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회 서울 마라톤대회 완주기 - 연어가 되어 달리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이중섭 작성일07-03-09 16:27 조회2,913회 댓글0건관련링크
본문
10회 서울 마라톤대회 하프(21.0975km) 완주기 (2007.3.4) - 연어가 되어 달리다.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하여 혼자 "150분 프로젝트"란 이름을 붙여 행했던 연습이 비록 길지는 못했지만 적절했고 마음과 몸을 준비시켜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배달된 배번과 노란 티셔츠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을 안겨주며 날짜를 손꼽았고 몸을 애지중지했습니다. 정말 제게 참 중요한 2007년 3월 4일 이었습니다.
작은 녀석이 진작부터 집안 달력이란 달력엔 죄다 3월 4일에 큰 똥그라미 쳐놓고는 엄마 화이팅을 적어놓은지라 삼월이 되면서는 그저 날짜를 볼 때마다 새로운 마음준비를 하기도 했었지요.
드디어 2007년 3월 4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이자 주일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할 것은 다했습니다.
아이들이랑 옆지기 먹을 미역국도 끓여놓고 귀밝이 술과 부럼도 깨먹은 다음 성당에 가서 차분하게 새벽 미사참례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번 대회에 같이 참여하며 큰 용기를 제게 준 대녀랑 대녀 신랑감이랑 함께 대회장인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 집을 나서면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대로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차에서 내리니 바람 또한 장난이 아닙니다. 날아갈 듯한 기세에 잠시 몸과 마음은 의연한척 바람맞이로 두팔 벌려봅니다.
한켠에선 봄 햇살보단 비와 바람을 좋아하는 저답게 '괜찮아~'라며 '먼 길 뛰기엔 오히려 적당한 날씨일거야'라며 애써 위로했습니다.
대회 출발시간 전인 오전 10시까지 식전행사가 뻑적지근하게 진행되었습니다.
10회째를 맞이하는 서울 마라톤대회이다보니 외국인 참여자도 제법 많아보입니다.
또 전체 참여자도 만여명에 이르렀습니다.
달리기하면 뒷걸음 치던 저조차 유니폼을 입고 몸을 풀고 있었으니 마라톤인구가 이정도 인게 그저 고개 끄덕여지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몸을 나름대로 열심히 풀면서 출발시간을 기다립니다.
그저 담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기록보단 완주에 목표를 두었던 저였던지라 가능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풀코스를 달리는 분들이 먼저 달려나가고 이제 하프신청자들이 나갑니다.
기록을 보유하신 분들이 앞서서 나가십니다.
처음 출전하는 전 거진 끝그룹이었지요.
그 때 장애인 마라톤 클럽에서 출전하는 선수를 보게되었습니다. 처음엔 남자끼리 팔장을 끼고 있고 한 남자가 긴 머리에 파머까지 하고 있어서 '아하, 그런사이?' 인가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런데 막 달리기 직전이 되자 그 분들이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면서 끈과 끈으로 두 분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아뿔사~ , 팔짱 끼고 있던 분이 시각장애인이셨고 그 옆에 계신분이 도우미였던 것입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해집니다. 그 때서나 부끄러움 뒤로 감추면서 짧막한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그러고는 그 분들이 앞질러 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처음 달리기도 전에 찾아온 감동으로 한참을 먹먹해진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더욱 각오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도 출발입니다. 몸이 가뿐합니다.
그런데 왜이리 처음 1km에서 2.5km까지가 길고 힘들던지요. 뒤에서 불어오던 바람의 힘에 위해 기본 패이스보다 빠르게 달려서였나봅니다. 속으로' 천천히 가야한다' 란 생각을 많이했는데도 말이지요.
같이 참여한 대녀랑 짝궁은 달리자마자 찾을 수가 없었지요. 원래 혼자 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온지라 더욱 세차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래, 멋지게 달려보자!'라며 패이스 메이커로 삼을 사람을 찾아보지만 눈에 쉽게 띄질 않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장애인 마라톤 클럽분들을 따라 달려도 보았지만 저 보다 몇 수 위셨습니다. 그래 작전을 화악 바꿔 오로지 홀로 달리기로 마음 먹고 옆에 바람타고 도도히 흐르는 한강물을 믿음직스런 벗으로 모셨습니다.
