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감동의 특별한 소풍! (후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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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임동룡 작성일05-10-28 19:54 조회2,936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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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가을소풍 (53km ~ 75km 여의도 지점)
즐거운 소풍날을 맞이하기 위해 들뜬 기분으로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한 것처럼
몹시 피곤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흥분과 설렘, 기대로 가득한 채 집(여의도 출발)을 나섰다.
오늘 소풍 길은 직선거리 11km나 되는 아름다운 한강변을 달려갔다 달려오는
결코 쉽지 않은 총 거리 22Km 길이다.
벌써 선두 주자들은 초반 암사동을 돌아올 때 예의 그 순위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며
하나둘씩 반환점을 돌아 여의도를 통과하여 양재동 결승점으로 향하고 있다.
1위 선수는 역시 마라톤 강국 일본 선수답게 기량이 참 월등해 보였다.
다행이 2위를 서울시청의 진병환선수가 하고 있어 간신히 체면유지는 되는 것 같다.
이들 선두권 선수와는 다르게 중 후반에 처져있는 나로서는
지금까지 달리며 소진된 체력을 단시간 내에 회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계속해서 걷다 뛰 다를 반복해 보지만 가면 갈수록 양쪽 두 다리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천근만근 무겁게만 느껴졌다.
뛰는 것은 고사하고 점점 더 걷기도 힘이 든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절대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다리야! 다리야! 내 다리야! 제발 나를 좀 도와다오!
부부(夫婦)는 이심이체(二心二體)지만 너는 나와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니냐?
그런데도 힘든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느냐? 괘씸하구나~!
이때 막 우리 채성만 호랑이 회장님이 반대편 주로에서 달려온다.
초반 몹시 힘들어하는 표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좋아지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래도 절대 무리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각자의 길을 또 달려간다.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저렇게 열심히 죽어라 뛰는데.....
내가 만약 중간에 포기하면 도저히 얼굴을 제대로 들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기는 상상하기도 싫었다.
오늘 새벽같이 응원 나온 송파세상 김현우님은
스파르타슬론 246km를 3회 연속으로 거뜬히 완주하고도 끄떡없지를 않았던가!
생각하니 거기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거리에서
쉽게 중도 포기하고 만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매사 힘들다고 포기하면 그저 되는 일은 도대체 뭐가 있겠는가?
나무를 오르지도 않고 오른 자의 기분을 느끼려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을뿐더러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계속 달려본다. 그리고 힘들면 또 걷는다.
가끔씩 멈춰 서서 스트레칭도 해보고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이렇게 천천히 힘들게 가고 있는데 뒤쪽에 어떤 분께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울트라전사 임동룡씨 힘내세요!”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휙 지나간다. 고맙지만 내라던 힘은 어디 더 낼 수가 없다.
전사라는 호칭도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용맹스러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여지없는 패잔병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강변길을 그래도 멈추지 않고 천천히 달리고 또 달려간다.
길옆에 활짝 피어있는 예쁜 코스모스는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면서
반갑게 웃으며 각기 다른 표정으로 속삭이듯 다가와 우리를 격려해 준다.
오늘 소풍 길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고비의 순간이 왔다!
예쁜 나비들은 눈앞에 나타나 꽃길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부지런히 먹이사냥에 바쁜가하면.....
노랑나비 흰나비 1쌍은 서로 교태를 부리며 사랑을 구애라도 하는 듯
다정스레 오붓한 둘만의 활강 비행을 하고 있다.
그 유명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약관의 나이로
당시 헤비급 세계 챔피언인 무쇠주먹 소니 리스튼을 상대로한 시합에서
“나비같이 날아가 벌같이 쏘겠노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가장 힘든 나에게 벌같이 쏠 수는 없다하더라도
나비같이 훨훨 날아갈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이번에는 또 나비에게 기대어본다.
나비야! 나비야! 네 등에 나를 실어 날아갈 수는 없겠니?
