 을 마신 연륜과 같이 술을 마신 친구, 술을 마신 기회와 동기, 술 버릇 등을 종합해 보면 그 단의 높이가 어떤 것인가를 알 수 있다는 주장과 함께 모두 18 단계로 그 경지를 나눈바 있습니다.
술 (酒)과 달리기(走), 언뜻 보면 이 둘 사이에는 발음이 같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상당한 공통점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우선 한번 빠지면 좀처럼 헤어날 수 없다는 중독성과 빠져나올 때 겪게 되는 고통스런 금단현상을 들 수 있겠지요.
올 겨울 눈이 많이 와서 제대로 달리기를 하지 못하자 달릴 장소를 찾는 의견들이 우리클럽 ‘만남의 광장’에도 몇 편인가 올라 온 적이 있습니다. 풍귀터널, 을지로 지하보도, 하다못해 간선도로의 인도까지 얼지 않은 주로(走路)로 추천된 적인 있었지요.
또 술을 즐기는 사람들이 며칠 술을 마시지 못하면 안절부절 하듯이 달리기에 중독된 사람들도 한 일주일 달리지 못하면 공연히 불안해지는 증상을 보이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게다가 달리기를 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엄청난 주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장거리 완주 후 들이키는 한 잔의 시원한 맥주가 주는 청량감은 그것이 체력회복에는 좋지 않은 것을 잘 알지만 쉽게 뿌리치기가 어려운 유혹입니다. 어쨌든 술(酒)과 달리기(走)는 몇 가지 공통점과 예사롭지 않은 관계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므로 조 지훈 선생 이 주장하신대로 주도 (酒道)에 단이 있다면 주도(走道)에도 단이 있다할 수 있겠지요. 달리기를 한 연륜, 그 동기 , 주법(走法), 달리기를 할 때의 버릇 등을 살펴보면 그 사람의 주력(走歷)과 함께 주력(走力)을 알 수 있지 않을 까요. 마라톤보급이 날로 확산되어 명실공히 ‘국민스포츠’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작 금의 상황에 접하여 아직 초보자 주제에 외람되지만 대 시인의 주장을 감히 차용(借用 )하여 아직은 일천한 달리기 생활을 통해 겪은 소회(所懷)의 일단을 피력하니 이름 하여 주도유단 (走道有段 )이라해 봅니다.
(1)불주(不酒 ;不走)는 술을 아주 못 먹진 않으나 안 먹는 사람을 이르는 말입니다 다. 마찬가지로 달리기를 아주 모르진 않으나 달리기를 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아주 초보자여서 달리기(마라톤)는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라고 지레 겁을 먹거나 잘못 된 달리기로 부상등과 같은 쓰라린 경험을 한 뒤 다시는 달리기를 하지 않겠다고 철석 같은 맹세를 한 사람들이 이 단계에 속합니다.
(2) 외주(畏酒; 畏走)는 술을 마시긴 하나 술을 겁내는 사람으로 달리기에서는 달리기(마라톤)에 대한 막 연한 공포심(대부분이 거리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어 가볍게 걷는 다거나 조깅수준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의 단계입니다. 조금 단이 높은 사람들로부터 가끔 ‘새가슴’이라는 비아냥거 림을 당하기도 합니다.
(3)민주(憫酒 ;憫走)는 술을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도 않으나 취하는 것을 민망하게 여기는 사람을 이르는 단계입니다. 달리기를 한 경험도 있고 겁내지도 않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런닝팬츠(겨울철에는 ‘통아저씨’를 방불케하는 타이즈차림)바람으로 뜀박질을 하는 것이 특히 골프나 테니스와 같은 다른 운동에 비해 어딘가 점잖치 못하다고 생각 하는 사람입니다.
