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호기심, 생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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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우광호 작성일02-06-11 18:27 조회507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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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막내아들(아들만 셋, 현재 유치원생)은 정말 호기심과 말이 많습니다.
단 1분도 가만있지를 않습니다.
아니 30초도...
제가 좋아하는 블락쌓기나 만화영화를 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질문을 입에 달고 삽니다.
아니구나, 뭘 하면서도 입은 연신 종알댑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입니다.
[scene#1] 제 엄마와 약수터로 물을 길러 가다 길가의 꽃을 보았을 때
'엄마, 꽃은 왜 지금만 피어?'
'아냐, 꽃은 봄에도 피고 여름에도 피고 가을에도 피고 겨울에도 핀단다.'
'근데 왜 자꾸 아무 때나 피어?'
'넌 언제 났니?'
'4월'
'네 친구 종찬이는 5월에 낳잖아. 또 다른 친구는 다른 때 낳았고... 꽃도 그런거란다.'
간신히 넘어가나 싶으면 다른 질문이 자동으로 이어집니다.
'엄마, 근데 벌은 왜 꿀만 먹고 살아?'
'꿀이 맛있잖아.'
'다른 것도 맛있는데 왜 꿀만 맛있어?'
'......'
[scene#2] 이비인후과 병원에서
의사선생님의 청진기며 코를 벌리는 기구, 설압자 등등을 가리키며
'나 이거 다 알아요.'
'나는 이거 하나도 안 아프더라?'
'주사기 작은 것은 안 아프고 큰 거는 아파서 싫은데...'
책상 위의 컴퓨터를 가리키며
'우리집에도 컴퓨터 있어요. 인터넷도 되고 게임도 돼요.'
'우리 게 더 좋은거 같은데요?'
'우리 형님은 게임 진짜 잘해요'
'......'
도대체 어디서 그런 관심이 나오는지 보는, 것 듣는 것, 어느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죠.
아내의 친구들은 '네 아들 진짜 유별나다...'라고 말하고,
병원에 가면 간호사가 참다참다 결국에는 인내심의 끝을 보이고,
유치원에서는 선생님이 '정말 (너 같은 유치원생은) 첨이다'...라고 하니까요.
같이 있으면 저는 단 5분만 지나면 지치기 시작합니다.
어느 날은 하도 계속되는 질문에 순간적으로 짜증을 냈다가 얼마나 후회를 했는지,
괴로워서 혼난 적도 있습니다.
참견도 잘합니다.
제 형들(현재 고1, 중1)이 스타크라도 할라치면 옆에서 시종일관 참견을 합니다.
'지금 공격 해!'
'앗! 형님아 피해라...'
그러다 군밤을 얻어맞고 물러서있다가는 불과 10초도 안돼서 다시 달려듭니다.
머 이런 식이예요.
하지만 요즘은, 여전하긴 하지만, 좀 전보다 질문이 줄어든 것 같아서 염려스럽습니다.
이 아이가 '세상을 알게되어' 호기심 발동이 줄어든 것인가...
아니면 부모나 주변에서 답변을 충실히 해주지 못해서 실망감으로 그러나...
옛날에 읽은 아이들 교육서에는 그렇게 쓰여있던 것 같습니다.
'지적호기심이 왕성한 아이들이야말로 신중하고 진지하게 대해주어야 한다.
자칫 윽박지르거나 귀찮아 둘러대거나 하면 아이들은 금새 알아차리고
다시는 입을 열지 않거나 눈치를 보게 된다.
물론 당연히 두뇌발전 속도는 비례하여 저감된다'라고.
아내와 얘기합니다.
너무 많은 질문이라 별 깊은 생각없이 대답을 해버리곤 하게 되는데,
앞으로는 조심하자고.
그리고 아무리 우리가 귀찮더라도 영원히 모든 것에 관심을 갖고 끈질기게 묻고...
해서 뭔가 발전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합니다.
*****
.....그랬던 아이가
일년이 더 지나더니 의젓해지다 못해 '노숙'해져버렸습니다.
올해까지는 여전히 유치원생이지만,
컴퓨터 게임에 너무 익숙해져서인지, 보기가 불안할 정도입니다.
제(지) 이름으로 등록한 아이디가 벌써 몇 개이고,
수시로 이메일도 저와 주고 받습니다.
게임을 지우고, 새로운 버젼을 다운받아 설치하고 하는 일은 기본이고
자유자재로 인터넷 서핑도 합니다.
잠시 유용하지 못한 머리를 썼나봅니다.
정신을 차리고 생활로 돌아오기는 아이들 생각이 '왔따'인것 같아 적었습니다.
모두들 즐거운 저녁 되시기를 빕니다.
우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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