잠시 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생각을 하면서 힘든 고통의 순간을 잊어 본다.
어찌 나비가 내말을 들어 줄 리가 있겠는가?
가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 나는 이 길을 혼자의 힘으로 가야한다.
아스라이 멀어만 보이던 가양대교가 눈앞에 나타나고
또 다시 뒤로 보이는 방화대교를 향해 달려간다. 얼마 남지 않은 거리지만
이 순간에 반환점을 돌아 달려오는 선수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이때 까지도 내가 주목하는 나의 경쟁상대 동료선수는 보이질 않는다.
드디어 7:20:58초 기록으로 이곳 64.4km지점 반환지점에 도착했다.
당초 7시간 안에 뛰려던 계획을 20분 초과하여 도착한 것이다.
그래도 이만하면 아주 잘 뛴 것이다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보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도착과 동시 자원봉사자는 나의 보관물품을 찾아 가져다준다.
어느새 회장님은 또 이곳에 오셔서 선수들을 열심히 격려해 주시고
특유의 쭈구미 복장의 문정복 사장님께서 맛있는 전복죽으로 체력이 고갈된
우리 선수들의 영양 공급을 책임지고 계신다.
나도 한 그릇을 금방 먹어치우고 추가로 1그릇 더 먹었다.
그리고 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했다.
이때 어디선가 김팔영님이 나타나 씨~익 웃으며 자기는 이제 출발하려한다 말한다.
옆에 보니 부인이며 딸 윤아 까지 나와 응원하고 있었다.
가족이 일심동체가 돼서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이런 모습이 행복한 가정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부러웠다.
경쟁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나도 서둘러 신발과 양말을 갈아 신고
그리고 땀에 젖은 옷을 새로 바꿔 입었다.
이름 모를 자원봉사자는 얼음 팩으로 양쪽 무릎 관절이며, 대퇴, 하지, 뒷목 등을
시원하게 식혀주고 맨소래담으로 뭉친 근육을 골고루 마사지까지 해주신다.
정성스런 마사지로 피로가 어느정도 회복되어 다시 뛸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10분 예정으로 머물고자한 시간이 어느 순간에 30분이 훌쩍 지났다.
서둘러 인사하고 반환점 매트를 밟고 다시 여의도로 향했다.
누군가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라 하였는데.....
지금까지 내가 달려온 거리만도 42.195km 마라톤을 1번 뛰고도
하프코스를 더 뛴 거리이니 스스로도 참 대단함을 느꼈다.
아울러 꼭 완주하리라 굳게 다짐 해본다.
달리면서 그때 까지도 반환점을 향해 계속 달려오는 후미 주자들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발길을 재촉하며 계속 달려 나갔다.
저 멀리 여의도 63빌딩이 보이고 국회의사당의 우아한 돔 아치가
제법 가까이 다가와 눈앞에 들어온다.
드디어 여의도 75km지점을 통과하고 급수대에 이르렀다.
정영철님이 미소로 반갑게 “형! 왜 이렇게 늦었어?” 하고는
앞서간 주자들의 동정을 일일이 다 말해준다. “응 그~래!”
“김팔영씨는 어때? 펄펄 나는 것 같애? 아님 지쳐 보여?”
정영철님 왈 “으~응! 그 형! 몹시 힘들어 하던데~!”
나는 속으로“옳지 됐구나 그러면 그렇지 어디 나만 힘 들겠는가?”
잘하면 나 한태 추월당할 수 도 있겠다싶어.....
속으로는 좋아했지만 나의 몸도 이젠 더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겁다.
급수를 마치고 이명직님이 정성스레 맨소래담 마사지를 해 주시고 나니
힘들지만 또 뛰어야 하는 기막힌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찌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백오십 여리(二百五十 餘里) 방랑자(放浪者)의 고행(苦行)길에
아직 더 남아있는 창창한 육십여리(六十餘里) 길!
누가 돈을 준다한 들 이렇게 힘들게 뛰지는 못할 것이다.