2.5km가 지나고 부터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바람도 여전합니다.
세차게 일렁이는 강물, 하늘에서 먼길 찾아 부러 온듯한 애인 같은 빗님과 바람, 저멀리보이는 멋진 다리 모두를 편안한 벗으로 모시니 다정하게 다가와 힘껏 응원해줍니다.
바람이 등 밀어주는 길위에서 온 몸으로 비를 모시며 한강물 따라 흐린 하늘빛 아래를 달릴 때의 맛이란~ 감동이란 말말고 어떠한 말로도 담아낼 수 없는 감동스런 순간 자체였습니다. 이 감동과 환희감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달린 행복이었지요.
앞에 보이는 다리 하나 하나를 목표로 삼아 달려서 그 다리에 닿으면 '또다시 시작이야'라고 주문을 넣으면서 그렇게 그렇게 5km를 지나고 7.5 km를 지나고 그 사이 사이 준비된 물과 바나나 건포도도 빠지지 않고 챙겨서 먹었습니다.
재미가 솔찬했습니다. 지난 10km경험까진 물밖에 없었거든요.^^
그 맛이 어찌나 맛나던지요? 또 먹고파집니다.^^
마지막에 먹은 작은 초코파이의 달착지근한 쫀닥거림과 빠알간 방울토마토의 상큼함이 되살아옵니다.^^
- 이 대목에 잠깐~ 풀코스는 김밥도 준다지요? 요 김밥의 꿀맛을 맛보기위해서라도 반드시 도전해 보고싶습니다.^^ㅎㅎㅎ-
멀리 가양대교가 보일 때쯤 빗줄기도 더 굵어지고 바람도 거세지고 기운이 빠질라 합니다.
이 때 얼른 두 손 넓게 벌려 '날아라~' 하면서 날갯짓을 해보았습니다. 진짜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날을 듯싶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기운 모아 달렸습니다.
달리는 어느 순간 무념의 상태로 그저 달리자니 황홀한? 맛에 빠져드는 듯합니다.
비에 적당히 적셔진 몸을 바람과 비에 또다시 씻기면서 달릴 때 힘듦도 어딘가로 날아간듯 편안해지며 자연스럽게 다리와 손이 움직여지고 이에따라 평온하게 몸뚱이가 앞으로 나아가자니 영혼이 말금해집니다. 힘겨움이 아닌 환함이었고 이는 자신감이 되어 앞길을 열어갔습니다.
그 때 저 멀리서 두 마리의 갈매기가 날아옵니다.
'어~ ,저건 비둘기가 아닌데- 이 곳까지 갈매기가~?'라며 반갑게 맞이해주었지요.
그 순간 비릿한 바다내음까지 올라옵니다. 그저 반갑고 정겨운 응원꾼이되어 동행해줍니다.
벌써 선두들은 반환점을 돌아 옆으로 지나갑니다.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초보자가 그 분들에게 '멋져요~'라고 인사나눠주는 치기도 부려보면서 장단을 맞췄지요.
그렇게 그렇게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이중섭,홧팅!'합니다.
순간 뒤돌아보니 안보이던 대녀랑 짝궁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앞서가라 길을 터주었습니다.
안보였던 대녀가 보이니 그저 좋습니다. 반환점이 이제 코앞입니다.
그러니 봉사자들이 자주 보입니다. 그 분들의 격려소리가 큰 힘이됩니다.
간간히 불어주는 나팔소리가 그리도 반갑던지요. 또 외쳐주는 홧팅소리~ 그저 힘이됩니다.
드디어 반환점입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허나, 돌아서는 순간 바람에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습니다.
등지고 오던 바람을 이제는 맞서서 달려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찔했습니다. 앞이 캄캄해졌지요.
어찌 달릴 것인가? 어찌~~!!!
이 때 작은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사람 뒤를 바짝 따라가세요'
주님의 소리 같았습니다. '아하~ 그래 맞아~ '그 때부터 그 사람을 찾으면서 앞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땅치가 않습니다. 오히려 발걸음이 겹칩니다.
그래 '에잇~ 안되겠다,그냥 맞아들이고 헤치며 가자'라며 쭈물 거리고 있는데 '핫둘 핫둘' 하는 구령소리가 들려옵니다.