(4)은주( 隱酒 ;隱走) 마실 줄도 알고 겁내지 않고 취 할 줄도 알지만 돈이 아쉬워서 혼자 숨어서 마시는 사람. 달리기는 어차피 자기 자신과의 고독한 싸움이라는 비장한 각오와 함께 은밀히 달리기를 하는 사람. 주위 사람이 알까봐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므로 결코 동호인 모임등에 가입하는 법이 없습니다. 함께 달리는 즐거움을 잘 모르는 단계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5)상주 (商酒;商走) 마실 줄 알고 좋아도 하면서 무슨 잇속이 있을 때만 술을 내는 사람 . 달리기를 잘 알고 좋아하면서도 크게는 각종대회의 상금이나 기록, 작게는 기념품, 메달 등에 집착하여 달리기생활을 하는 사람.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는 법이 없고 대회에만(그것도 큰 공식대회)참석하려는 사람들입니다. 비즈니스 세계에서의 접대골프와 같이 접대달리기같은 것이 나올 날도 있지 않을까 쓸 데 없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란히 한강변을 달리면서 상담도 하고 계약을 한다면 그야말로 상주(商走)가 되겠지요.
(6)색주 (色酒;色走) 는 성생활을 위하여 술을 마시는 사람을 가리킵니다. 달리기가 성생활에 도움을 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선주성 님이 쓴 ‘런맨의 헬스리포트: 달리기를 하면 밤이 기다려진다’ 조선일보 이 메일클럽 2001년 2월 1일자 참조).유산소운동인 달리기는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신체적인 기능을 향상시킴으로써 성생활에도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제가 경험한 바로는 달리기생활을 통해 얻어진 자신감이 성생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섹스 그 자체만을 위해서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은 아마도 없겠지요.
(7)수주(睡酒 ;睡走)는 잠이 안 와서 마시는 사람을 말합니다. 달리기를 한 후 거의 죽음과 같은 깊은 잠을 이룬 경험을 우리는 모두 가지고 있지요.
(8)반주(飯酒 飯走)는 밥맛을 돕기 위해서 마시는 사람을 말합니다. 달리기를 한 후 솟구치는 식욕은 우리가 매번 경험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지난해 10월 서울마라톤 클럽에 가입하고 처음 반달모임에 나가서 엉겹결에 고수들을 따라 하프코스를 처음으로 완주하게 되었습니다.(기록은 비밀입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제가 골인할 때까지 상당시간을 기다렸다는 사실만 밝혀드립니다.) 당시 반환점에서 박 영석 회장님께서 건네주신 생수 한 잔과 사탕 맛을 저는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다는 기억과 함께. 과천에 살고 있는 저는 매일 아침 과천대공원 호수 순환도로를 10Km달린 후 샤워를 하고 아침을 먹고 출근합니다. 달리기를 한 후 아침 밥맛은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달리기를 시작하기 전에는 아침을 먹는 둥 마는 둥 하였지만 달리기를 하고 난 뒤에는 엄청난 양의 ‘든든한’ 아침식사를 하게 되어 체중이 오히려 늘어날까 봐 집사람의 눈살이 찌푸러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제부터는 유급(有級)의 단계를 지나 본격적인 유단(有段)의 경지로 나아갑니다.
(9)학주(學酒; 學走)는 술의 진경(珍景) 을 배우는 사람으로 주졸(酒卒;)의 단계입니다. 달리기의 묘미를 터득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는 단계의 사람을 말합니다. 웬만한 달리기관련 서적이나 이론서는 섭렵을 하고 국내외를 막론한 마라톤 관련 사이트에 접속하여 서핑하는 시간이 많습니다. 물론 훈련일지도 빼먹지 않고 꼬박꼬박 작성하지요. 각종 공식대회도 나름대로 계획을 세워 참가하게 됩니다. 당연히 기록향상을 위한 과학적인 훈련법을 배우고 익히느라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입니다. 동호회에도 가입하게 되고 열심히 활동합니다. 달리기 관련 용품을 구입하는데도 돈을 아끼지 않습니다. 또 고수들을 찾아 한수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훈련요령과 레이스 운영방법등이 정립되어 있고 주법이나 자세등도 안정되어 있는 단계입니다. 물론 자기만의 마라톤철학도 구비하고 있지요. 새로운 이론이나 용품 같은 것이 나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터득하거나 구입해야 직성이 풀립니다. 마라톤이 항상 생활의 중심에 있으며 그 무엇도 이에 우선할 수 없습니다. 담배는 물론 그 좋아하는 술도 달리기를 위해서는 절제하거나 눈물을 머금고 끊어버리는 단계입니다. 한마디로 달리기를 위해서 수도승과 같은 일상을 보내게 되는 단계입니다.
