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글 : 신기록 경신을 축하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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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허범수 작성일02-02-20 09:43 조회37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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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마)의 허범수입니다.
휴대폰 잘 받으셨죠?
이번에 신기록을 경신하셨군요?축하드리고요..
3월3일에도 좋은 런 하시길 기대드립니다.
자원봉사로 응원드리겠습니다.
우광호 님 쓰신 글 :
>
> 내게도 스승이 - 신동희씨의 도움
>
> 잠실대교를 지날 때쯤 신동희님이 달려왔다.
> 대뜸 '허리를 세우고, 팔을 앞뒤로 흔들고...' 코치를 해주었다.
>
> '머리를 너무 젖히지 말고 시선은 적당히 앞을 보며 ...'
>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자기 발자국소리가 들리면 속력이 쳐진다는 것이니까
>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어야 하며...'
> '팔을 앞뒤로 흔들면 다리는 자동으로 따라가는 거야.
> 군대에서 제식훈련 할 때 다리는 말을 하지 않잖아? 팔만 힘차게 흔들라고 주문하잖아, 그런 원리야.'
>
> 엄지에 힘을 주니 발가락만 아프다. 그래도 선생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마음을 비우고...달렸다.
> 그가 말한다.
> 동호대교쯤에 가면 잡겠구만... 순간 나는 놀랐다. 동호대교라면 정말 멀리 보는 것이 아니가.
> 나는 그저 몇백 미터... 이니면 1-2킬로미터 이내에서 잡아야지... 생각했었는데.
> 역시 고수는 내다보는 것이 다르구나 생각했다.
> 그가 지시하는 대로 따르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엄청난 스피드가 살아나는 것이었다.
> 내가 달리는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걸음을 세는 것이다.
> 500미터 거리를 지나는 것은 출발시에는 꼭 500보다. 정확히 한발자국에 1미터.
> 그러나 반환점에 이르면 500미터를 달리는데 보통 550보 정도가 걸린다.
> 골인지점에 가까워지면 600보를 세어야한다.
> 즉 출발시보다 골인시 12% 정도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 아니 이는 보폭의 축소에 의한 것이고 발을 떼는 속도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니
> 아마도 거의 20% 정도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 그런데 신동희님과 달리며 세어보니
> 500미터를 달리는데 불과 475보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는 것이었다.
> 즉 출발시보다 더 스피드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신이 났다.
>
>
>
> 게 섰거라, 송장군 - 두 번 째 추월
>
> 청담교와 영동교를 지나니 불과 송재익님이 저 앞에 있다.
> 그는 나의 지근거리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 간혹 옆의 뒤를 돌아다보던 페이스키퍼 마저도 이제는 안심했는지 돌아보지 않는다.
> 조금 더 스피드를 냈다. 신동희님은 내 착지를 보더니 잘 달리네. 좋네...를 연발한다.
> 사실 내 생각에도 엄청나게 잘 달리고 있다. 4시간 페이스 메이커들이 사정없이 뒤로 밀려났다.
> 드디어 성수대교 아래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송장군을 잡았다.
> 순간적이었지만 눈물이 났다.
> 승리에 대한 기쁨도, 대회 입상도 아니었고 시합이 아주 끝난 것도 아니었지만,
> 난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 신동희님의 말대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극복한다는 것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 아, 그렇구나...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구나...
> 뒤에서 뭐라뭐라 하는 송장군 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일별도 주지 않고 그냥 내쳐 달렸다.
> 오히려 더 속도를 냈다. 뒤를 돌아다볼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 그래, 달리자...이대로 끝까지 달려야한다.
>
> 동호교를 지나고 이제 4킬로가 남지 않은 지점까지 이르렀다.
> 그러니까 신동희님을 만나 정신없이 달려온 구간이 거의 약 6킬로미터 정도인가 보다.
> 그러나 내 한계는 너무 빨리 찾아왔다.
> 보폭이 급격히 짧아지고 발걸음을 떼는 속도는 느려졌다.
> 허리는 자꾸 내려앉고 팔은 천근만근 무거워져왔다.
> 나는 평소 팔씨름에 자신이 있었고 요즈음은 자기 전에 꼭 팔굽혀펴기를 200개 가량 하기 때문에
> 팔을 흔드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 하지만 팔을 흔들어대도 다리가 거기에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 이제 4킬로... 풀에서 40킬로를 남겼다는 얘기다. 마음과는 달리 자꾸 느려진다.
