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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원에서 한여름의 마라톤 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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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영대 작성일06-08-18 09:59 조회2,83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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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을 혹서기(酷暑期)라고 한다.

혹서(heat waves)라는 단어만으로도 폭염과 이글거리는 태양,
온몸을 휘감아 돌며 금방이라도 몸을 녹일듯 뿜어대는 열기에
땀이 흐르며 힘이 다빠져 나가는 느낌이다.

이런 극한상황에서의 마라톤이라니??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며 그래도 클럽분들이 소개하는 재미하며
한여름에 가을대비 중간점검을 해야한다는 권유에 솔깃하여(?)
단체신청에 명단을 올리고 전혀 긴장감없이 대회를 맞이하였다.

제대로된 훈련대비라고는 정기적으로 빠뜨리지 않은 클럽의
훈련참가가 전부인터...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긴장도 되지않고
그 어느 대회보다 마음이 편안하다.

과천의 서울대공원!
기억에도 가물가물 옛적에 업무때문에 잠깐 들렀던것도 같은데
오늘이 실제로는 처음인것같다.
안부회장님 내외분과 김도연 팀장님,그리고 우리부부는 그렇게
카풀을 하며 즐겁게 대공원의 주차장에 도착을 한다.

대공원이 얼마나 넓은지,어떻게 꾸며져 있는지도 전혀모르니
시야에 잡히는 공원의 풍경들이 온통 생경스럽다.

여느 대회와 달리 참가자가 많지 않아서 붐비지 않으니 좋다.
미리 배번호를 수령해주신 선배님들 덕분에 동물원 입구에서
배번호도 칩도 한가롭게 부착 한다.
전혀 서두르거나 왁자지껄한 시장분위기도 아니고
그야말로 대공원에 소풍나온 여유로움 그 자체이다.

출발시간이 다가와도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지 클럽회원분들은
공원에서 출발직전에야 서둘러 단체 스트레칭을 실시하고 출발점
에 선다.

드디어 출발!!~~

참가자가 많지않으니 휠씬 즐겁고 여유롭게 출발한다^^*
코끼리 열차길을 따라서 출발행렬이 길게 드리워진다.
주로에 내리쬐는 아침햇살만이 오늘의 레이스가 만만치 않음을
예고 하는듯하다!

무리지어 달려나가는 가운데도 우리 클럽의 회원분들 유니폼이
산뜻하게 눈에 들어오고 그분들의 움직임도 시야에 쉽게 잡힌다.
주로가 붐비는 관계로 천천히 달릴수밖에 없다.
(갓길은 통행위반?^^*)

코끼리 열차길을 한바퀴 돌아 처음의 출발지로 들어오니
응원 함성이 메아리쳐 크게 들려오고 낯익은 클럽분들의 환호와
디카에 눈길을 주고....
벌써 땀이 많이 흐르네!!
자원봉사자들의 손길따라 급수를 하고서 공원으로 들어선다.

여기저기 동물원의 풍경이 스쳐가고 완만한 오르막은 몸에 약간의
부하를 느끼게 하지만 공원길의 우거진 나무와 꽃들이 마음의 짐을
덜어주어 수월하게 달려나간다.

다시 공원을 한바퀴 돌아야 하지만 속도에 대한 유혹을 애써 뿌리친다.
오늘의 목표는 그동안의 훈련을 중간점검하고 혹서기의 풀코스를
건강하고 즐겁게 완주하는 것으로 결심했기에 마음편안히 달리기에만
전념하기로 한다.

우리 클럽분들은 고수가 많아서 인지 동물원을 돌아가며 만날수가 없다.
그나마 나보다 조금 앞서가던 이해*선배를 겨우 만날수가 있었다.
공원내에서 두바퀴째 진행요원의 안내에 따라 낮은 언덕으로 접어드는데
순간 시야에 잡히는 주자들과 이어진 언덕이 당혹감을 느끼게 한다.