(10) 애주(愛酒;愛走 )는 술의 취미를 맛보는 사람으로 주도(酒徒)의 경지에 이른 사람입니다. 달리기에서는 학주(學走)의 경지에서 진일보한 상태로 나름대로 달리기관(觀)을 정립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공식대회에 빠짐없이 참가하여 다양한 코스를 섭렵하고 골고루 실전경험을 쌓아나갑니다. 마침내 국외의 코스에 까지 눈을 돌리게 됩니다. 달려본 코스 하나하나에 각별한 애정을 가지게 되어 마음은 항상 그곳에 가 있습니다. 잦은 대회출전(국외대회 포함)으로 가족들의 원망스런 눈총을 받을 때가 많아지는 단계입니다. 그러나 마음속으로는 미안해하지만 겉으로는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경제적 부담이 가중되는 단계이지만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 ‘달리기 전도사’라고 할 만큼 주위사람에게 달리기의 좋은 점을 알리고 권유하는데도 적극적입니다.
(11) 기주(嗜酒; 嗜走) 술의 진미 에 반한 사람으로 주객(酒客) 이라고도 합니다. 달리기 묘미에 깊숙하게 빠져든 사람 , 중증의 중독증세를 보이게 됩니다. 취미, 특기란에 서슴없이 달리기라고라고 적을 수 있는 경지에 오른 사람이지요. 달리기를 할 수 없는 자신은 생각할 수도 없는 단 계입니다. 일상의 어떤 행동보다 달리기는 우선합니다. ‘달리기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가 좌우명이 됩니다. 가끔 무의식(Runner's High)상태에서 아침 달리기를 하다가 직장에 지각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공식대회에서는 기록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레이스를 망치는 경우도 생기지만 그러나 그 쓰라린 실패 자체도 즐기는 단계입니다. 보스턴 마라톤대회 참가가 꿈이고 Sub-3를 거쳐 Sub-2를 목표로 넘보게 됩니다.
(12) 탐주 (眈酒;眈走) 는 술의 진경 (珍景)을 체득한 사람으로 가히 주호(酒豪 )의 경지에 올라 있는 사람입니다. 달리기에서 이 경지에 오르게 되면 정규 마라톤코스만으로는 더 이상 만족을 하지 못합니다. 국내외 울트라마라톤, 테트라마라톤, 24시간, 48시간, 72시간 지속주, 국토동서횡단, 국토남북종단,등에 기꺼이 참가하여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게 됩니다. 가끔 종목을 바꿔 철인3종경기로 전향하기도 합니다. 그리하여 인구(人口)에 회자(膾炙)되는 유명한 레이스에는 모두 참가한 경험을 가지게 됩니다. 기록도 물론 중요시 하지만 그것보다는 인간의 정신적, 육체적 인내의 한계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이른 바 한계상황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짜릿한 흥분과 설레임, 그리고 고통 그 자 체를 즐기게 됩니다. 하수(下手)들은 거의 자학(自虐)에 가까운 이들의 처절을 극한 몸짓에 전율하며 무한한 외경심을 가지게 됩니다.