> 신동희님도 더 이상 채근하지 않았다.
> 아마 이 정도면 송재익님은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 즉 반환점에서 송재익님을 이기게 해줄께...라는 자신의 약속을 다 지켰다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다.
> 이제 남은 거리는 3킬로 남짓... 드디어 신동희님은 혼자 떠났다.
>
>
>
> 명언 - 마라톤의 마지막 구간은 어금니 힘으로 달린다.
>
> 떠나기 전에 한마디를 남겼다.
>
> '지금부터는 어금니 힘으로 달리는 거야. 누구나 힘든 시점이거든.
> 어금니를 물고 어금니 힘으로 달려.'
>
> 이 말은 남기고 바람처럼 달려나갔다. 멋있었다. 그리고 고마웠다.
> 정말 많이 배웠다. 고마움 잊지 않아야지... 그런데, 그런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
>
>
> 오호 통재라 -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역 추월을 당하다
>
> 마음은 멀쩡한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 지난 일요일 30킬로 LSD후 물집 잡힌 오른발 새끼발가락의 피부가 그저께 떨어져나갔는데,
> 염려했던 그곳이 쓰려온다.
> 반팔 상의 면티는 물에 젖어 찰싹 달라붙어 몇 분 간격으로 한번씩 몸에서 떼어내주어야 했고,
> 츄리닝 하의도 허벅지와 종아리에 달라붙어 다리를 더욱 무겁게 했다.
> 다행이라면 내가 추위를 좀 덜 탄다는 것인데, 이것은 내 무지의 소치였음을 경기가 끝나고 알았다.
> 즉, 본인의 인식 여부와 관계없이
> 체온강하를 이겨내기 위하여 몸은 스스로 많은 열량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 당연히 체력소모에 의한 육체의 컨디션저하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 나는 내가 정신적으로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 즉 힘들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줄 알았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 드디어 저만치 여의도 기점 9킬로 팻말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 황급한 발자국 소리와 가뿐 숨소리가 들려오며,
>
> '에고... 이제야 잡았네. 야, 잡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
> 송장군의 목소리가 뒷덜미 옷깃을 후려잡듯이 들려왔다.
>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 아니 그럴 힘이 그에게 남아있었던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이때 까지도 나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 왜냐하면 그의 달려오는 품새와 목소리는 피로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에
> 최후의 힘을 쏟아 한번 따라와 봤을 뿐, 이내 뒤로 다시 사라져가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는 내 착각이었고,
> 나와 보조를 맞추어 한참을 달리는 그는 결코 뒤쳐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 되레 한발자국 두발자국을 앞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그만큼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속력은 엉망으로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 그는 말했다.
>
> '야, 안 추워?'
> 나는 옹졸하게도 그저 건성으로 답변을 했다.
> '응, 괜찮아.'
>
> 지금 생각해봐도 그의 목소리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달리고 있는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 그런 애정어린 염려였음이 분명한데.
>
> 난 마라톤을 하는 동안에는 성격이 그저 그렇다. 간다하면 간다. 별 이유가 없다.
> 그리고 달리는 동안에는 누구와 대화도 별로 즐겁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 이런저런 내 생각만을 하면서 달린다.
>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도 또한 별로 보지 않는다.
>
> 드디어 그가 저만치 앞서가기 시작한다.
> 레이스를 시작한 이래 처음 송장군 - 10킬로에서 내가 추월 - 13킬로에서 다시 송장군
> - 35킬로에서 추월 - 41킬로에서 다시 송장군... 이런 셈이 되었다.
> 정신은 맑고 마음은 있는데 다리가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 이게 왠 조화람... 혼자 이런 저런 상념에 젖는데 송장군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 1킬로 남짓 남겨둔 철탑부근에서는 이미 그의 뒷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 나중에 들었지만 그는 도중에 두 번 정도의 스트레칭을 하였는데
> 이게 바로 최종순간에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
> 최후의 승부처...
> 승부가 미세하게 갈 경우 내가 생각해두었던 마지막구간인 철탑과 반포교사이의 직선주로 500미터는
> 홀로 달려가는 내게는 이제 한없이 멀기만 했다.
> 하지만 광장을 지나 언덕을 넘어, 꿋꿋하게 골인지점으로 향했다.
> 많은 분들이 이름을 불러주었다.
> 시계는 놀랍게도 내 최고기록인 3시간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종전의 최고기록이 4시간 16분임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발전인 셈이다.
