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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육경련과의 동반주 105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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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김청수 작성일06-08-17 19:44 조회3,20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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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정말이지 쉽지 않은 것 같다. 한 두 번 경험해보지 않았건만 출발선 상에 서는 매 순간 긴장되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언제부터이던가 각종 대회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찾아드는 불청객, ‘근육경련(이름하여 쥐)으로 인하여 더 더욱 그러하다. 오늘은 근육경련이 발생하지 않으려나? 몇 km 쯤에서 찾아오려나? 늘상의 걱정거리가 되고 말았다.

오늘도 그랬다. 날씨가 더워서 였던가? 아니면 연습이 부족했음이었던가? 대회주최측의 몇 번에 걸친 당부처럼 급수대에 꼭 들러 모자라지 않게 물을 보충하는 한편 조심스럽게 달리기에 임하였건만 15-6km 이후 내내 근육경련과의 지루한 싸움의 연속이었다. 지금 이 순간 머리에 월계관을 쓰고 한 손엔 꽃다발을, 다른 한 손에는 완주메달을 받쳐들고 미소 지으며 마냥 더 없이 행복한 순간을 만끽하고는 있으나 그 어느 때보다도 일찍 찾아든 그 놈 때문에 정말이지 다시는 생각키우지 않고 싶은, 따라서 중도포기라는 단어를 수없이 떠올리게 만든 고통의 연속이었다.

‘급수대에 꼭 들러 넘치다 싶을 정도로 물을 마셔라'
'걷다 뛰다 해라'
'본인의 기록 보다 적어도 1시간 내지 1시간 반 정도의 여유를 가지고 달려라’

등등 연신 쏟아내는 대회조직위원장의 간곡한 당부를 뒤로 하며 이미 30도에 가까운 기온 속에 시작된 16번 째 105리 대장정은 동물원 내외 순환로에 이어 산책로를 한 바퀴 돌 때까지는 그런대로 순탄하였다. 이번으로 네 번째 참가인지라 눈에 선한 코스를 따라 다소 여유로움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달림이들이 거쳐간 피니시라인의 매트에 첫 번째 족적을 남기고 두 번째 바퀴에 접어들어 완만한 경사를 오르는 순간 오른쪽 정강이 부분 근육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음을 느겼다. 이 때부터 오늘의 고난이 시작된 셈이었다.

이제 겨우 한 바퀴 돌았을 뿐인데?
그동안 장거리 연습이라고는 지난 주 했던 하프거리가 전부라고는 하나 그동안 이렇게 빨리 그 놈의 근육경련 징후가 찾아든 적은 없었는데.

허나 일단 평상심을 잃은 근육을 달래가며, 모든 신경을 두 다리에 모으며 조심스럽게 두 번째 바퀴를 돌고 다시 세 번째 반환점을 향하였다. 허나 한번 뒤틀리기 시작한 근육은 세 번째 바퀴에서 본격적인 심술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오른 쪽 다리에서 시작한 근육경련이 이제는 왼쪽 다리에서 마저도 나타나기 시작하였을 뿐만 아니라 점차 그 강도와 빈도를 더할 뿐이었다.

언덕을 오르고 내리기가 고통스러울 뿐만 아니라 평지에서도 달리기가 힘들었다. 몇 발자국 떼지 않아 근육의 뒤틀림이 일어나고 하는 과정이 수없이 반복될 뿐이었다. 방법이 없었다. 천천히 걸어 출발점으로 향하는 수밖에. 주로에서 목이 터저라 외치는 응원의 함성도 이 순간만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었다. 이제 더 이상 그 자리에 서서 근육을 주무르고 다시금 얼만가를 달리고 하는 것도 소용이 없었다. 오르막을 걸어 오르는 달림이들도 내리막에서는 달려내려가건만 그들을 바라보며 한없이 걷는 모습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막상 걷다가도 급수대나 응원대를 지나치면서는 그래도 짐짓 여유를 보이면서 달리곤 하였더랬는데, 그렇게 할 수 없음에 한편으로는 미안함마저 들었다. '힘내세요' 라는 격려의 말에 힘없는 미소로 답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렇게 걷다보면 근육의 뒤틀림이 풀리고 다시 달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스런 바램은 그 순간 나 자신을 지탱해 줄 수 있는 최후의 보루였다.