반가워서 뒤돌아보니 아주 신체 좋으신 분이 구령을 붙이고 그 옆에 또다른 남자분이 달려오십니다.
'옳거니~!'란 생각을 하려는 찰라 그 분께서 제 옆을 달리게 되었는데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우리 뒷쫓아 오세요'합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요. 그 순간 정말로 주님께서 구세주를 보내주셨나보다란 생각이 스칩니다.
그 때부터 전 이 분들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란 일념으로 뒤에서 한치도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핫둘 핫둘 구령을 붙여 주시는 장단에 맞춰 저도 핫둘 핫둘~~ 그저 신바람이 납니다.
또 신체 좋은 장정 뒤에서 달리니 바람도 조금은 빗겨가는 듯한 안도감입니다.
아주 좋은 패이스 메이커를 만난셈입니다.
그렇게 쫓아 달려가다가 물과 바나나가 준비된 곳을 만난 틈을 타서 얼른 솔직히 고백을 했습니다.
' 저 처음 참가했거든요~하면서 인사를 먼저 꾸벅드리고는 저도 끝까지 데리고 가주세요'라며 아양을 부렸습니다.' ^^ 그 때 구령을 붙여 주시던 옆에 계시던 분께서 '저도 힘들어 죽겠어요. 그냥 같이 뛰어요'합니다. ^^ 이렇게해서 천군만마를 얻은 전 더 신나서는 승승장구 앞으로 앞으로 였습니다.
그 분의 구령에 맞춰 그 분 뒤를 아주 성실하게 뒷쫓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곁으로 여성 두분이 붙었다 떨어졌다합니다.
전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달렸습니다. ^^
역시나 작전성공이었습니다.
그 분께서 힘이 들라할 때마다 적절한 구령과 목표치를 제시해주시고 아낌없이 격려를 해주십니다.
옆에 달리던 친구분은 제가 달라붙으니 엄살도 못하시는 눈치입니다. ^^ 헤헤~~
서로가 서로를 무언속에 격려하면서 달리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지요.
이렇게 우연히 만난 그 분들 덕분에 반환점을 돌고부터 무척이나 힘들 것만 같았던 코스에서 오히려 여유롭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 제 패이스보다 빨라지면 '넘 빨라요 못쫓아가겠어요'라면 다시 속도를 조절해주셨으니 이건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된 상황이었는데 옆에 분이 다행히 저랑 비슷한 수준으로 달려주는 고마움이었습니다.
5년전에 두시간에 완주하셨던 기록이 있는데 그동안 쉬었다가 출전하니 죽을 맛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이 때서나 죄송한 마음이 생겨 '행여 속도를 내실거면 먼저 앞서서 가셔도 되어요.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란 인사를 먼저드리니 ~ 도리어 아니라면서 같이 달리자고합니다. ㅎㅎㅎ
여시가 따로 없었지요. 속으론 진짜 그러면 어쩌지라고 바짝 쫄아 있었거든요. ㅎㅎㅎ
얼마나 고맙던지요. 그 때 속으로 '오늘의 진정한 구세주다 진짜 잘 모시고 달리자 이 얼마나 큰 은총이란 말인가' 싶은 생각에 닿으니 그저 든든하고 기분 좋아져서 룰루랄라~~였습니다.
이 분도 다리 하나 하나를 목표치로 삼으면서 독려 해주셨습니다.
구령을 붙여주면서 친구를 격려해주시는 그 분 모습에서 진정한 우정이 이런거구나 싶은 마음도 엿볼 수 있었고 또 아무런 상관없던 저랑 옆에 따라오던 분들을 격려해주는 배려의 마음씀이 어찌나 아름답고 고맙던지요 큰 감동이었지요.
전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에 등산을 즐겼습니다. 물론 지금도 산을 여전히 좋아라하지만요.
산에 들어서 힘들면 '정상이 어디냐?'고 묻게되고 그러면 그 때 '다 왔다'란 뻔한 거짓말을 들으면서도 물어보고 기운내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이 룰은 마라톤에서도 여전하더만요. 그 분도 힘들어하는 기색이면 '다왔어요, 다왔어~'라며 조금 만 더 힘내랍니다. 그 순간 어찌나 정겹던지요.