> 송장군도 그의 생애 최고기록인 3시간 48분에 근접한 52분에 골인했다하니,
>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그는 출발하기 전에 내게 4시간 40분 완주가 목표라 했거니와,
> 그의 좌우를 호위했던 페이스키퍼들에게는 4시간 20분이 목표라고 출발시에 말했었다하니,
> 더욱 그렇다.
> 어쨌든 이렇게 우리의 레이스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레이스는 이제부터다.
>
>
>
> 나와의 레이스는 이제부터
>
> 오늘 배운 여러 가지 교훈들,
> 체온보호, 복장, 허리와 팔의 역할, 어금니로 달리는 마지막 구간, 중간중간의 스트레칭... 등을 새기며
> 이제 갓 입문했다고 생각하고, 나 혼자만의 레이스를 떠난다.
>
> 신동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 물론 오늘 승리한 송장군께는 승리에 대한 우정의 축하와 더불어
> 조만간 인터넷주문을 통한 마음의 양식(책)이 배달되도록 할 것이다.
> 덕성목욕탕에서 함께 어울려 씻고, 한우촌에서 유쾌한 점심을 먹었다.
> 많은 분들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특히 김현우님의 글쓰기에 대한 강의도 인상깊었다.
> 좋은 분들과의 만남을 반추하며 새벽 4시가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이렇게 투다닥을 한다.
>
> 서울마라톤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하며...
>
>
>
> (시간이 부족하여 묘사도 많이 떨어지지만, 기분 퇴색하기 전에 가볍게 투다닥한 것을 올립니다.
> 퇴고도 없이 올리는 결례를 혜량하여 주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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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신기록을 경신하셨군요?축하드리고요..
3월3일에도 좋은 런 하시길 기대드립니다.
자원봉사로 응원드리겠습니다.
우광호 님 쓰신 글 :
>
> 내게도 스승이 - 신동희씨의 도움
>
> 잠실대교를 지날 때쯤 신동희님이 달려왔다.
> 대뜸 '허리를 세우고, 팔을 앞뒤로 흔들고...' 코치를 해주었다.
>
> '머리를 너무 젖히지 말고 시선은 적당히 앞을 보며 ...'
>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고... 자기 발자국소리가 들리면 속력이 쳐진다는 것이니까
> 엄지발가락에 힘을 주어야 하며...'
> '팔을 앞뒤로 흔들면 다리는 자동으로 따라가는 거야.
> 군대에서 제식훈련 할 때 다리는 말을 하지 않잖아? 팔만 힘차게 흔들라고 주문하잖아, 그런 원리야.'
>
> 엄지에 힘을 주니 발가락만 아프다. 그래도 선생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마음을 비우고...달렸다.
> 그가 말한다.
> 동호대교쯤에 가면 잡겠구만... 순간 나는 놀랐다. 동호대교라면 정말 멀리 보는 것이 아니가.
> 나는 그저 몇백 미터... 이니면 1-2킬로미터 이내에서 잡아야지... 생각했었는데.
> 역시 고수는 내다보는 것이 다르구나 생각했다.
> 그가 지시하는 대로 따르니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엄청난 스피드가 살아나는 것이었다.
> 내가 달리는 속도를 측정하는 방법은 걸음을 세는 것이다.
> 500미터 거리를 지나는 것은 출발시에는 꼭 500보다. 정확히 한발자국에 1미터.
> 그러나 반환점에 이르면 500미터를 달리는데 보통 550보 정도가 걸린다.
> 골인지점에 가까워지면 600보를 세어야한다.
> 즉 출발시보다 골인시 12% 정도 스피드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 아니 이는 보폭의 축소에 의한 것이고 발을 떼는 속도는 고려하지 않은 것이니
> 아마도 거의 20% 정도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 그런데 신동희님과 달리며 세어보니
> 500미터를 달리는데 불과 475보 정도 밖에 소요되지 않는 것이었다.
> 즉 출발시보다 더 스피드가 좋아졌다는 것이다. 신이 났다.
>
>
>
> 게 섰거라, 송장군 - 두 번 째 추월
>
> 청담교와 영동교를 지나니 불과 송재익님이 저 앞에 있다.
> 그는 나의 지근거리 접근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듯 했다.
> 간혹 옆의 뒤를 돌아다보던 페이스키퍼 마저도 이제는 안심했는지 돌아보지 않는다.