(13) 폭주( 暴酒;暴走)는 주도를 수련하는 사람으로 주광( 酒狂)이라고도 합니다. 미친 듯이 달리는 사람입니다. 탐주의 경지를 지나 달리기에 완전히 몰입하는 단계입니다. 무술을 수련하듯이 온갖 주법(走法)을 모두 익히고 실제로 레이스에 적용합니다. 세계적인 마라토너들의 주법과 기록도 벤치마크로 삼게 됩니다. 치열한 경쟁심리, 호승심(好勝心)으로 가슴은 항상 불타오르고 눈동자는 이글거리게 됩니다. 당연히 훈련량도 많아지지요, 스피드훈련, 인터벌훈련, 언덕훈련, 계단오르기등 전천후훈련에 돌입, 훈련과 실전을 구분하기 힘듭니다. 한마디로 세계대회 출전을 앞둔 국가대표선수의 강훈(强訓)을 능가합니다. 형편만 되면 요즈음같이 이상기후로 달리기환경이 좋지 않은 때는 국내외 전지훈련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이 단계에 이르러 만약 달리기에도 골프처럼 프로 입문과정이 있다면 기꺼이 직장생활은 청산을 하고 전업마라토너(?)로 나서게 됩니다. 직장에서의 그 어떠한 만류나 유혹, 그리고 가족이나 친지들의 격렬한 반대도 그를 잡지는 못합니다. 또, 달리기에서 발생하는 모든 상황에 대해 실전적인 경험을 통한 해박한 지식을 자랑합니다.
(14)장주(長酒;長走 )는 주도삼매(酒道三昧)에 빠진 사람으로 주선(酒仙)의 경지에 오른 사람입니다. 마찬가지로 달리기 그 자체를 즐기며 삼매경에 빠져드는 단계입니다. 이 경지에 오르게 되면 함부로 달리지 않습니다. 때를 기다려 즐거움을 낚는 유유자적함과 함께 남들이 모두 힘들어하는 극한 상황에서 간혹 경이적인 기록을 내 보여 주위 사람들로 하여금 경탄(驚歎)케 합니다. 그러나 겉으로 유유자적하는 가운데 내면에서 소리 없이 타오르고 있는 불꽃같은 치열함을 하수들은 감히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15)석주(惜酒 惜走)는 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 사람으로 주현(酒賢)이라 고도 합니다. 자기 자신보다는 남을 먼저 생각하며 달리기에 임하는 단계입니다. 함부로 달리기에 나서지도 않고 달릴 기회를 아끼며 자기가 가지고 있는 달리기에 관한 지식과 정보를 여러 사람에게 전달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실제로 참가하는 대회보다 자원 봉사하는 대회 수가 훨씬 많습니다. 레이스 운영도 하수들이 보기에는 답답하리만치 신중하고 치밀하게 합니다. 이 경지에 이르면 경쟁심리도 없어지고 결코 기록을 의식하는 법이 없지만 항상 좋은 기록을 낳게 됩니다.
(16) 낙주(樂酒;樂走 ) 마셔도 그만, 안 마셔도 그만, 술과 더불어 유유자적하는 사람으로 주성(酒聖)이라 칭합니다. 안 달려도 달린 것 같고 달려도 안 달린 것 같은 단계입니다. 기록의 변화, 달리기 세계의 번잡한 일상사에서 초월하여 사소한 일로 결코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법이 없습니다. 후진 양성과 봉사활동에 전념하게 됩니다.
(17)관주 (觀酒;觀走) 는 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 수는 없는 사람으로 주종( 酒宗)이라 칭합니다.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누렸던 달리기 생활에서 체득한 무상(無常)한 기록변화와 영고성쇠(榮枯盛衰)를 반추(反芻)하며 그 자체를 즐거워하되 육체적, 정신적, 혹은 기록적으로 이미 달관하여 더 이상 달리기 대회에 참여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 단계입니다.