험난한 길이라도 스스로 원해서 뛰니까 힘들어도 뛰어지는 것이 아닐까?
활짝 핀 코스모스가 압권인 가을 소풍은 이렇게 여의도에서 끝이 났다.
4.겨울소풍( 75Km ~ 100Km 골인지점 )
북풍한설 몰아치는 추운 겨울날! 때 아닌 모습으로 소풍을 가려하니
모두가 아우성치며 이 뜻있는 한겨울 소풍 길에 함께 동행한다.
75Km지점을 막 출발하려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김관현 사장님이
뒤 따라오시며 급수대에서 물 한 컵을 얼른 드시고 곧바로 따라 오신다.
2차 관문인 83km지점을 여유 있게 통과하고 꼭 완주하여
부부완주상을 받으려 하시는 대단한 각오이신 것 같았다.
나도 감동되어 이후로는 계속 쉬지 않고 김 사장님과 함께 동반주하며
단걸음에 뛰다보니 몹시 힘들고 점점 지쳐갔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라던 제2관문을 있는 힘을 다해 간신히 통과했다.
윤혜철님! 홍익표님! 김윤태님! 등 관문지기님들의 환대 속에
급수를 마치고 곧바로 김윤태님이 정성껏 해주시는 맨소래담 마사지를 받았다.
마지막 결승지점을 단숨에 통과하기위한 예비적 조치로 힘의 비축인 셈이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걸어가도 제한시간 내에 완주 할 수 있다는
봉사자님들의 격려의 말과 마사지덕분으로 없던 힘이 다시 생기는 것 같았다.
이내 다음 목적지 한남대교를 향하였다.
한남대교 밑 급수대에서는 목이 터져라 응원하다 목이 다 쉬어버린
김병조님과 유행애님의 특별봉사, 그리고 이연옥님의 따뜻한 격려 속에서
물과 방울토마토로 수분을 보충하고 또 결승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얼마 가지 못하고 곧 김 사장님이 걸으려 하신다. 나도 같이 걷는다.
한참을 걷다 뛰다가 90Km지점 급수대에 이르렀을 때
전광판 시계는 11:30:몇초 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총 12 시간대는 넘지 말아야지 하며 머릿속에는 계산이 분주하다
김 사장님은 그동안 너무 힘이 드셨는지 이제부터는 더 뛰지를 못하신다.
이러는 동안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우리 앞을 추월하여 갔다.
이때 사장님은 미안한지 나더러 "먼저 가라" 말씀하신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천천히 오십시요" 말씀하고는 사장님을 뒤로하고
남은 10Km에 Km당 6분대로 전체시간 1시간을 목표로 쉬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청담대교와 탄천을 거쳐 양재천으로 접어들어
오늘의 마지막 급수지점에 도착했다.
물한컵을 서둘러 마시고 발길을 재촉하며 결승점으로 향했다.
양재천 입구까지 응원 나온 최성순회장님께서 달려오는 나를 보고 반갑게 웃으면서
"아이구 형! 일내버렸네! 축하합니다”
하며 완주를 기정사실화하고 미리 축하해주질 않는가?
이제 남은 것은 멋진 포즈로 결승 테이프를 끊는 일만 남았다.
몇몇 선수들과는 달리면서 앞서거니와 뒷 서거니를 수차례씩이나 하였는데...
오늘 나의 경쟁상대자로 지금까지 만만하게만 보았던(?)
그 선수의 뒷모습은 결국 한 번도 보지 못하고 골인하게 되었다.
조금은 더 잘 뛸 수도 있었는데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통과지점인 아치형 다리위에는 환영 나온 수많은 서울마라톤 깃발들이
바람결에 살짝 흔들거리며 도열하여 박수를 보내주고 있는 듯하다.
결승점까지는 붉은 양탄자를 깔아 환영분위기를 더했다.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정감어린 목소리의 소유자이신 이팔갑님의
방송멘트와 함께 드디어 두 손을 높이 들고 골인하였다.
