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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마라톤 대회 자원봉사를 한 아우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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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박희영 작성일00-11-14 11:09 조회1,01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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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자마라톤대회 자원봉사를 한 아우님에게!

사무실 밖 하늘을 쳐다 보았소. 구름이 있기는 하지만 푸른 하늘이 멀리 보이고 햇빛도 비추고 있다오. 아우님이 12시간 이상을 바친 12일 서울여자마라톤대회일의 날씨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는 듯 하오. 오늘처럼 가을날이었건만, 늦가을의 정겨운 햇볕은 간 데 없고 쌀쌀한 기온은 강변의 바람으로 인해 더욱 낮은 체감온도를 기록했을 그 날에 혹시 감기는 들지 않았는 지 궁금하오. 개인적인 서신 연락을 통해 충분히 전달할 수 있는 내용을 이렇게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에 대해 아우님이 불쾌해 하지 않기를 바라오.

만남의 광장 게시번호 790(서울여자마라톤[팀장회의 소집])을 읽었소. 익히 들어 알고 있는 여러 분들의 성함 속에 내 눈에 확 들어 온 자랑스러운 이름 : 시상팀장 이팔갑

아우님이 자원봉사를 한다는 것을 알고 나자, 아우님과 내가 풀코스 마라톤에 첫 도전한 서울마라톤클럽 주최의 9월 월례대회에서의 일이 떠올랐다오. 겁도 없이 도전은 하였지만, 30KM 이상을 달리자 육체적 피곤함은 거친 숨소리와 가벼운 신음소리로 바뀌고 침묵의 시간이 오래도록 이어지고 다음 급수지점을 고대하고 있었지요. 드디어 도달한 37KM 지점 마지막 급수대에서 맛있게 물을 먹으며 내가 자원봉사하시는 급수요원에게 어쩌면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말을 했지요. '고맙습니다, 더운 데 저회를 위해 수고가 많으시네요. 고맙습니다.' 그 때 아우님이 자원봉사하신 분에게 한 말이 생각나오. "저도 곧 (자원봉사를) 할 겁니다."

그 날의 아우님의 말이 확신에 찬 것임은 감지했었지만, 이렇게 빨리 실천되리라고는 솔직히 말해 자신하지 못했다오. 나 역시 그 동안 참가한 십 회 이상의 반달모임과 일 회의 월례대회를 통해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고마움은 가슴 깊이 느끼고 있었고(월례대회시 반환점인 천호대교 밑 먹을 것이 너무 많아서 느꼈던 가을소풍 분위기, 32K 지점의 동호대교(?) 밑의 바나나 맛, 37K 동작대교 밑의 사탕 맛을 잊지 못하며, 이름은 모르지만 말을 아끼던 급수 봉사요원들의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아우님과의 대화 속에서 자원봉사하겠다는 마음은 서로 간에 확인하고 있었지만, 서울여자마라톤대회의 발표로 막상 자원봉사할 기회가 다가왔는 데도 나는 쉽사리 용기가 나지 않았다오.

자원봉사 신청을 하고도 달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일까 신청자체가 후회가 되기도 했다오. 그 후 집안에 자원봉사 신청을 취소해야 할 사정이 발생하니 12일에도 달릴 수 있다는 생각에 혼자 즐거워했다오. 나의 이기심에 부끄러워 하면서 새삼 자원봉사의 어려움을 실감했고.

요즈음에는 마라톤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가를 스스로에게 물어 본다오. 달리기를 통한 육체적 건강의 획득은 부차적인 게 아닌가 생각하오. 오히려 정신건강의 성취를 통한 자아실현, 인격적 완성이 아닐까 하오. 그리고 그 자아실현은 내 욕망만의 충족이 아닌 타인을 위한 봉사와 희생을 통해서 이루어 지는 게 아닌가 하오.
마라톤을 이야기 할 때 흔히들 '마의 벽'을 이야기하는 데, 나는 그 벽을 쉽게 넘었다고 자부했다오. 아우님의 자원봉사를 보면서 육체적인 '마의 벽'은 넘었지만, 누가 알아 주지 않아도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봉사정신에 대한 벽, 마라톤의 정신적인 '마의 벽'을 아직 넘어서지 못한 나를 발견하오.
그런 점에서 아우님이 육체적인 벽과 정신적인 벽을 모두 넘어선 진정한 마라토너가 아닐 까 하오. 내 곁에 아우님이 있다는 게 가슴 뿌듯하오.

노력하리다, 반달모임이 기다려지 듯 마라톤대회 자원봉사도 즐거운 마음으로 신청할 수 있는 형이 되도록 노력하겠오.

단지 나이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박사 아우님에게 형 대우를 받는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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