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룡강성 > 만남의광장

본문 바로가기

만남의광장

흑룡강성

페이지 정보

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7-12 09:36 조회494회 댓글0건

본문


가끔 가는 음식점에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몇 분 흑룡강성에서 온, 소위 조선족 동포다.
어느 날 동료 몇몇과 식탁 두 개를 붙여앉아 삼겹살을 주문하였다.
기다리는 동안에 담소를 나누며 다른 밑반찬을 안주삼아 소주를 두어순배 돌렸을 때다.
그날따라 식당은 더 붐비는 듯 했다.
일하시는 아주머니들도 매우 바쁜 탓인지 접대가 느리기도 느렸지만 불친절했다.
접시들을 여러개씩 포개어 내오는 것은 물론, 큰 소리가 나게 식탁에 내려놓았다.
며칠 전에도 큰 고기접시를 바로 내 코 밑에 '턱!'하고 내려놓아 기겁을 한적이 있었는데.
해도 너무한다 싶었다.

그러나 일행들이 다소 조심스러운 분들이라 화를 꾹꾹 참고 있었는데,
숯불위의 고기를 자를 즈음에 이 아주머니의 행동이라니.
갑자기 팔을 손님 얼굴 앞으로 쑤욱, 뻗더니
'아저씨 저 쪽 가위좀 집어주세요'하는 것이 아닌가?
본인이 조금만 신경을 써서 자리를 잡았더라면 그럴 일도 없었을 것이고,
또 설령 부탁을 하더라도 대화에 방해가 되지않게, 공손했어야 할텐데.
급기야 한 마디 내뱉고 말았다.

"아니, 아주머니. 이런 법이 어딨어요?"
"?"
"그쪽에서 오신 분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좋으시던데, 아주머니는 오늘 너무 하는군요."
"죄송합니다. 너무 바빠서..."
"알았어요, 됐어요!"

나는 퉁명스럽게 말을 마쳤고, 아주머니는 어쩔줄 몰라하면서 다른 식탁으로 갔다.
이것으로 일단락 되었으면 좋은데, 그게 아니었다.
내 마음이 영 불편한 것이었다.
그만한 일로 '그쪽 사람들'을 '싸잡아서' 꾸중을 했으니, 혹시 마음의 상처나 받지 않았을까.
마침내 다시 그 아주머니가 우리 쪽으로 지나갈 때 불러 사과를 했다.

"아주머니, 제가 한 말이 좀 심했지요? 말을 해놓고도 마음에 걸립니다. 미안합니다."
"아니예요. 손님들에게 잘해드려야 하는데 너무 바쁘다보니... 미안합니다."
"멀리 와서 고생하시는데, 힘드시겠어요."
"고맙습니다."

그렇게라도 마음을 정리하고나니 고기와 술이 편히 넘어갔다.

사실 그들을 볼 때 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조선족(중국) 동포들이 훨씬 더 친절하다.
매출을 올리려 머리를 쓰지도 않고, 대꾸도 순순하고, 행동도 조심스럽다.
한마디로 순박한 면이 많이 남아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에서의 체류기간이 늘어나면서,
그들도 점차 '한국화'해가는 것이 눈에 띈다.
말의 어휘와 억양이 거의 표준말에 가깝게 되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사고와 행동은 더욱 빠르게 변해가는 것이다.

무엇이 그들을 변하게 만드는가를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또한 그들에게만 '원초적인 순박함'을 지켜주기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어찌할 수 없었다.

(2002. 7. 11)

추천 0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Copyright © 소유하신 도메인. All rights reserved.
상단으로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