> 조금 더 스피드를 냈다. 신동희님은 내 착지를 보더니 잘 달리네. 좋네...를 연발한다.
> 사실 내 생각에도 엄청나게 잘 달리고 있다. 4시간 페이스 메이커들이 사정없이 뒤로 밀려났다.
> 드디어 성수대교 아래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송장군을 잡았다.
> 순간적이었지만 눈물이 났다.
> 승리에 대한 기쁨도, 대회 입상도 아니었고 시합이 아주 끝난 것도 아니었지만,
> 난 내가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도 감사했다.
> 신동희님의 말대로 자신과의 싸움에서 자신을 극복한다는 것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주었다.
> 아, 그렇구나...이렇게 하면 되는 것이구나...
> 뒤에서 뭐라뭐라 하는 송장군 팀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난 일별도 주지 않고 그냥 내쳐 달렸다.
> 오히려 더 속도를 냈다. 뒤를 돌아다볼 필요도 느끼지 않았다.
> 그래, 달리자...이대로 끝까지 달려야한다.
>
> 동호교를 지나고 이제 4킬로가 남지 않은 지점까지 이르렀다.
> 그러니까 신동희님을 만나 정신없이 달려온 구간이 거의 약 6킬로미터 정도인가 보다.
> 그러나 내 한계는 너무 빨리 찾아왔다.
> 보폭이 급격히 짧아지고 발걸음을 떼는 속도는 느려졌다.
> 허리는 자꾸 내려앉고 팔은 천근만근 무거워져왔다.
> 나는 평소 팔씨름에 자신이 있었고 요즈음은 자기 전에 꼭 팔굽혀펴기를 200개 가량 하기 때문에
> 팔을 흔드는 것은 자신이 있었다.
> 하지만 팔을 흔들어대도 다리가 거기에 연결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 이제 4킬로... 풀에서 40킬로를 남겼다는 얘기다. 마음과는 달리 자꾸 느려진다.
> 신동희님도 더 이상 채근하지 않았다.
> 아마 이 정도면 송재익님은 이길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
> 즉 반환점에서 송재익님을 이기게 해줄께...라는 자신의 약속을 다 지켰다고 생각해서였던 것 같다.
> 이제 남은 거리는 3킬로 남짓... 드디어 신동희님은 혼자 떠났다.
>
>
>
> 명언 - 마라톤의 마지막 구간은 어금니 힘으로 달린다.
>
> 떠나기 전에 한마디를 남겼다.
>
> '지금부터는 어금니 힘으로 달리는 거야. 누구나 힘든 시점이거든.
> 어금니를 물고 어금니 힘으로 달려.'
>
> 이 말은 남기고 바람처럼 달려나갔다. 멋있었다. 그리고 고마웠다.
> 정말 많이 배웠다. 고마움 잊지 않아야지... 그런데, 그런데 다리가 천근만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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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호 통재라 - 고지가 바로 저긴데 역 추월을 당하다
>
> 마음은 멀쩡한데, 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
> 지난 일요일 30킬로 LSD후 물집 잡힌 오른발 새끼발가락의 피부가 그저께 떨어져나갔는데,
> 염려했던 그곳이 쓰려온다.
> 반팔 상의 면티는 물에 젖어 찰싹 달라붙어 몇 분 간격으로 한번씩 몸에서 떼어내주어야 했고,
> 츄리닝 하의도 허벅지와 종아리에 달라붙어 다리를 더욱 무겁게 했다.
> 다행이라면 내가 추위를 좀 덜 탄다는 것인데, 이것은 내 무지의 소치였음을 경기가 끝나고 알았다.
> 즉, 본인의 인식 여부와 관계없이
> 체온강하를 이겨내기 위하여 몸은 스스로 많은 열량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 당연히 체력소모에 의한 육체의 컨디션저하는 피할 수 없는 것이고.
> 나는 내가 정신적으로 춥다는 생각이 들지 않으니,
> 즉 힘들다는 것을 느끼지 못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줄 알았었으니 얼마나 한심한가.
> 드디어 저만치 여의도 기점 9킬로 팻말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을 때
> 황급한 발자국 소리와 가뿐 숨소리가 들려오며,
>
> '에고... 이제야 잡았네. 야, 잡느라고 죽는 줄 알았다.'
>
> 송장군의 목소리가 뒷덜미 옷깃을 후려잡듯이 들려왔다.
> 순간 나는 깜짝 놀랐다.