정겨움에 그 힘든 와중에도 쿡쿡 웃으면서 달린 저였지요.
등산과 마라톤의 공통분모를 만난 반가움에 한참을 낄낄거린 푼수였는데도 초짜는 초짜답게 진짜 믿으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는거요~~ ㅎㅎㅎ
참 신기하게도 왼쪽 오른 쪽 다리가 번갈아가면서 아파옵니다.
복숭아뼈위가 아프다가 발바닥이 아프다가 아킬러스 건이 아프다가 그 때마다 무게중심을 조정하면서 달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참 고맙게도 그 순간마다 적응되는 발과 다리였습니다.
워낙 천천히 달려서 숨도 차오르지 않고 힘겹지도 않습니다.
연습 때보다도 더 여유롭게 달린 듯도합니다.
신기했습니다.
연습시에 최종거리를 겨우10km정도 달리고 나온 하프인데 이렇듯 평화롭게 달릴 수 있을까싶었지요.
반환점을 돌 때부터 제 생애 가장 멀리 달리는 기록이 순간순간 새롭게 갱신되는 찰나였습니다.
이 사실이 저 자신에게 가장 큰 응원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도전은 잠재된 무한한 힘을 주는가봅니다.
그 힘은 정말 새로운 길을 매 순간 내주었습니다.
참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10km대회 땐 골인점에 들어올 때 참 힘겨웠습니다.
이번 골인점에선 사진사들에게 포즈까지 취하면서 여유롭게 들어온 저 자신이 참 신기했습니다. 어찌나 대견스럽던지요.
그저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을 뒤로하니 앞에서 먼저 들어온 대녀랑 짝궁이 환하게 반겨줍니다.
반갑게 인사나누고 서로를 격려하곤 오늘의 구세주셨던 그 분들과 뜨건 악수를 나누고는 헤어졌습니다. 고마운 인사를 뭔가 드려야할 것만 같았지만 그저 마음 속 한자락 곱게 비워 고마운 마음 내려놓았습니다.
'길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달리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며 아쉬움 달랬지요.
아래가 제 기록입니다.
성명 배번 전체순위 성별순위 연대별순위
이중섭 327 2339 247 124
완주기록 출발-하프반환점 하프반환점-결승
02:35:33 01:10:03 01:25:30
비록 제가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치에서 2분33초 늦은시간이었지만 대만족이었습니다.
참 행복했고 뿌듯했습니다.
이 행복 한켠에 보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저도 앞을 못보시는 분들 도우미로 달릴 수 있는 날을 만들어보리란 다짐에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하프 완주에서 얻은 가장 큰 뜻밖의 선물이기도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준 상이고 선물이지만 무엇에 비길 수 없는 큰 기쁨이었기에 전 더없이 환해졌습니다.
그 날을 맞이하기위해 막연했던, 어쩜 그저 관념속 목표치였던 42.195란 길위의 사랑을 어찌 나눌 것인가가 좀은 더 가까워졌고 그에따른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봐야겠구나싶지요.
무엇보다 근력을 보강하기 위한 운동의 필요성을 배웠고 그 날을 위하여 쉼없이 핫둘 핫둘 달려야겠구나싶습니다.
제가 하프를 무사히 다~ 달릴 수 있기까지 아낌없이 응원해주신 사랑하는 분들께 진정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꼭 장애인 마라톤 도우미로 달릴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 게으름 없이 달려보겠습니다.
한결같은 응원과 격려해주시길 바래요.
사랑합니다.
[이 게시물은 웹마스터님에 의해 2007-10-03 16:56:52 추천에세이에서 복사 됨]
이번 대회 참가를 위하여 혼자 "150분 프로젝트"란 이름을 붙여 행했던 연습이 비록 길지는 못했지만 적절했고 마음과 몸을 준비시켜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러던 차에 배달된 배번과 노란 티셔츠는 더욱 팽팽한 긴장감을 안겨주며 날짜를 손꼽았고 몸을 애지중지했습니다. 정말 제게 참 중요한 2007년 3월 4일 이었습니다.
작은 녀석이 진작부터 집안 달력이란 달력엔 죄다 3월 4일에 큰 똥그라미 쳐놓고는 엄마 화이팅을 적어놓은지라 삼월이 되면서는 그저 날짜를 볼 때마다 새로운 마음준비를 하기도 했었지요.