많은 분들이 완주를 축하해주고,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씀도 아끼지 않는다.
완주기록 12:48:35초는 그다지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어려운 겨울 소풍(冬季消風)에 부상(負傷) 없이 즐겁게
완주(完走)한 것을 더 큰 위안(慰安)으로 삼는다.
오늘 특별한 소풍을 마치고 얻은 큰 교훈은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작전미스도 아니고, 변명의 여지없이 쓸데없는 자기과신(自己過信)과
훈련부족에 의한 레이스 중 후반 급격한 체력저하가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완주의 기쁨을 담아 난생처음 월계관을 쓰고 기념사진도 찰~칵!
그리고 김미영님이 주신 따끈한 국밥 한 그릇 정신없이 비웠습니다.
오랜만에 회장님 사모님도 뵈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문성재님! 사용웅님! 배재역님! 황진영님! 박선자님!께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그 외 지면관계상 일일이 다 거명해드리지 못한 자원봉사자 여러분!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저의 글 재미있게 읽어주심도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 회장님과 대회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눈물겹도록 헌신적인 봉사로 깊은 감동을 준 자원봉사자님 여러분!
함께하신 모든 참가 선수 여러분!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고약한 달림이 임동룡 올림
즐거운 소풍날을 맞이하기 위해 들뜬 기분으로 밤새 한잠도 자지 못한 것처럼
몹시 피곤하게 느껴지는 아침이다.
흥분과 설렘, 기대로 가득한 채 집(여의도 출발)을 나섰다.
오늘 소풍 길은 직선거리 11km나 되는 아름다운 한강변을 달려갔다 달려오는
결코 쉽지 않은 총 거리 22Km 길이다.
벌써 선두 주자들은 초반 암사동을 돌아올 때 예의 그 순위를 거의 그대로 유지하며
하나둘씩 반환점을 돌아 여의도를 통과하여 양재동 결승점으로 향하고 있다.
1위 선수는 역시 마라톤 강국 일본 선수답게 기량이 참 월등해 보였다.
다행이 2위를 서울시청의 진병환선수가 하고 있어 간신히 체면유지는 되는 것 같다.
이들 선두권 선수와는 다르게 중 후반에 처져있는 나로서는
지금까지 달리며 소진된 체력을 단시간 내에 회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계속해서 걷다 뛰 다를 반복해 보지만 가면 갈수록 양쪽 두 다리는 무거운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천근만근 무겁게만 느껴졌다.
뛰는 것은 고사하고 점점 더 걷기도 힘이 든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절대 이대로 포기할 수는 없다.
다리야! 다리야! 내 다리야! 제발 나를 좀 도와다오!
부부(夫婦)는 이심이체(二心二體)지만 너는 나와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니냐?
그런데도 힘든 내 마음을 그렇게도 모르느냐? 괘씸하구나~!
이때 막 우리 채성만 호랑이 회장님이 반대편 주로에서 달려온다.
초반 몹시 힘들어하는 표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좋아지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래도 절대 무리하지 말 것을 주문하고 각자의 길을 또 달려간다.
부상 후유증으로 고생하면서도 저렇게 열심히 죽어라 뛰는데.....
내가 만약 중간에 포기하면 도저히 얼굴을 제대로 들 수 없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포기는 상상하기도 싫었다.
오늘 새벽같이 응원 나온 송파세상 김현우님은
스파르타슬론 246km를 3회 연속으로 거뜬히 완주하고도 끄떡없지를 않았던가!
생각하니 거기 절반에도 훨씬 못 미치는 거리에서
쉽게 중도 포기하고 만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매사 힘들다고 포기하면 그저 되는 일은 도대체 뭐가 있겠는가?
나무를 오르지도 않고 오른 자의 기분을 느끼려하는 것은
용서되지 않을뿐더러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렇게 마음을 다잡고 계속 달려본다. 그리고 힘들면 또 걷는다.
