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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마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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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재남 작성일02-02-24 21:22 조회62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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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머니는 마른 천장에 바다를 그리시고 산을 그리시고 또
일손서려 굵어지진 손끝, 당신 그 손끝에 노닐던 영산포의 금빛 들녘을 그리신다.
언젠가 또 나는 보았다.
아침 텃 밭 매시다 홀몸으로 쑹덩 낳으신 당신의 보름달, 그 보름달들을 그리시다
그만, 사라져버린 두개의 보름달을 다시 그려보시며 촉촉히 젖어오는 주름진 눈매
그 눈매를 나는 보았다.
어느덧 2년이란 세월, 그렇게 우리 어머니는 누워서 천장에 그리운
그림만 그리신다.
오늘은 또 저 마른 천장에 무었을 그리셨을까?
낼 모레가 보름이라 그만 나를 그리셨나 보다.

토요일 오후.
생일이 독특한 날인 관계로 올해도 잊지 않으신다.
"애비냐? 생일 날 올래? 평일 날 못오면 낼 일요일 왔다가라.
아침에 일찍 와. 오후에는 또 어디 가야제. 그러니 아침 일찍와서
찰밥 먹고가~아. 아짐이 찰밥한다 헷씨야"
겨울찬바람 만큼이나 건조해져 가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오늘은 더, 더 가늘다.
나는, 나는 우리 어머니가 떠나시면 삼백하고도 예순날을 훨씬 지나서까지
울것 만 같다.

나는 한참을 고민했다.
일요일 아침이면 우리는 반달을 뛰어야 할 새경없는 일꾼들.
더구나 숙련된 도둑놈 달밤에 넘 담 넘듯, 휙휙 거리며 한강 칼바람은 몽조리
잠재우는 저 날렵한 한강의 기적.
그 기적은 어느덧 서울마라톤 4대 천왕인 윤현수를 신동희를 뛰어넘어
어림 반푼어치도 없게시리 감히 나까지 넘본다
(이거 말 되는지 않되는지 영국 브리테니커 를 보세요.)
암튼 한강의 '모래무지' 로 변한 그넘과 동아를 전-군을
한바탕 20만 빵 또 붙어보자 으르렁 거리고 있는 입장이라
어머니의 부름을 흔쾌히 승낙 할 수 없는 얄미운 나의 운명.

결국 나는 불효를 무릅쓰고 그넘과 코 앞에 다가온 일전이 두려워 가방을
반달로 챙겼다.

어머니 내일은 꼭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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