저 앞 반대편 주로에 힘차게 언덕을 오르고 있는 낯익은 모습이 보였다. 이미 하프거리 이상을 달린지라 이제는 언덕에서는 걸을 법도 하건만(본인의 경우에 비춰보건대) 여전히 힘찬 발걸음으로 언덕을 달려 오르고 있었다. 동물원 안쪽 첫 번째 바퀴에서 조우한 이래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달려왔더랬는데.

우여곡절 끝에, 정말 힘들이게 출발점이 보이는 지점에 이르렀다. 거의 걷다싶이 하여 3번째 바퀴를 마무리할 즈음이기는 하였으나 출발지점에서만큼은 걷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아 달려보기로 하였다. 그러나 마음 뿐이었지 두 발자욱을 채 떼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다. 다리 전체가 뒤틀릴뿐만 아니라 땅을 밟고 있다는 감각조차도 느낄 수 없었다. 마치 허공에서 발을 허우적거리는 형국이었다. 마침 옆에 서 있던 분에게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였다, 근육이 뒤틀리니 도와달라고. 그 분이 앉으란다. 허나 이미 뻣뻣해진 다리를 들어 앉을수도 없었다. 또 다른 옆의 분을 의지하고 선 채 그 분에게 다리를 내맡길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의 응급처치 후 근육의 뒤틀림은 멈추었다. 다리를 절뚝이며 걸어 들어갔다. 출발점 주위에 운집해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쑥쓰러워 주로 뒤로 빠질까도 생각했으나 그때까지 버리지 못한 완주에의 집념은 난생 처음 걸어서 출발선 상의 매트를 밟도록 하는 대단한 용기(?)를 불어넣었다. 일단 매트를 밟고 난 후 상황을 보아 중도포기 여부를 결정토록 다시금 미룬 셈이었다.

한참을 이리 저리 주무르고 스트레칭한 후 천천히 네 번째 바퀴로 향하였다. 허나 뛰기에는 무리인 듯 하였다. 남은 거리(약 14km)를 완전히 걷는다는 가정 하에 소요시간을 계산하기에 바빴다. 1km에 10분 정도면 될까? 그렇다면 140분 정도가 더 소요되는데 그러면 몇 시경에 골인하게 되는 것인가? 주판알을 튕기는 소리가 요란하였다. 한편으로는 아무리 완주의 의미가 크다고는 하나, 최후의 한 사람이 골인하기까지 기다린다고는 하나 글쎄, 잘하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반신반의 하면서도 마지막 결단의 시간을 유보한 채 걷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작년 이 대회에서 풀코스 도전 이래 처음으로 중도포기를 했던 아쉬움이 결단을 망설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

