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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그 아름다운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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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호 작성일07-03-22 17:31 조회3,103회 댓글0건

본문

비는 개었다.

식탁위의 비닐에 쌓여있는 하얀 백설기
그 눈부신 백색에 건포도는 감히 엄두를 내지 못했나 보다.
밋밋함!!!

밋밋함을 더욱 부각시키는 차가운 물.
반찬거리 하나 없는 백설기와 물만으로
오늘의 퍼포먼스 준비를 한다.

지금의 이 행위가 오늘 퍼포먼스의 가장
중요한 도입부라 할 수 있을텐데
도입부의 행위가 좀 썰렁한 느낌이다.

엊 저녁에 장을 봤어야 하는데
궂은 날씨 때문에 TV란 놈과 함께한 것이 후회스럽군.

불길한 예감!
아파트를 나서는데 여의도행 버스는 출발을 하고
새로이 20여분을 기다리며 나 만의 시간동안
어떻게 레이스를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생각에 몰두하고
몸을 실은 버스는 순조로이 여의도에 이 한 몸을 내려놓고
또 그렇게 다른 목적을 가진 사람들을 태우고 내려주고...

거센 바람!
방해가 될까? 도움이 될까?
방해도 되지 않고 도움도 되지 않는다.
아니 방해도 되고 도움도 된다.
그저 마음먹기 달렸을 뿐!

오늘 퍼포먼스의 예기치 않은 손님이다.
나만의 고독한 행위를 고독하지 않도록 돕기위한
또 다른 등장인물로써 바람을 존중해야지!
마음껏 나의 퍼포먼스를 즐겨보기로 하자.

오늘의 무대는 진회색 바탕이다.
잿빛하늘과 우중충한 날씨
회색빛 하늘을 그대로 토해내는 아리수 물결 등

하지만, 그 무대위에 펼쳐지는
나의 퍼포먼스 만큼은 화려할 것이다.
아니, 화려하지는 않을지라도
최소한 잿빛 속에 묻혀버리는 의미없는 행위는 아니어야 할 것이다.

화려한 막이 오름과 동시에 한 무리의 예술단이 무대를 가득메우고
무리는 2열의 군대 구보와 같은 행렬로
다시 집단 이동을 하는 개미의 늘어섬으로 변했다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허리가 몇 개로 잘리는가 싶더니
결국엔 하나의 점으로 그렇게 각자의 행위에 몰입한다.

출발과 함께 바람은 나의 동반자가 되었다.
나의 얼굴을 어루만지기도 하고
길게 드러난 하체를 쓸어내리기도 하며
한 꺼풀 나풀거리는 얇은 옷을 비집고 들어와
나의 육신을 음미한다.

때로는 거세게 또 때로는 부드럽게 내게로 다가와
윽박지르며, 거칠게 몰아부치며,
속삭이며, 달콤한 유혹을 하며...
결국엔 칠성신을 불러 중간에 비를 주신다.

잠시 물러갔던 칠성신을 다시 불러오심은
바람 자신의 힘만으로는 오늘의 나의 무대를 빛내주기에
부족함이 있다고 믿었음일 것이다.

이제 비는 나의 시야를 방해하고
바람은 나의 몸을 방해하는 예기치 않은 조역으로 등장했지만
그저 혼자만의 밋밋한 퍼포먼스 보다는 나으리라.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고 얻는 성취야말로 진정한 성공이 아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비와 바람은 오늘 나의 행위를 위한
아주 훌륭한 조연 역할을 해 줄 것이리라!!

중간중간 자원봉사자들의 응원소리에 사기충천하고
그들의 급수에 힘을 재충전하며 비바람부는 길 위에서의
나 만의 멋진 퍼포먼스가 이뤄지고 있다.

George Sheehan 박사가 얘기한 예술이라는 것이 이런 것 이었나보다.
달리기가 예술이라는 생각을 전에는 가져본 적이 없었다.
그저 하나의 스포츠이며 건강을 관리하기 위한 방편이며
자기 절제와 만족과 도전정신을 깨우쳐 주는
말로 표현 못할 그 무엇 쯤으로 여겼었는데
그래 "예술" 이라는 말이 딱 들어 맞는 것 같다.

누구도 예측할 수 없고
누구도 장담할 수 없으며
누구라도 그 주인공이 될 수 있는 황홀한 예술!!!

그래서 그 성취감이 더욱 감미롭고 마약같은...
붉게타는 저녁놀과 같은 황홀경에 심취하게 되는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오기 힘든
정신 세계속에 펼쳐지는 혼자만의 예술 이리라!

바람은 어느새 훼방꾼으로서의 조연이 아닌
도움을 주는 동반자로서의 조연으로 역할이 바뀌었다.
물론 아직도 가끔씩은 그 까칠한 훼방으로 힘들게 하기는 하지만...^^*

시나브로 오늘의 퍼포먼스를 끝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고
비바람에 지친 육신은 그 절정을 향해 치닫으며
한강의 일렁이는 물결은 그 높이를 더해 가는 것만 같다.

한 발 또 한 발!!!
비록 이 작은 육신 하나의 단순하기 그지없는 퍼포먼스일 지라도
지금 이 순간 나에게는 커다란 몸부림이며
고통을 이겨내기 위한 작은 도전이며
끊임없는 자신과의 아름답고 성스러운 대화이며
자신을 강하고 아름답게 단련시키는 위대한 무대행위인 것이다.

자원봉사자는 자원봉사자 나름의
무대를 가득메운 주자들은 그들 나름의
아름답고 하려하며, 위대하고 자랑스러운
도전 가득한... 단순한 육체활동이상의
형이상학적 예술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다.

지친 육신은 비바람에 밀려 아리수 물결을 타고
종지부에 다다르고 있다.
붉은 융단이 보인다.
아!
오늘 나의 퍼포먼스를 화려하게 장식해 주기 위한 붉은 융단이
나의 발 아래 놓여있다.

몸을 휘감는 테이프!
붉은 융단위의 테이프를 통과하며 잿빛 무대에서 펼쳐진
나의 예술행위는 화려한 막을 내린다.

나는 오늘 또
튼튼한 두 다리와 건전한 몸통을 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는 세리머니를 통해
하늘에서 내려다 보실 아버지께 감사의 말씀을 전해 올린다.

아버지! 기일이 며칠 남지 않았습니다.
곧 찾아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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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라톤 관계자님!
자원봉사하신 모든 분 들!
그리고 오늘 자신만의 예술행위를 즐겁게 만끽 하셨을 런너분들!
궂은 날씨에 모두 고생하셨고 감사드립니다.

모두 빠른 회복하시고
다시 또 다른 주로에서 만나뵙기를 바랍니다.

채성만 회장님!
어제 정말 감사했습니다.
맡겨놓으신 물건은 다음 모임 때 까지 잘 보관하였다가
새끼 쳐서 꺼내 놓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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