가끔씩 멈춰 서서 스트레칭도 해보고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반복하기도 했다.
이렇게 천천히 힘들게 가고 있는데 뒤쪽에 어떤 분께서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울트라전사 임동룡씨 힘내세요!” 하면서
자전거를 타고 앞으로 휙 지나간다. 고맙지만 내라던 힘은 어디 더 낼 수가 없다.
전사라는 호칭도 내게는 어울리지 않는다.
용맹스러움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고 여지없는 패잔병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강변길을 그래도 멈추지 않고 천천히 달리고 또 달려간다.
길옆에 활짝 피어있는 예쁜 코스모스는 가을 정취를 물씬 풍기면서
반갑게 웃으며 각기 다른 표정으로 속삭이듯 다가와 우리를 격려해 준다.
오늘 소풍 길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게 느껴지는 고비의 순간이 왔다!
예쁜 나비들은 눈앞에 나타나 꽃길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이 꽃에서 저 꽃으로 부지런히 먹이사냥에 바쁜가하면.....
노랑나비 흰나비 1쌍은 서로 교태를 부리며 사랑을 구애라도 하는 듯
다정스레 오붓한 둘만의 활강 비행을 하고 있다.
그 유명한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는 약관의 나이로
당시 헤비급 세계 챔피언인 무쇠주먹 소니 리스튼을 상대로한 시합에서
“나비같이 날아가 벌같이 쏘겠노라”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 가장 힘든 나에게 벌같이 쏠 수는 없다하더라도
나비같이 훨훨 날아갈 수 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힘들 때는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는 심정으로 이번에는 또 나비에게 기대어본다.
나비야! 나비야! 네 등에 나를 실어 날아갈 수는 없겠니?
잠시 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허황된 생각을 하면서 힘든 고통의 순간을 잊어 본다.
어찌 나비가 내말을 들어 줄 리가 있겠는가?
가다 쓰러지는 한이 있더라도 결국 나는 이 길을 혼자의 힘으로 가야한다.
아스라이 멀어만 보이던 가양대교가 눈앞에 나타나고
또 다시 뒤로 보이는 방화대교를 향해 달려간다. 얼마 남지 않은 거리지만
이 순간에 반환점을 돌아 달려오는 선수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이때 까지도 내가 주목하는 나의 경쟁상대 동료선수는 보이질 않는다.
드디어 7:20:58초 기록으로 이곳 64.4km지점 반환지점에 도착했다.
당초 7시간 안에 뛰려던 계획을 20분 초과하여 도착한 것이다.
그래도 이만하면 아주 잘 뛴 것이다 생각하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곳에서 머무는 시간을 최대한 단축해보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도착과 동시 자원봉사자는 나의 보관물품을 찾아 가져다준다.
어느새 회장님은 또 이곳에 오셔서 선수들을 열심히 격려해 주시고
특유의 쭈구미 복장의 문정복 사장님께서 맛있는 전복죽으로 체력이 고갈된
우리 선수들의 영양 공급을 책임지고 계신다.
나도 한 그릇을 금방 먹어치우고 추가로 1그릇 더 먹었다.
그리고 물을 마셔 갈증을 해소했다.
이때 어디선가 김팔영님이 나타나 씨~익 웃으며 자기는 이제 출발하려한다 말한다.
옆에 보니 부인이며 딸 윤아 까지 나와 응원하고 있었다.
가족이 일심동체가 돼서 서로 격려해주는 모습은 참 보기 좋았다.
이런 모습이 행복한 가정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부러웠다.
경쟁자를 먼저 떠나보내고 나도 서둘러 신발과 양말을 갈아 신고
그리고 땀에 젖은 옷을 새로 바꿔 입었다.
이름 모를 자원봉사자는 얼음 팩으로 양쪽 무릎 관절이며, 대퇴, 하지, 뒷목 등을
시원하게 식혀주고 맨소래담으로 뭉친 근육을 골고루 마사지까지 해주신다.