비록 달리지 못하고 걸을지라도 찌는듯한 폭염 아래 갈증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1km 채 못미쳐 있는 급수대에서 목을 축이고 간식으로 허기짐을 채우고 나니 순간적이나마 고통을 벗어난 듯 하였다. 순간 혹 방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자봉분에게 근육경련이 아주 심하다고 하였더니 맨소래담을 발라보란다. 나는 무슨 기적의 약을 발견한 듯 양쪽 하벅지에서 발끝까지 듬뿍 듬뿍 발랐다. 왜 그 생각을 못했을까? 지난 해 중앙마라톤대회에서도 중도에 근육경련이 있었는데 그 때도 비슷한 처치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몸에 좋은 것이다 하면 많이 먹을수록 더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허거지겁 밀어넣듯이 그렇게 양 쪽 다리를 맨소래담으로 뒤덮었다. 쉐-- 하는 느낌과 함께 고통도 완화되는 듯 하였다. 몇 발자국 뛰어 보니 움직임이 한결 나아졌다. 비록 약 기운에 고통을 느끼지 못할뿐이라 할지라도 천천히나마 달릴 수 있게 되었음은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참으로 오랜 시간의 고통 끝에 다시금 주자의 위치로 되돌아온 순간이었다. 그 후로도 급수대에 비치된 맨소래담이 달리기의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힘차게 내딛는 걸음은 아닐지라도 천천히 달리며, 중간 중간 위치한 샤워대에서 시원한 얼음물로 열기를 식히며 많다 싶을 정도로 곳곳에 설치된 급수대마다 들러 음료수로 갈증을 덜고 먹거리로 허기를 면하며 남은 두바퀴의 마무리를 시작하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갈증과 허기의 정도는 더 한 것이어서 급수대에서 취하는 수분과 간식의 양도 많아질 뿐이었다. 아마도 음식을 마련하는 자봉분들의 손놀림과 물품을 조달하는 자봉분들의 발놀림이 제일 바빴으리라 여겨진다. 특히 마지막 바퀴를 돌 즈음에는 그 많던 식수가 동이나 이를 알리고 실어나르는 핸드폰소리와 자동차의 엔진소리가 분주하였다. 이러한 다급한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대회조직위와 자봉분들의 이러한 노력에 반하는 일부 주자들의 행태는 옥의 티라고나 할까?

참으로 일찍 찾아온 근육경련에 그 어느 대회에서보다도 많은 어려움을 겪으며 천신만고 끝에 이룬 완주라 그 기쁨과 뿌듯함이 배가되었음을 부인할 수는 없으나 한편으로는 씁쓸함 또한 지울 수 없었다. 비록 장거리 주를 자주하지 못하고 연습량이 많지는 않으나 그래도 꾸준히 달리기를 가까이 해오고 있음에도 근육경련에 대한 무방비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니. 이제는 흔히들 말하는 ‘뜻하지 않은------’이라는 말 대신에 ‘이번에도 어김없이-----’가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완주라는 커다란 선물을 다시금 품을 수 있게 되었음은 조직위원회의 철저한 사전준비와 민첩한 현장대응, 자봉분들의 열과 성을 다한 노력, 서로가 서로는 위하는 달림이들의 마라톤사랑 덕이 아닌가 한다. 끝으로 산책로 두 바퀴째 중간쯤까지(근육경련이 찾아오기 전까지) 아기자기하게 레이스를 이끌어주신 그 분(여)에게 감사 드리며 피니시라인까지 같이 하지 못하고 얼마 남지 않은 지점에서 뒤로 남겨 둔 또 다른 분(여)께는 죄송스러움을 전한다.

골인지점 1km 정도를 남겨 둔 지점 쯤엔가 있는 샤워대에서 시원한 물줄기를 전신에 뿜어주시던 자봉분과 감사와 수고의 인사를 교환하는 가운데 자봉분이 내년을 기약하였다. 난 고개를 가로저으며 내년에는 참가하지 않겠다고, 네 번의 경험(2003년 이후 금년까지)이면 충분하다고 단호하게 뇌었다. 적어도 그 순간에는 그랬다. 이번에 겪은 참담한 고통때문이었으리라. 허나 내년 5-6월께면 다시금 홈 피를 들락거리며 언제 접수가 시작되는지를 살피고 달력에 굵고 빨간 동그라미를 표하고 있을 것이리라.

대회참가 후기를 마무리하면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무릇 마라톤대회의 3 구성요소는 대회진행본부, 자봉분들 그리고 달림이들이라고 한다. 따라서 이 3 구성요소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무질서의 질서가 유지될 때 비로소 대회는 성공이라는 값진 결실을 맺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혹서기대회는 성공한 대회로 알려져 왔으며 따라서 많은 달림이들이 참가를 갈구하는 소위 ‘명품’ 대회로 인식되어 있다. 헌데 금년의 경우 비록 극히 일부 제한적이기는 하나 그 축의 한 켠이 잠시 정상궤도를 일탈한 듯 하여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아마도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빚어낸 찰나적 현상이 아닌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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