드디어 2007년 3월 4일 아침이 되었습니다.
정월 대보름날 아침이자 주일날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할 것은 다했습니다.
아이들이랑 옆지기 먹을 미역국도 끓여놓고 귀밝이 술과 부럼도 깨먹은 다음 성당에 가서 차분하게 새벽 미사참례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번 대회에 같이 참여하며 큰 용기를 제게 준 대녀랑 대녀 신랑감이랑 함께 대회장인 여의도로 향했습니다.
▲ 집을 나서면서-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 대로 하늘은 잔뜩 흐려있고 차에서 내리니 바람 또한 장난이 아닙니다. 날아갈 듯한 기세에 잠시 몸과 마음은 의연한척 바람맞이로 두팔 벌려봅니다.
한켠에선 봄 햇살보단 비와 바람을 좋아하는 저답게 '괜찮아~'라며 '먼 길 뛰기엔 오히려 적당한 날씨일거야'라며 애써 위로했습니다.
대회 출발시간 전인 오전 10시까지 식전행사가 뻑적지근하게 진행되었습니다.
10회째를 맞이하는 서울 마라톤대회이다보니 외국인 참여자도 제법 많아보입니다.
또 전체 참여자도 만여명에 이르렀습니다.
달리기하면 뒷걸음 치던 저조차 유니폼을 입고 몸을 풀고 있었으니 마라톤인구가 이정도 인게 그저 고개 끄덕여지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몸을 나름대로 열심히 풀면서 출발시간을 기다립니다.
그저 담담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기록보단 완주에 목표를 두었던 저였던지라 가능한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풀코스를 달리는 분들이 먼저 달려나가고 이제 하프신청자들이 나갑니다.
기록을 보유하신 분들이 앞서서 나가십니다.
처음 출전하는 전 거진 끝그룹이었지요.
그 때 장애인 마라톤 클럽에서 출전하는 선수를 보게되었습니다. 처음엔 남자끼리 팔장을 끼고 있고 한 남자가 긴 머리에 파머까지 하고 있어서 '아하, 그런사이?' 인가라며 빙그레 웃었습니다.
그런데 막 달리기 직전이 되자 그 분들이 끼고 있던 팔짱을 풀면서 끈과 끈으로 두 분이 하나가 되는 것입니다.
'아뿔사~ , 팔짱 끼고 있던 분이 시각장애인이셨고 그 옆에 계신분이 도우미였던 것입니다. 순간 얼굴이 화끈해집니다. 그 때서나 부끄러움 뒤로 감추면서 짧막한 인사말을 건넸습니다. 그러고는 그 분들이 앞질러 뛰어가는 모습을 바라보는데 그저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처음 달리기도 전에 찾아온 감동으로 한참을 먹먹해진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더욱 각오를 다질 수 있었습니다.
이제 저도 출발입니다. 몸이 가뿐합니다.
그런데 왜이리 처음 1km에서 2.5km까지가 길고 힘들던지요. 뒤에서 불어오던 바람의 힘에 위해 기본 패이스보다 빠르게 달려서였나봅니다. 속으로' 천천히 가야한다' 란 생각을 많이했는데도 말이지요.
같이 참여한 대녀랑 짝궁은 달리자마자 찾을 수가 없었지요. 원래 혼자 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온지라 더욱 세차게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그래, 멋지게 달려보자!'라며 패이스 메이커로 삼을 사람을 찾아보지만 눈에 쉽게 띄질 않습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는 장애인 마라톤 클럽분들을 따라 달려도 보았지만 저 보다 몇 수 위셨습니다. 그래 작전을 화악 바꿔 오로지 홀로 달리기로 마음 먹고 옆에 바람타고 도도히 흐르는 한강물을 믿음직스런 벗으로 모셨습니다.
2.5km가 지나고 부터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바람도 여전합니다.
세차게 일렁이는 강물, 하늘에서 먼길 찾아 부러 온듯한 애인 같은 빗님과 바람, 저멀리보이는 멋진 다리 모두를 편안한 벗으로 모시니 다정하게 다가와 힘껏 응원해줍니다.