> 아니 그럴 힘이 그에게 남아있었던가?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 하지만 이때 까지도 나는 전혀 걱정이 되지 않았다.
> 왜냐하면 그의 달려오는 품새와 목소리는 피로에 지친 기색이 역력했기 때문에
> 최후의 힘을 쏟아 한번 따라와 봤을 뿐, 이내 뒤로 다시 사라져가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 하지만 이는 내 착각이었고,
> 나와 보조를 맞추어 한참을 달리는 그는 결코 뒤쳐질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 되레 한발자국 두발자국을 앞서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 그만큼 내가 자각하지 못하는 사이에 내 속력은 엉망으로 떨어져 있었다는 것이다.
> 그는 말했다.
>
> '야, 안 추워?'
> 나는 옹졸하게도 그저 건성으로 답변을 했다.
> '응, 괜찮아.'
>
> 지금 생각해봐도 그의 목소리는 물에 빠진 생쥐처럼 달리고 있는 친구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 그런 애정어린 염려였음이 분명한데.
>
> 난 마라톤을 하는 동안에는 성격이 그저 그렇다. 간다하면 간다. 별 이유가 없다.
> 그리고 달리는 동안에는 누구와 대화도 별로 즐겁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 이런저런 내 생각만을 하면서 달린다.
>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도 또한 별로 보지 않는다.
>
> 드디어 그가 저만치 앞서가기 시작한다.
> 레이스를 시작한 이래 처음 송장군 - 10킬로에서 내가 추월 - 13킬로에서 다시 송장군
> - 35킬로에서 추월 - 41킬로에서 다시 송장군... 이런 셈이 되었다.
> 정신은 맑고 마음은 있는데 다리가 앞으로 나가질 않는다.
> 이게 왠 조화람... 혼자 이런 저런 상념에 젖는데 송장군은 점점 더 멀어져 간다.
> 1킬로 남짓 남겨둔 철탑부근에서는 이미 그의 뒷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 나중에 들었지만 그는 도중에 두 번 정도의 스트레칭을 하였는데
> 이게 바로 최종순간에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것 같다는 것이다.
>
> 최후의 승부처...
> 승부가 미세하게 갈 경우 내가 생각해두었던 마지막구간인 철탑과 반포교사이의 직선주로 500미터는
> 홀로 달려가는 내게는 이제 한없이 멀기만 했다.
> 하지만 광장을 지나 언덕을 넘어, 꿋꿋하게 골인지점으로 향했다.
> 많은 분들이 이름을 불러주었다.
> 시계는 놀랍게도 내 최고기록인 3시간 5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 종전의 최고기록이 4시간 16분임을 고려한다면 대단한 발전인 셈이다.
> 송장군도 그의 생애 최고기록인 3시간 48분에 근접한 52분에 골인했다하니,
>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 그는 출발하기 전에 내게 4시간 40분 완주가 목표라 했거니와,
> 그의 좌우를 호위했던 페이스키퍼들에게는 4시간 20분이 목표라고 출발시에 말했었다하니,
> 더욱 그렇다.
> 어쨌든 이렇게 우리의 레이스는 막을 내렸다. 하지만 나 자신과의 레이스는 이제부터다.
>
>
>
> 나와의 레이스는 이제부터
>
> 오늘 배운 여러 가지 교훈들,
> 체온보호, 복장, 허리와 팔의 역할, 어금니로 달리는 마지막 구간, 중간중간의 스트레칭... 등을 새기며
> 이제 갓 입문했다고 생각하고, 나 혼자만의 레이스를 떠난다.
>
> 신동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 물론 오늘 승리한 송장군께는 승리에 대한 우정의 축하와 더불어
> 조만간 인터넷주문을 통한 마음의 양식(책)이 배달되도록 할 것이다.
> 덕성목욕탕에서 함께 어울려 씻고, 한우촌에서 유쾌한 점심을 먹었다.
> 많은 분들과 화기애애한 대화를 나누었는데 특히 김현우님의 글쓰기에 대한 강의도 인상깊었다.
> 좋은 분들과의 만남을 반추하며 새벽 4시가 가까워지는 지금까지 이렇게 투다닥을 한다.
>
> 서울마라톤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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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이 부족하여 묘사도 많이 떨어지지만, 기분 퇴색하기 전에 가볍게 투다닥한 것을 올립니다.
> 퇴고도 없이 올리는 결례를 혜량하여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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