정성스런 마사지로 피로가 어느정도 회복되어 다시 뛸 힘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러나 10분 예정으로 머물고자한 시간이 어느 순간에 30분이 훌쩍 지났다.
서둘러 인사하고 반환점 매트를 밟고 다시 여의도로 향했다.
누군가 마라톤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것이라 하였는데.....
지금까지 내가 달려온 거리만도 42.195km 마라톤을 1번 뛰고도
하프코스를 더 뛴 거리이니 스스로도 참 대단함을 느꼈다.
아울러 꼭 완주하리라 굳게 다짐 해본다.
달리면서 그때 까지도 반환점을 향해 계속 달려오는 후미 주자들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발길을 재촉하며 계속 달려 나갔다.
저 멀리 여의도 63빌딩이 보이고 국회의사당의 우아한 돔 아치가
제법 가까이 다가와 눈앞에 들어온다.
드디어 여의도 75km지점을 통과하고 급수대에 이르렀다.
정영철님이 미소로 반갑게 “형! 왜 이렇게 늦었어?” 하고는
앞서간 주자들의 동정을 일일이 다 말해준다. “응 그~래!”
“김팔영씨는 어때? 펄펄 나는 것 같애? 아님 지쳐 보여?”
정영철님 왈 “으~응! 그 형! 몹시 힘들어 하던데~!”
나는 속으로“옳지 됐구나 그러면 그렇지 어디 나만 힘 들겠는가?”
잘하면 나 한태 추월당할 수 도 있겠다싶어.....
속으로는 좋아했지만 나의 몸도 이젠 더 견딜 수 없을 만큼 무겁다.
급수를 마치고 이명직님이 정성스레 맨소래담 마사지를 해 주시고 나니
힘들지만 또 뛰어야 하는 기막힌 운명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어찌 보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백오십 여리(二百五十 餘里) 방랑자(放浪者)의 고행(苦行)길에
아직 더 남아있는 창창한 육십여리(六十餘里) 길!
누가 돈을 준다한 들 이렇게 힘들게 뛰지는 못할 것이다.
험난한 길이라도 스스로 원해서 뛰니까 힘들어도 뛰어지는 것이 아닐까?
활짝 핀 코스모스가 압권인 가을 소풍은 이렇게 여의도에서 끝이 났다.
4.겨울소풍( 75Km ~ 100Km 골인지점 )
북풍한설 몰아치는 추운 겨울날! 때 아닌 모습으로 소풍을 가려하니
모두가 아우성치며 이 뜻있는 한겨울 소풍 길에 함께 동행한다.
75Km지점을 막 출발하려는데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김관현 사장님이
뒤 따라오시며 급수대에서 물 한 컵을 얼른 드시고 곧바로 따라 오신다.
2차 관문인 83km지점을 여유 있게 통과하고 꼭 완주하여
부부완주상을 받으려 하시는 대단한 각오이신 것 같았다.
나도 감동되어 이후로는 계속 쉬지 않고 김 사장님과 함께 동반주하며
단걸음에 뛰다보니 몹시 힘들고 점점 지쳐갔다.
그러나 마지막 고비라던 제2관문을 있는 힘을 다해 간신히 통과했다.
윤혜철님! 홍익표님! 김윤태님! 등 관문지기님들의 환대 속에
급수를 마치고 곧바로 김윤태님이 정성껏 해주시는 맨소래담 마사지를 받았다.
마지막 결승지점을 단숨에 통과하기위한 예비적 조치로 힘의 비축인 셈이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걸어가도 제한시간 내에 완주 할 수 있다는
봉사자님들의 격려의 말과 마사지덕분으로 없던 힘이 다시 생기는 것 같았다.
이내 다음 목적지 한남대교를 향하였다.