바람이 등 밀어주는 길위에서 온 몸으로 비를 모시며 한강물 따라 흐린 하늘빛 아래를 달릴 때의 맛이란~ 감동이란 말말고 어떠한 말로도 담아낼 수 없는 감동스런 순간 자체였습니다. 이 감동과 환희감을 온 몸으로 느끼면서 달린 행복이었지요.
앞에 보이는 다리 하나 하나를 목표로 삼아 달려서 그 다리에 닿으면 '또다시 시작이야'라고 주문을 넣으면서 그렇게 그렇게 5km를 지나고 7.5 km를 지나고 그 사이 사이 준비된 물과 바나나 건포도도 빠지지 않고 챙겨서 먹었습니다.
재미가 솔찬했습니다. 지난 10km경험까진 물밖에 없었거든요.^^
그 맛이 어찌나 맛나던지요? 또 먹고파집니다.^^
마지막에 먹은 작은 초코파이의 달착지근한 쫀닥거림과 빠알간 방울토마토의 상큼함이 되살아옵니다.^^
- 이 대목에 잠깐~ 풀코스는 김밥도 준다지요? 요 김밥의 꿀맛을 맛보기위해서라도 반드시 도전해 보고싶습니다.^^ㅎㅎㅎ-
멀리 가양대교가 보일 때쯤 빗줄기도 더 굵어지고 바람도 거세지고 기운이 빠질라 합니다.
이 때 얼른 두 손 넓게 벌려 '날아라~' 하면서 날갯짓을 해보았습니다. 진짜 바람이 어찌나 세던지 날을 듯싶습니다. 그러면서 다시 기운 모아 달렸습니다.
달리는 어느 순간 무념의 상태로 그저 달리자니 황홀한? 맛에 빠져드는 듯합니다.
비에 적당히 적셔진 몸을 바람과 비에 또다시 씻기면서 달릴 때 힘듦도 어딘가로 날아간듯 편안해지며 자연스럽게 다리와 손이 움직여지고 이에따라 평온하게 몸뚱이가 앞으로 나아가자니 영혼이 말금해집니다. 힘겨움이 아닌 환함이었고 이는 자신감이 되어 앞길을 열어갔습니다.
그 때 저 멀리서 두 마리의 갈매기가 날아옵니다.
'어~ ,저건 비둘기가 아닌데- 이 곳까지 갈매기가~?'라며 반갑게 맞이해주었지요.
그 순간 비릿한 바다내음까지 올라옵니다. 그저 반갑고 정겨운 응원꾼이되어 동행해줍니다.
벌써 선두들은 반환점을 돌아 옆으로 지나갑니다.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초보자가 그 분들에게 '멋져요~'라고 인사나눠주는 치기도 부려보면서 장단을 맞췄지요.
그렇게 그렇게 달리고 있는데 뒤에서 '이중섭,홧팅!'합니다.
순간 뒤돌아보니 안보이던 대녀랑 짝궁입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곤 앞서가라 길을 터주었습니다.
안보였던 대녀가 보이니 그저 좋습니다. 반환점이 이제 코앞입니다.
그러니 봉사자들이 자주 보입니다. 그 분들의 격려소리가 큰 힘이됩니다.
간간히 불어주는 나팔소리가 그리도 반갑던지요. 또 외쳐주는 홧팅소리~ 그저 힘이됩니다.
드디어 반환점입니다.
얼마나 반갑던지요. 허나, 돌아서는 순간 바람에 뒷걸음질을 치고 말았습니다.
등지고 오던 바람을 이제는 맞서서 달려야하는 것이었습니다.
순간 아찔했습니다. 앞이 캄캄해졌지요.
어찌 달릴 것인가? 어찌~~!!!
이 때 작은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옵니다.
'사람 뒤를 바짝 따라가세요'
주님의 소리 같았습니다. '아하~ 그래 맞아~ '그 때부터 그 사람을 찾으면서 앞으로 바람을 가르며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땅치가 않습니다. 오히려 발걸음이 겹칩니다.
그래 '에잇~ 안되겠다,그냥 맞아들이고 헤치며 가자'라며 쭈물 거리고 있는데 '핫둘 핫둘' 하는 구령소리가 들려옵니다.
반가워서 뒤돌아보니 아주 신체 좋으신 분이 구령을 붙이고 그 옆에 또다른 남자분이 달려오십니다.