(18) 폐주 (廢酒:廢走) 는 술로 말미암아 다른 술 세상으로 떠나게 된 사람으로 열 반주(涅槃酒)의 단계라고도 합니다 . 오랫동안 달리기를 하면서 겪은 갖가지 경험에 기뻐하고 슬퍼하며 성내고 즐거워하다가 마침내 달리기로 인하여 장렬히 생을 마감하고 새로운 달리기세상을 찾아 먼 길을 떠나게 된 사람을 이릅니다. 아무쪼록 영면(永眠)하시라.
이중 불주, 외주 , 미주, 은주는 아직 술의 진경 , 진미를 모르는 사람들같이 달리기의 진미를 터득하지 못한 사람들이요 . 상주, 색주, 수주, 반주는 목적을 위하여 마시는 술이니 술의 진체를 모르는 단계로 달리기에서도 작은 목적을 위해 뛰다가 걷다가 하며 희로애락을 되풀이하는 단계라 하겠습니다.
조 지훈 선생은 학주의 자리 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 초급을 주고 주졸이라는 칭호를 줄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이에 반주는 2 급이요, 차례로 내려가서 불주가 9급이라 , 그 이하는 술과 달리기를 아예 배척하거나 반주당 (反走黨)이라 할지니 논의의 대상이 되지 않게 되겠지요 .
애주, 기주 , 탐주, 폭주는 술과 달리기의 진미 , 진경을 스스로 깨우친 사람이요. 장주, 석주, 낙주 , 관주는 술과 달리기의 진미를 체득하고 다시 한번 넘어서 유유자적하는 사람들입니다. 선생 께서는 애주의 자리에 이르러 비로소 주도의 초단을 주고 주도(酒徒)란 칭호를 줄 수 있다 하셨으니 기주가 2단이요, 차례로 올라가서 열반주 가 9단으로 명인급(名人級)입니다 . 그 이상은 이미 이승사람들이 아니라 단을 매 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주도의 단은 때와 곳을 따라 그 질량의 조건에 따라 비약이 심하고 강등이 심하다 하셨습니다. 다만 술에 있어서나 달리기에 있어서 유단의 실력을 얻자면 우선 수업료도 만만치 않을 것이요, 정신적, 육체적 수행연한이 또한 기 십년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입니다.
간혹 각종 달리기 비무대회(比武大會)에서는 약관의 나이에 혜성과 같이 등장하는 강호들이 있는 것이 사실 이나 이는 예외로 칠 수밖에요. 기량 만으로만 따진다면 고단자(高段者)들이 우리 주위에도 즐비한 것이 현실이니까요. 그러나 주도(走道)의 단(段)은 그것이 엄연한 도(道)인 이상 단순히 기량만으로 매길 수 없는데 그 묘미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무슨 도(道)이든지 진정으로 배우는 단계에까지 이르는 것이 어렵고 그 때부터 하나하나 배우고 깨우쳐나가는 재미와 즐거움 또한 그 무엇에도 비견할 바 없이 큼을 간파하신 선생께서는 음주유단, 고단도 많지만 학주(學酒)의 경(境)이 최고경지라고 글을 맺으셨는데 달리기에서도 학주(學走) 혹은 주졸(走卒)의 단계가 가장 빛나는 자리가 아닌가 합니다.
본격적인 달리기 시즌을 앞두고 조석으로 달리기에 여념이 없으신 전국의 동호인 여러분, 여러분의 주도(走道)는 하단(何段)에 처(處)해 있으며 지향하시는 단은 또 어디인지요? 까마득한 초보인 저는 오로지 학주 혹은 주졸의 경지를 필생의 목표로 삼아 오늘도 열심히 달리렵니다. 그 이상은 저한테는 가당치도 않고 능력에도 벗어나는 일이니까요. 고단(高段)을 목표로 용맹정진(勇猛精進)하시는 것은 좋으나 부디 열반주(涅槃走)의 경지에 도달함은 피하소서. (2001/02/17)
모닝스타 정 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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