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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黎明星 칼럼]정치꾼과 증권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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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병선 작성일02-12-05 10:38 조회59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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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전문성을 나타내는 접미사인 "~꾼"과 "~쟁이"를 나누어 가진 두 전문가 집단이 산다. 그 하나는 정치꾼이고 다른 하나는 증권쟁이다. 그들은 여의도 공원을 경계로 서쪽과 동쪽을 나누어 각각의 "나와바리"로 삼고 활동한다. 그래서 여의도를 정치 1번지라기도 하고 한국의 월 스트리트라고도 한다.

사전적 의미로 원래 꾼이란 낚시꾼, 익살꾼, 살림꾼, 씨름꾼처럼 어떤 일을 능숙하게 잘하거나 즐거움으로 삼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긍정적인 말인데 정치를 즐기는 사람은 별로 없는 듯 하다. 하기야 무슨 일이든지 그것을 즐기는 경지에 오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꾼은 또 노름꾼, 술꾼, 난봉꾼처럼 부정적인 뜻을 갖거나 그 행위로 말미암아 부정적인 의미의 명사에 붙어 그런일이나 그와 관련된 행동을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사람을 가벼이 여겨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정치와 권력은 그 어느 마약보다 중독성과 환각성이 강하다. 여의도에서 습관적으로 정치를 하는 많은 정치꾼들은 대부분 심각한 권력 중독상태에 있다고 보면 대충 맞다.

꾼이란 나무꾼, 짐꾼, 장사꾼과 같이 주로 몸으로 직접 하는 일을 벌이 수단으로 하거나 주된 일로 삼는 사람임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한데 이 정의가 정치꾼을 가장 잘 표현한 것이라는 것이 다수설이다. 정치를 하다보면 종종 몸으로 때우거나 해결해야 할 때가 많다. 이 경우 호신술은 기본이고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몸싸움 기술 몇가지는 필수적으로 익혀야 한다. 그래야 전문 정치꾼 대접을 받는다.

남몰래 부정적인 일을 하는 사람임을 비아냥거리는데도 꾼이란 말을 붙이는데 염탐꾼, 도망꾼, 정보꾼등이 그러한 예다. 능력있는 정치꾼이 되려면 염탐과, 도망과 정보는 반드시 갖추어야 할 덕목이다. 꾼이란 같은 행동을 하는 사람의 무리임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정치꾼은 반드시 무리를 지어 다닌다. 간혹 소신을 내세워 혼자 하기도 하는데 그리 오래가지 못한다. 정치꾼들에게 제일 무서운게 왕따이고 왕따를 당하면 여의도에서 떠나야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치꾼들이 모이고 흩어짐을 밥먹듯 하는데 있다. 난치병의 일종인데 이 병은 5년마다 겨울에 특히 크게 도진다. 이른바 대통령선거 증후군이라는 것인데 가장 흔한 증세가 “후보”라는 대표선수를 중심으로 이합집산하는 것이다. 목숨을 바쳐 충성을 다짐했던 힘 빠진 옛 주인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뜨는 해”를 찾아 줄행랑을 놓는가 하면 침뱉고 욕하며 집나갔던 사람들이 다시 돌아오기도 한다.

정치적 신념이나 지조는 그것이 애당초 있기나 했느냐는 듯이 초개처럼 버리고 몸과 마음을 팔아버리는데 증세가 심한 사람은 가끔 더러운 영혼도 판다. 눈치를 살피느라 가는 눈은 더욱 길게 찢어지고 세(勢)를 따져 좌고우면하느라 목은 뻣뻣해진다.

후보들의 증세는 더욱 심각하다. 표를 헤아리는 초조한 마음에 생각은 짧고 말은 빨라지며 눈은 항상 붉게 충혈된다. 평소에는 잘 입지도 않는 점퍼차림으로 주로 시장통을 누비며 손이 아프도록 표를 많이 가진 보통사람들과 악수를 하기도 한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앞 뒤 재지않고 공약이란 것을 남발하는데 그것이 그럴 듯 하면 할수록 또는 장미빛이 진할수록 거짓말과 동의어인 공허한 약속이 된다고 보면 거의 틀림없다

이에 비해 "쟁이"는 어떤 명사에 붙어, 그 속성을 많이 가지거나, 그 명사가 나타내는 사물을 착용하고 있거나, 또는 그 일을 행동으로 곧잘 하거나 나타내는 사람을 얕잡아 부를 때 사용된다. 겁쟁이, 욕쟁이, 안경쟁이, 거짓말쟁이, 고집쟁이, 무식쟁이, 아편쟁이 등이 그 예다.

실제로 증권쟁이 중에는 폭락할 때 공포에 떠는 겁쟁이도 많고 단말기를 통해 시세를 쫓느라 시력을 상한 안경쟁이도 꽤 있으며 돈을 잃으면 주식시장에대고 괜히 욕을 해대는 욕쟁이도 더러 있다. 그러나 거짓말쟁이는 없다. 귀신도 모르는게 시세라 사람을 속이는 것은 증권쟁이가 아니고 시세이기 때문이다. 한번 사면 팔 줄 모르는 고집쟁이도 있고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묻지마투자"만 하는 무식쟁이도 많다. 아편쟁이는 없지만 주식중독증은 더 무섭다. 가끔 정치꾼을 흉내내는 자들도 있는데 이들은 작전꾼이라하여 증권쟁이에 끼워주지않는다.

정치꾼과 증권쟁이는 여러가지 면에서 서로 닮았다. 그들은 천성적으로 눈치보기에 능하고 대의 명분보다는 간판과 실리를 중히 여겨 철새처럼 자주 옮겨 다닌다. 쉽게 흥분하여 장미빛 환상에 젖기도 하고 그보다 더 쉽게 절망하기도 한다. 이제 연말이고 곧 대통령선거가 다가온다. 겨울을 재촉하며 쌀쌀하게 찌푸린 날씨만큼이나 여의도의 서쪽도, 동쪽도 어수선하다.

진정한 정치꾼과 증권쟁이가 그립다.
그들도 마라톤을 하면 병세가 많이 호전될텐데...
안타깝다!

술을 마셨다. 대선으로 더욱 어지러운 조국의 장래와
시장의 안위(安危)를 걱정하며 밤을도와 통음(痛飮)했다.


모닝스타 정병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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