산모퉁이를 돌며 무리들이 이내 숲속길로 사라질때
이제껏 아스팔트길에 익숙하게 입력된 달리기의 기억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는거다^^*

첫회전의 체크 매트를 밟으며 그렇게 공원의 숲속으로 나는
자연스럽게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첫번째 7.8km 43`19"

숲속의 향기와 그늘에 묻혀가면서 코스가 마라톤 주로이기보다는
잘가뀌진 공원길,색다른 언덕훈련 코스라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조금을 달리니1km 표지판이 시야에 들어온다.
여기에 이제서야 1km표지판은 왜?
이런 아둔한 우문은 힘들게 언덕을 넘고넘어 다음번의 2km표지판을
만나면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그때서야 오늘은 이코스를 5회 왕복한다지!!??~~~

언덕을 두어개 넘어서니 첫번째 급수지점이 나타난다.
봄에 보스턴을 함께 같던 낯익은 얼굴이 자원봉사를 하며
건네주는 얼음냉수를 단숨에 들이킨다.
아! 얼음 냉수가 이렇게도 시원하고 맛이 있다니!!...^^*
역시 달림이들이 개최하는 축제답다.
그들의 세심한 배려와 사랑이 가슴으로 느껴진다.

도전의 처음은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용기로 시험하며
다스려야할 과제임을 알기에 또다시 편안하게 달려나간다.

반대편 주로에는 벌써 선두그룹이 쌩하고 달려온다.
얼마간을 두고 우리클럽의 정희*고수가 바짝 쫓아오고
뒤이어 강*고수와 김진*고수등이 뒤따르고 있다.
곧이어서 선두그룹의 달림이들이 우르르 무리지어 달려온다.
우리클럽의 낯익은 얼굴들과 반갑게 해후하며 화이팅도 외치고
그렇게 달리기는 흘러가고 있었다.

어느덧 낯선길에 대한 약간의 긴장도 잠시!
반환점을 돌아 다시금 클럽의 식구들과 잠깐씩의 즐거운
만남과 헤어짐이 이어진다!^^*

첫회전의 탐색전은 그렇게 여러가지 감정을 교차시키고
미묘한 몸의 변화를 체크하며 조심스럽게 이뤄지고 있었다.

-첫번째 왕복 6.86km 41`20"

갈길이 멀구나!!
좀더 여유롭게 생각하자....인생은 "마라톤"이라고 하지않던가!
어차피 불완전하고 부족하기에 마라톤을 통하여 우리의 삶을
배우고 정제하고 다스리는게 아니겠는가!!?
과정을 즐기자!!....!!

첫번째 왕복에서 긴장을 덜어내니 시야에 잡히는 여러 풍경들과
달림이들의 모습이 그렇게 진지하고 아름다울수가 없다.
벌써 언덕을 걷는 주자들이 보이고 이내 언덕을 쉬지않고
달려가는 자신과 대비하며 그간의 힘든 훈련이 헛되지 않았음에
위안을 느낀다.
조금은 여유를 찾으니 주로의 각종 지원하는 급수대의 풍성한
먹거리들이 자주 유혹을 하고.....!!
자연스럽게 몸이 요구하는대로
시원한 얼음냉수며 수박,참외,메론,건포도,오이,김밥에 소금까지
(정말 많기도 하다^^*)조금씩 맛보며 달린다.

-두번째 왕복 6.8km 40`11"

세번째를 향하며 생각한다.
어느덧 이번 회전이 끝나면 절반이 넘네!!
반환점의 빨간 체크 매트를 밟으며 응원함성에 잠시 피로를 잊는다.
바로 나타나는 나즈막한 언덕을 넘으면 클럽의 가족분들이
오며가는 회원들에게 파이팅을 외치며 힘을 보태주고
이내 나타나는 언덕을 쉬지않고 달려가니 작은 성취감이
밀려온다.

