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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라톤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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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우 작성일10-08-19 18:18 조회2,23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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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선잠에서 깨어나니 차창 밖으로 폭우와 번개가 한밤의 어둠을 장식하고 있었다. 8월 15일 광주발 서울행 오전2시 고속버스에 몸을 실고 있던 중에 살짝 잠이 들었나 보다. 이런 비라면 마라톤 뛰기가 여간 어렵지 않으리라 걱정이 되었다. 주최측에서는 우천시에도 대회진행 한다고 공고를 했다.

호남선 터미널에 도착하여 아침을 먹고 전철로 과천 서울대공원으로 또 이동해야 한다. 내가 왜 이런 번거로움을 무릅쓰나 하는 의문도 잠시 들었다. 이유는 비교적 단순했으니 달리기를 좋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위 분들 중에는 혼자 달리면 됐지, 전국적으로 많은 달리기대회 쫒아 여기저기 여행 하는 게 이해되지 않으시나 보다.

지하철에서 내려 대회장으로 가면서 약간의 흥분을 느낀다. 사하라모자를 하나 구입해 달라던 지인의 부탁 때문에 배번 수령처 근방을 둘러 보았지만 폭우 때문이었는지 마라톤용품 판매하시는 분들이 한명도 안 보인다. 가방을 물품보관소에 맡기고 출발지점에서의 준비운동에 동참했다.

오전8시 정각에 출발했다. 코끼리 열차길은 제일 쉬운 코스였고, 이어지는 동물원 내측도로는 앞으로 다가올 외곽순환의 쉬운 버전이었다고나 할까? 외곽순환으로 접어들자마자 시작되는 긴 오르막길, 와 힘드네! 이 길을 자그마치 5회나 왕복해야 하는데! 내가 이 대회에 참가한다고 했더니, 서울혹서기마라톤은 주로의 고저차가 꽤 있어서 기록보다는 완주와 fun run에 신경을 더 쓰라는 여러분들의 권유를 다시 유념했다. 이런 오르막이 있으니 그렇게 말씀하신 것이 이해가 되었다.

초행길은 끝이 안보이게 길게 이어져 있고, 길옆에는 곳곳에 급수대, 응원단 등 여러 분들의 격려가 이어졌다. 급수대마다 음료만 마셨다. 음식물은 속을 불편하게 만들어서 나는 뛰는 도중에는 안먹는다.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빨간 수박의 유혹을 물리치고 간다. 내가 안먹는다는 것을 비웃듯이 먹을 것이 너무 풍부한 대회다. 아, 저기 반환점이 보인다. 이 길을 네번반 더 왕복해야 하는데, 속으로 한숨이 절로 났다. 가 볼 수밖에. 한번 다녀온 후에는 훨씬 덜 힘들었다. 짐작컨대 코스가 익숙해진 까닭이리라. 오르막 언덕의 8할 지점부터는 걸었다. 숨도 돌리고 주변도 살펴보고, 아는 분 만나려나 두리번거리다 보면 어느새 언덕의 정상, 이제는 슬슬 달려 내려가자.

세번째 왕복 중에 앞 선수의 등에 내가 졸업한 고등학교 엠블렘이 보인다. 반가워 동문이라고 인사 드렸더니 무려 17년 선배님이셨다. 선배님은 남극마라톤까지 다녀오신 마라톤 매니아시다. 반가움을 뒤로 하고 완주를 꿈꾸며 다시 발을 재촉해 본다. 역시 속도를 낼 수 없으니 눈길은 주로의 선수위에 머무르는데, 3,4명 앞에 있는 선수의 등에서 친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예전 직장동료로 서울에 있는 직장으로 옮기신 분이셨다. 근황을 나누었는데, 최근에 운동을 거의 못해서 자기는 걸어야겠다고 하신다. 수도권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기는 힘들지만, 아는 분들을 만날 수 있어 좋다고 생각해 본다. 네번째 왕복 때가 가장 힘들었다. 바로 정신력 테스트 구간인가 보다. 이제 슬슬 육체의 고통과 달리는 즐거움의 끝이 보인다. 마라톤이 끝나가면 항상 느끼는 시원섭섭함이 예외 없이 찾아온다. 주로 옆에서 끊임없이 격려해 주신 여러분께 감사 드립니다.

드디어 피니시 라인을 지나 샤워시설에서 땀을 씻고 식사를 했다. 주로에서는 음식물 섭취를 삼갔지만 이제야 맘껏 먹어본다. 그렇게 달콤할 수 없다. 왕복구간이 있어 동행한 일행을 여러번 만났는데, 그 때마다 서로 격려하고, 다음번에는 언제, 어디서 만날까 기대도 되고, 서울혹서기대회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주로위에서 천천히 뛰는 주자나 걸으시는 분들은 주로의 가장자리로 다니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뛰는 분들이 요리조리 피하면서 뛰어 가야 해서 위험해 보였다. 같이 출발했던 네명이 다시 모여 전철을 타고 수원으로 이동하여 고속버스 타고 광주로 내려왔다. 나는 왜 뛰는가? 모든 취미가 그렇듯이 즐거우니까. 또 내가 할 수 있으니까. 한가지 이유를 더하자면 자기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생기니까. 이런 까닭으로 나는 오늘도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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