'옳거니~!'란 생각을 하려는 찰라 그 분께서 제 옆을 달리게 되었는데 제 마음을 읽으셨는지 '우리 뒷쫓아 오세요'합니다.
얼마나 반갑고 고맙던지요. 그 순간 정말로 주님께서 구세주를 보내주셨나보다란 생각이 스칩니다.
그 때부터 전 이 분들을 결코 놓쳐서는 안된다란 일념으로 뒤에서 한치도 떨어지질 않았습니다.
핫둘 핫둘 구령을 붙여 주시는 장단에 맞춰 저도 핫둘 핫둘~~ 그저 신바람이 납니다.
또 신체 좋은 장정 뒤에서 달리니 바람도 조금은 빗겨가는 듯한 안도감입니다.
아주 좋은 패이스 메이커를 만난셈입니다.
그렇게 쫓아 달려가다가 물과 바나나가 준비된 곳을 만난 틈을 타서 얼른 솔직히 고백을 했습니다.
' 저 처음 참가했거든요~하면서 인사를 먼저 꾸벅드리고는 저도 끝까지 데리고 가주세요'라며 아양을 부렸습니다.' ^^ 그 때 구령을 붙여 주시던 옆에 계시던 분께서 '저도 힘들어 죽겠어요. 그냥 같이 뛰어요'합니다. ^^ 이렇게해서 천군만마를 얻은 전 더 신나서는 승승장구 앞으로 앞으로 였습니다.
그 분의 구령에 맞춰 그 분 뒤를 아주 성실하게 뒷쫓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곁으로 여성 두분이 붙었다 떨어졌다합니다.
전 껌딱지처럼 달라붙어 달렸습니다. ^^
역시나 작전성공이었습니다.
그 분께서 힘이 들라할 때마다 적절한 구령과 목표치를 제시해주시고 아낌없이 격려를 해주십니다.
옆에 달리던 친구분은 제가 달라붙으니 엄살도 못하시는 눈치입니다. ^^ 헤헤~~
서로가 서로를 무언속에 격려하면서 달리는 아름다운 모습이었지요.
이렇게 우연히 만난 그 분들 덕분에 반환점을 돌고부터 무척이나 힘들 것만 같았던 코스에서 오히려 여유롭게 달릴 수 있었습니다.
조금 제 패이스보다 빨라지면 '넘 빨라요 못쫓아가겠어요'라면 다시 속도를 조절해주셨으니 이건 주객이 전도되어도 한참 전도된 상황이었는데 옆에 분이 다행히 저랑 비슷한 수준으로 달려주는 고마움이었습니다.
5년전에 두시간에 완주하셨던 기록이 있는데 그동안 쉬었다가 출전하니 죽을 맛이라고 하시더라구요 이 때서나 죄송한 마음이 생겨 '행여 속도를 내실거면 먼저 앞서서 가셔도 되어요. 오늘 정말 고마웠습니다'란 인사를 먼저드리니 ~ 도리어 아니라면서 같이 달리자고합니다. ㅎㅎㅎ
여시가 따로 없었지요. 속으론 진짜 그러면 어쩌지라고 바짝 쫄아 있었거든요. ㅎㅎㅎ
얼마나 고맙던지요. 그 때 속으로 '오늘의 진정한 구세주다 진짜 잘 모시고 달리자 이 얼마나 큰 은총이란 말인가' 싶은 생각에 닿으니 그저 든든하고 기분 좋아져서 룰루랄라~~였습니다.
이 분도 다리 하나 하나를 목표치로 삼으면서 독려 해주셨습니다.
구령을 붙여주면서 친구를 격려해주시는 그 분 모습에서 진정한 우정이 이런거구나 싶은 마음도 엿볼 수 있었고 또 아무런 상관없던 저랑 옆에 따라오던 분들을 격려해주는 배려의 마음씀이 어찌나 아름답고 고맙던지요 큰 감동이었지요.
전 마라톤을 시작하기 전에 등산을 즐겼습니다. 물론 지금도 산을 여전히 좋아라하지만요.
산에 들어서 힘들면 '정상이 어디냐?'고 묻게되고 그러면 그 때 '다 왔다'란 뻔한 거짓말을 들으면서도 물어보고 기운내고 그러잖아요.