반환점을 돌아서니 이제 딱 절반을 넘어섰다는 안도감으로
마음만은 더없이 편안하다.
오가며 만나는 클럽의 식구들과 즐겁게 지나친다.
언덕을 오르며 산속에 울려 퍼지는 북소리는 묘한 힘을주며
힘든 시간임을 잠시나마 잊게해준다.
전장에서 전사에게 왜 북소리를 울리는지가 공감이 가는 부분이다.

-셋째,넷째 왕복 6,86km 41`19"
6,86km 45`18"
*네번째 왕복은 마지막 회전을 위해 넉넉히 보급을 하느라^^*

길고도 때론 힘들었던 여정이 이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없던 힘이 솟아 나는듯하다.
그래도 오늘의 소기의 목적은 무난히 달성 할것같은 자신감이
생긴다.
마지막 회전을 가는길의 주로 풍경들은 처음 시작할때의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힘든표정들이 역력하다.

얼마를 달리니 클럽의 경*님을 만난다.
언덕을 걷고있다. 따라오라는 신호로 등을 툭 친다.
잃었던 투지가 자극되는지 달려가는 나를 따라 달려온다.
마지막 반환점을 돌아서니 갈길만 남았는데
한편 아쉬운 생각으로 내년을 기약해야지!!ㅎㅎㅎ
재미있는 복장의 응원단이 마지막 힘을 보태준다.
캉캉춤을 추기도 하고 배번호의 이름을 연호도 해준다.

어라!
시원한 생맥주도 주네!!
일단은 갈증에 최고의 보약이 될거야^^*
경*님과 한잔씩 받아마신 그맛이 일품이다.
누가 달리며 맥주로 갈증을 해소해줄 생각을 했을까?ㅋㅋㅋ
쭈쭈바 반쪽도 받아들고 이젠 골인지점으로 향하는데
경*님은 언덕을 포기한듯 걷고있다.
그렇지만 나는 걸을 수가없다.
언덕은 뛰어서 오르는데 숙달이 된건지,
주택전시관의 약효가 남아있는건지,
아무튼 오늘의 대회는 언덕을 걷지 않는거다!!~~~
동반주를 아쉽지만 포기하고 다시금 혼자서
달려나간다.

다시금 마지막 왕복으로 언덕을 힘겹게 오르시는 이종* 선배님과
마주치는데 선배님도 힘드실텐데 오히려 나를 보시고는 이내 그 인자한
미소와 격려를 보내주신다.
참으로 아름다운 모습이다.
건강한 삶의 전형을 보는듯하여 가슴이 뭉클해진다.

이젠 한여름의 마라톤 소풍도 끝나가고 있었다.
감동을 가득 안고서 드디어 피니쉬 라인에 골인하니
자원 봉사자들의 세심하고 따뜻한 배려의 손길에
더 없이 행복하다.
오늘은 진정 달림이가 주인되는 날이었다.
칩을 풀어주고 완주메달을 목에 걸어주고 커다란 타올을
둘러주는 정성에 감격한다.

-마지막 왕복 6.86km 43`46"

완주한 달림이 친구들은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다.
커다란 물통에서 바가지로 시원스레 물을 끼얹으며
즐거운 달리기를 회상하곤 미소를 짓는다.
이내 정성스런 식사와 우아한 와인(?)한잔!~~~!!!

대회를 준비하고 진행한 서울 마라톤 클럽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오늘날 많은 마라톤 열풍을 틈타 상업적 목적으로
달림이들을 홀대하는 풍토에서 한사람 달림이의 심정으로
진정 그들을 보듬는 정성과 헌신적인 사랑이 고마울 따름이다.

여기에 <어린왕자>에서 말하는 메시지가 잘 어울릴것 같다.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The important thing is what can,t be seen)"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마음을 보았다!!


-42.195km 4,14`33"

이것이 오늘의 나의 기록이다.

값진 자신과의 겨루기에서,
자신이 누구인지 그리고
현재의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며
삶의 뿌리가 천착하고
존엄과 자기긍정,자존심을 지켜갈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유쾌하고 시원한 한여름의 마라톤 소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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