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에 달린 '올림픽 공원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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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연동수 작성일02-10-13 18:23 조회522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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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공원을 달리면서 '보라 빛! 고운 빛!'의 초롱꽃 모습의 야생화 '비비추', 붉은 접시 만큼이나 아주 큼지막하게 화사하게 핀 '모란' 꽃, 그리고 요즘 한강변 포함 어느 곳이나 지천으로 널려있는 하얀 '들국화'가 아주 보기 좋았습니다. 꽃이 피기 시작하면 100일 후에는 서리가 내린다는 우리나라 꽃 '무궁화'도 군데군데 있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더 이상 피지 않을 때, 서리가 내리고 울긋불긋 단풍이 들기 시작할 때는 '우리들 가슴 속에 뚜렷이 있는(아직은) ' 춘천마라톤 대회가 열리겠지요. 하지만 올림픽 공원엔 하얀 꽃 '찔레 꽃'도 많이 있었는데 이제는 모두 졌는지 오늘은 보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이외에도 철 따라 각종의 야생화, 꽃나무를 감상하며 달릴 수 있습니다)
오늘 1시간 40분 정도 비에 흠뻑 젖어 달렸습니다. 마라톤 화, 양말, "빤스"까지 흠뻑 젖었습니다. 젖은 정도가 아니라 물 속에 들어갔다 나온 모습이지요. 비록 쿨맥스 티를 입었지만 몸에 척척 감기더군요. 하지만 한 여름, 옷 입은 채로 바닷물에 풍덩 빠지고 나온 것처럼 몸에 들러붙는 상의가 오히려 기분 좋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민 소매' 차림의 제 어깨는 아주 시원해 했습니다.
게다가 그처럼 비가 오는데도 불구하고 일요일이라 그랬는지 달리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여러 사람, 아니 아주 많은 사람을 마주 쳤습니다. 마주 칠때마다 '힘!, 힘 내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서로 인사하며 달렸습니다.
오늘은 올림픽 공원에서 달릴 수 있는 모든 길을 달려 보았습니다. 오랜만의 올림픽 공원 달리기라 그랬는지 꼭 그러고 싶었습니다. 사실 순서가 바뀌었지만 처음에는 아예 공원 외곽길 5.1km 코스부터 달리기를 시작했습니다.
평화의 문에서 남쪽(?) 방향으로 공원 외곽에는 1km 넘는 굵직한 은행나무 가로수 길이 있습니다. 가을이면 황금빛 터널을 이루지요. 샛노란 은행나무 길, 가을이면 이 길을 달리며 즐기던 것이 벌써 두 번이 지났습니다. 오늘은 파란 잎이 빗물을 먹어서 그런지 정말 탐스럽고 복스러운 모습입니다.
다른 방향에 있는 가로수, 아름드리 플라터너스는 가을에는 우중충한 모습의 낙엽으로 변하지만 오늘만큼은 정말 울창하고 보기 좋다고 느꼈습니다. 넓직한 인도, 큼직한 대리석이 까려있는 아주 평탄한 달리는 길, 자동차 신호 문제가 거의 없는 이 길은 저는 '한강 달리는 길'과 더불어 가장 좋아하는 달리는 길 중 하나입니다.
나름대로 달리기 전도사(?)란 마음 자세를 가지고, 자동차 타고 지나는 사람이 부러워하게끔, 나름대로 빠르게 멋진 폼으로 달리려 노력하였습니다. 이제는 저도 비록 달리는 속도는 느리지만 달리기에 관한 한 '왕자 병'에 걸린 것 같습니다.
다시 공원 내로 들어 왔습니다. 평화의 광장엔 인라인 스케이트 즐기는 젊음이 있었고, 산책길엔 젊은 연인들이 우산속에서 귀엣말로 사랑을 속삭이는 뜨거운 모습도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배드민턴 치시다가 그늘막에서 비 그치기를 기다리시는 여유로움 있었습니다. 모두 보기 좋았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화기애애한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공원 내의 토성 외곽의 해자, 호수 등에 있는 물오리들이 달리는 길에 산책도 나왔고, 비에 젖은 매미의 조금은 희한한 울음소리도 들렸습니다. 공원 내로 흐르는 성내천의 무성한 물갈대 속에서는 들꿩인지, 산꿩인지 푸드득 날라 오르기도 하였고, 한밤중이나 새벽도 아닌데, '쩍꿍~!, 쩍쩍꿍~!'하는 소쩍새 우는 소리도 희한하게도 들렸습니다. 산비둘기 정도는 관심가지도 않을 정도로 많이 날라 다닙니다.
이곳저곳 모두 달리다 마지막으로 몽천토성 길에 올라섭니다. 몽천토성 길은 그래도 높은 곳이라 휴일인 오늘은 여유있게 통행하는 자동차 행렬도 보이고 자동차 소음, 경적 소음도 들립니다. 그 소음이 오늘 같은 날은 전혀 짜증나지 않습니다. 각양 각색의 우산과 나름대로 옷맵시 내면서 걷는 아줌마들도 많이 마주쳤습니다. 그 때마다 나를 좀 멋있게 보아주었으면 하면서 지나쳤는데, 전혀 저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 실망도 했습니다. (예전에 하던 우스겟 말 '착각은 자유고, 공상은 정신 건강에 좋다'는 말이 생각나네요.)
그러다 주인 손에 끌려 나온 "똥개"가 '왈왈' 짖는 바람에 정신 건강에 좋다는 "공상"이 순식간에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힘도 들어 그만 달렸습니다. 그 '애완견'에 고맙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 "애완견" 을 키우시는 분께 죄송한 표현, 사과드리며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빗속에 달린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관동대학교 마라톤동호회/달리는 의사들
올림픽 공원은 2.9-3.1km 또는 4km 까지(조합에 따라 다름) 거의 평지 코스에서부터, 2.2(?)km 오르내리막 코스(몽촌토성 코스), 올림픽 공원 외곽의 5.1km 코스 등 여러 방법으로 달릴 수 있습니다. 어떤 코스든 곡선 주로이기 때문에 20-30km 정도는 전혀 지루하지 않게 정말 재미있게 달릴 수 있습니다. 제가 원래 뻥이 심하지만, 이곳은 '한강 달리는 길'과 함께 지루하지 않고 정말 재미있게 달릴 수 있는 코스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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