그런데 이 룰은 마라톤에서도 여전하더만요. 그 분도 힘들어하는 기색이면 '다왔어요, 다왔어~'라며 조금 만 더 힘내랍니다. 그 순간 어찌나 정겹던지요.
정겨움에 그 힘든 와중에도 쿡쿡 웃으면서 달린 저였지요.
등산과 마라톤의 공통분모를 만난 반가움에 한참을 낄낄거린 푼수였는데도 초짜는 초짜답게 진짜 믿으면서 달리고 또 달렸다는거요~~ ㅎㅎㅎ
참 신기하게도 왼쪽 오른 쪽 다리가 번갈아가면서 아파옵니다.
복숭아뼈위가 아프다가 발바닥이 아프다가 아킬러스 건이 아프다가 그 때마다 무게중심을 조정하면서 달려주었습니다. 그런데 참 고맙게도 그 순간마다 적응되는 발과 다리였습니다.
워낙 천천히 달려서 숨도 차오르지 않고 힘겹지도 않습니다.
연습 때보다도 더 여유롭게 달린 듯도합니다.
신기했습니다.
연습시에 최종거리를 겨우10km정도 달리고 나온 하프인데 이렇듯 평화롭게 달릴 수 있을까싶었지요.
반환점을 돌 때부터 제 생애 가장 멀리 달리는 기록이 순간순간 새롭게 갱신되는 찰나였습니다.
이 사실이 저 자신에게 가장 큰 응원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도전은 잠재된 무한한 힘을 주는가봅니다.
그 힘은 정말 새로운 길을 매 순간 내주었습니다.
참 경이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지난 10km대회 땐 골인점에 들어올 때 참 힘겨웠습니다.
이번 골인점에선 사진사들에게 포즈까지 취하면서 여유롭게 들어온 저 자신이 참 신기했습니다. 어찌나 대견스럽던지요.
그저 감격의 순간이었습니다.
그 순간을 뒤로하니 앞에서 먼저 들어온 대녀랑 짝궁이 환하게 반겨줍니다.
반갑게 인사나누고 서로를 격려하곤 오늘의 구세주셨던 그 분들과 뜨건 악수를 나누고는 헤어졌습니다. 고마운 인사를 뭔가 드려야할 것만 같았지만 그저 마음 속 한자락 곱게 비워 고마운 마음 내려놓았습니다.
'길위에서 다시 만날 수 있도록 열심히 달리겠습니다.'라고 다짐하며 아쉬움 달랬지요.
아래가 제 기록입니다.
성명 배번 전체순위 성별순위 연대별순위
이중섭 327 2339 247 124
완주기록 출발-하프반환점 하프반환점-결승
02:35:33 01:10:03 01:25:30
비록 제가 개인적으로 세운 목표치에서 2분33초 늦은시간이었지만 대만족이었습니다.
참 행복했고 뿌듯했습니다.
이 행복 한켠에 보다 더 열심히 연습해서 저도 앞을 못보시는 분들 도우미로 달릴 수 있는 날을 만들어보리란 다짐에 다짐을 해보았습니다.
이것이 제가 하프 완주에서 얻은 가장 큰 뜻밖의 선물이기도했습니다.
스스로에게 준 상이고 선물이지만 무엇에 비길 수 없는 큰 기쁨이었기에 전 더없이 환해졌습니다.
그 날을 맞이하기위해 막연했던, 어쩜 그저 관념속 목표치였던 42.195란 길위의 사랑을 어찌 나눌 것인가가 좀은 더 가까워졌고 그에따른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봐야겠구나싶지요.
무엇보다 근력을 보강하기 위한 운동의 필요성을 배웠고 그 날을 위하여 쉼없이 핫둘 핫둘 달려야겠구나싶습니다.
제가 하프를 무사히 다~ 달릴 수 있기까지 아낌없이 응원해주신 사랑하는 분들께 진정 고마운 마음을 전해드립니다.
꼭 장애인 마라톤 도우미로 달릴 수 있는 그 날을 위하여 게으름 없이 달려보겠습니다.
한결같은 응원과 격려해주시길 바래요.
사랑합니다.
[이 게시물은 웹마스터님에 의해 2007-10-03 16:56:52 추천에세이에서 복사 됨]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