한남대교 밑 급수대에서는 목이 터져라 응원하다 목이 다 쉬어버린
김병조님과 유행애님의 특별봉사, 그리고 이연옥님의 따뜻한 격려 속에서
물과 방울토마토로 수분을 보충하고 또 결승점을 향해 달리기 시작한다.
얼마 가지 못하고 곧 김 사장님이 걸으려 하신다. 나도 같이 걷는다.
한참을 걷다 뛰다가 90Km지점 급수대에 이르렀을 때
전광판 시계는 11:30:몇초 대를 가리키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총 12 시간대는 넘지 말아야지 하며 머릿속에는 계산이 분주하다
김 사장님은 그동안 너무 힘이 드셨는지 이제부터는 더 뛰지를 못하신다.
이러는 동안에 상당히 많은 분들이 우리 앞을 추월하여 갔다.
이때 사장님은 미안한지 나더러 "먼저 가라" 말씀하신다.
기다렸다는 듯이 "그럼 천천히 오십시요" 말씀하고는 사장님을 뒤로하고
남은 10Km에 Km당 6분대로 전체시간 1시간을 목표로 쉬지 않고 뛰기 시작했다.
청담대교와 탄천을 거쳐 양재천으로 접어들어
오늘의 마지막 급수지점에 도착했다.
물한컵을 서둘러 마시고 발길을 재촉하며 결승점으로 향했다.
양재천 입구까지 응원 나온 최성순회장님께서 달려오는 나를 보고 반갑게 웃으면서
"아이구 형! 일내버렸네! 축하합니다”
하며 완주를 기정사실화하고 미리 축하해주질 않는가?
이제 남은 것은 멋진 포즈로 결승 테이프를 끊는 일만 남았다.
몇몇 선수들과는 달리면서 앞서거니와 뒷 서거니를 수차례씩이나 하였는데...
오늘 나의 경쟁상대자로 지금까지 만만하게만 보았던(?)
그 선수의 뒷모습은 결국 한 번도 보지 못하고 골인하게 되었다.
조금은 더 잘 뛸 수도 있었는데 하는 작은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통과지점인 아치형 다리위에는 환영 나온 수많은 서울마라톤 깃발들이
바람결에 살짝 흔들거리며 도열하여 박수를 보내주고 있는 듯하다.
결승점까지는 붉은 양탄자를 깔아 환영분위기를 더했다.
차분하고 나긋나긋한 정감어린 목소리의 소유자이신 이팔갑님의
방송멘트와 함께 드디어 두 손을 높이 들고 골인하였다.
많은 분들이 완주를 축하해주고, 수고했다는 격려의 말씀도 아끼지 않는다.
완주기록 12:48:35초는 그다지 좋은 기록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 어려운 겨울 소풍(冬季消風)에 부상(負傷) 없이 즐겁게
완주(完走)한 것을 더 큰 위안(慰安)으로 삼는다.
오늘 특별한 소풍을 마치고 얻은 큰 교훈은 과유불급(過猶不及)입니다.
작전미스도 아니고, 변명의 여지없이 쓸데없는 자기과신(自己過信)과
훈련부족에 의한 레이스 중 후반 급격한 체력저하가 원인이었다고 봅니다.
그렇지만 완주의 기쁨을 담아 난생처음 월계관을 쓰고 기념사진도 찰~칵!
그리고 김미영님이 주신 따끈한 국밥 한 그릇 정신없이 비웠습니다.
오랜만에 회장님 사모님도 뵈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문성재님! 사용웅님! 배재역님! 황진영님! 박선자님!께도 깊은 감사드립니다.
그 외 지면관계상 일일이 다 거명해드리지 못한 자원봉사자 여러분!
모두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부족한 저의 글 재미있게 읽어주심도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서울마라톤클럽 박영석 회장님과 대회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눈물겹도록 헌신적인 봉사로 깊은 감동을 준 자원봉사자님 여러분!
함께하신 모든 참가 선수 여러분! 정말 너무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고약한 달림이 임동룡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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